[단독] '허벅지 피멍' 고교 야구코치 상습폭행…학교는 '은폐' 의혹

학교는 "몰랐다" 발뺌하지만…학생·코치진 "문제제기 묵살당했다"

경기도의 한 사립고등학교 야구부 코치가 수년간 학생들을 상습적으로 폭행했던 것으로 CBS노컷뉴스 취재결과 드러났다.

학교 측은 "몰랐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경찰과 교육당국은 앞서 내부 문제제기가 있었다는 사실을 토대로 '은폐 의혹' 등을 조사하고 있다.

◇ 도망친 학생은 '투명인간' 취급

피멍이 무릎까지 내려온 피해 학생의 허벅지. (사진=상우고 학생 제공)
경기 의정부 상우고등학교 야구부 투수코치 A 씨는 지난해 4월 선수용 야구방망이를 이용해 B 학생의 허벅지를 여러 차례 때렸다. 학생이 울며 쓰러져도 소용없었다. 맞은 부위에는 결국 빨간 흉터가 남았고 피멍이 무릎까지 내려왔다. 몰래 담배를 피웠다는 이유에서였다.

훈련장에서 운동하던 다른 학생들은 코치의 지시에 따라 숨죽이며 망을 보고 서 있어야 했다. 한 학생은 "야구 하면서 맞는 것 많이 봤지만 처음 들어보는 찢어지는 듯한 소리가 났다"며 "함께 걸렸던 몇 명은 도저히 못 맞겠다며 도망갔다가 코치한테 '투명인간' 취급을 당했다"고 말했다.

A 코치는 올해 4월에는 주장인 C 학생의 뺨을 2차례 때린 뒤 이내 훈련장 내 밀폐된 샤워실로 데려가 마구잡이로 구타했다. 샤워실을 청소하라는 지시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다는 이유에서였다. C 학생은 이날 머리와 배 등을 가격 당해 이틀간 두통에 시달린 것으로 알려졌다.

한 달 뒤에는 학부모들이 지켜보던 시합중 3학년 학생에게 별안간 발길질을 해대기도 했다. 외야에서 "1루 베이스는 누가 커버하냐"고 소리친 D 학생을 "네가 코치냐"며 더그아웃으로 소환한 것. D 학생은 이날 뒤통수 십수 대와 복부 3대를 맞은 것으로 전해졌다. 현장에 있던 한 학부모는 "소름이 돋을 정도였다"고 회상했다.

◇ "인성교육 훈계지도 차원이었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A 코치는 키가 195㎝쯤 되는 거구로 학생들 사이에서 '터미네이터'라고 불릴 정도로 체격이 좋았다. 그가 술에 취한 채로 권투글러브를 끼고 들어와 무차별 폭행을 일삼아도 학생들이 저항할 수 없던 이유다. 한 학생은 "장난식으로 때리니까 맞으면서도 웃을 수밖에 없었다"며 "표정이 안 좋아지면 또 뭐라고 했다"고 털어놨다.

지난 2015년 10월 상우고 근무를 시작한 A 코치는 최근까지도 '매일 같이' 크고 작은 폭행을 저질렀다고 학생들은 증언했다. '팔씨름 내기'를 빙자해 학생들에게 한 번에 3~4만 원씩 간식비를 뜯어냈다는 주장도 나왔다.

하지만 해당 코치는 대학 입시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대부분 그저 참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는 동안 현재 2학년 학생 8명 가운데 3명이 조용히 팀을 떠난 상태다.

이에 대해 A 코치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B 학생을 체벌한 건 훈계지도 차원이었고 당시 학부모도 인정했던 것"이라며 "야구는 예의범절을 중시하는 규율이 있는데 인성교육을 안 하고 어떻게 놔두냐"고 반문했다. 권투글러브 폭행에 대해서는 "애들이랑 같이 놀기 위해 세게 때린 것도 아니고 그저 툭툭 때렸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 감독·학교 총체적 난국…일단 '분리조치'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최근 일부 학생과 학부모들이 신고하자 경찰과 교육당국은 합동 현장조사 등을 통해 정확한 사건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아동보호 전문기관에 의뢰해 학대여부 등을 분석하고 있다"며 "학대라면 성장과정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기 때문에 적극적으로 대응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경기도교육청은 나아가 학교장에게 A 코치를 학생들과 일단 분리하라고 지시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피해자들의 주장에 개연성이 있다고 판단해 2차 피해를 막고자 최종 조사결과가 나올 때까지 임시조치를 내린 것"이라며 "상우고는 지난해부터 관선이사나 파행운영 등 전체적으로 문제가 됐던 학교라 신중히 검토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학교 측이 "이런 사실을 전혀 몰랐다"고 발뺌하자 교육청은 '은폐의혹'에 대해서도 들여다보고 있다. 교육청 관계자는 "지난 5월에도 교내에서 문제제기가 있었던 것으로 파악되는데 당시 어떻게 마무리됐는지, 왜 보고가 되지 않았는지 등을 조사중"이라며 "축소은폐 문제는 감사까지 해야 할 사안"이라고 덧붙였다.

학생들과 일부 코치진은 지난해부터 여러 차례 피해사례를 알렸으나 묵살됐다고 주장했다. 한 학생은 "눈 딱 감고 한 번만 맞으면 끝나지 않느냐고 분명히 말했던 선생님이 이제 와서 모른다고 하니 이해가 안 된다"고 밝혔다.

여기에 야구부를 총괄하는 감독이 외려 가해자인 A 코치를 보호하려 하면서 '제 식구 감싸기'란 지적을 받고 있다. 최근 감독이 직접 나서 본인이 모든 책임을 지고 사퇴하는 조건으로 해당 코치에 대해 문제 삼지 말아 달라고 학부모들에게 요청한 것. 반면 내부에서 문제를 제기했던 수석코치는 이달을 끝으로 계약이 해지될 위기에 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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