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순방중 장외투쟁 중단"…스텝 꼬인 한국당 '투쟁모드'

국회 보이콧 유지하지만…북핵 변수로 '안보 외면' 비판론 부담

청와대 항의방문을 마친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를 비롯한 의원들이 5일 오후 청와대 앞 분수광장에서 문재인 정부를 규탄하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사진=윤창원 기자)
자유한국당이 MBC 김장겸 사장 체포영장 발부를 계기로 시작된 정기국회 보이콧 행보를 이틀째 이어가고 있다. 이번 만큼은 협치 국회를 만들자던 정세균 국회의장은 5일 거듭된 국회 파행에 "죄송하다"며 사과했다.

한국당 의원들은 전날 방송통신위원회에 이어 이날 청와대를 항의방문하며 대정부 투쟁의 수위를 높였다. 하지만 이런 한국당의 강경 행보를 지켜보는 야권의 시선조차 냉랭하다. 어느 때보다 높아진 안보 위기 속 '김장겸 지키기'에 당력을 집중하며 오히려 국내 혼란만 가중시킨다는 비판이 만만치 않다.

물론 다른 야당도 정부 여당의 방송 정책에 대해서는 비판적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더불어민주당이 야당 시절 주도해 국민의당, 정의당과 공동발의한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법안에 대해 문재인 대통령이 '재검토 의사'를 밝힌 것은 '말바꾸기'라는 데 어느 정도 공감대가 형성돼 있다.

김 사장 체포영장 발부 사태 때에도 다른 야당은 '법안의 원안 추진 또는 부칙 손질'에 초점을 맞췄지만, 한국당은 결국 전면적인 대여 투쟁을 선택했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국회 교섭단체 대표 연설도 취소한 채 동료의원 80여 명과 청와대까지 찾았지만, 결국 문 대통령과의 면담은 불발됐다.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이 같은 한국당의 강경행보는 다른 야당과도 대조되면서 오히려 공영방송 지배구조 개선 보다는 '김장겸 감싸기'에 투쟁의 초점이 맞춰져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여당에서는 "김 사장이 자유한국당 관계자를 만나 '내가 무너지면 한국당도 무너진다'는 취지의 얘기를 하고 다녔다는 얘기도 들린다"며 김 사장과 한국당의 '특수관계'를 의심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당이 여당 시절 방송 지배구조 개선 논의에 수비 자세를 취해왔다는 점도 현 지도부가 외치는 "방송장악 저지", "자유민주주의 체제 수호"라는 구호에 힘을 빼는 요인이다.


특히 정기국회 전면 보이콧을 포함한 전면 대여 투쟁 방침을 밝힌 직후 북한의 핵실험으로 한반도 위기가 최고조에 달했다는 점도 한국당으로서는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당장 다른 야당에서도 안보 위기에 힘을 합쳐야 할 상황에서 한국당의 보이콧 행보는 옳지 않다는 비판이 이어지고 있다.

보수야당인 바른정당의 하태경 최고위원은 전날 피켓 시위 중인 한국당 의원들을 상대로 "안보정당이 뭐하는 것이냐"고 비판했다가, 고성과 욕설이 섞인 설전이 벌어지기도 했다.

당내에서도 '역풍' 우려가 일자 한국당은 안보 관련 상임위원회 회의에는 참석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데 이어 5일에는 대통령 해외 순방 기간 중에는 장외투쟁을 중단하겠다는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홍준표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국익을 위해서 대통령이 해외로 나가는데 국내에서 장외투쟁을 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한 발 물러섰다.

그러면서도 "(대통령이 복귀하면) 더욱 가열차게 방송장악 포기, 대북정책 수정이라는 두 가지 목표로 장외투쟁을 이어가야 할 것"이라며 "더이상 (한국당의 지지율은) 떨어질 게 없다. 이제 결집해서 반등할 일만 남았다"고 강조했다.

총력 투쟁을 외치는 한편으로는 여론 추이에 촉각을 곤두세우며 어정쩡한 자세를 취할 수밖에 없는 난감한 상황임을 감지할 수 있는 대목이다. 한국당은 오는 9일 서울 강남 일대에서 대국민 보고대회를 개최해 투쟁력을 더욱 끌어올리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당내에서 조차 12년 만의 장외투쟁이 힘 없이 끝날 수 있다는 회의적인 시각도 나온다.

당 관계자는 "북핵 실험이 없었다면 몰라도, 주말 지나서는 돌아와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며 "김 사장이 (부당노동행위 혐의와 관련해 고용노동부에) 자진 출석해버리면서 투쟁의 명분이 줄어든 측면도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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