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방송(MBC) 등에 따르면 MBC 김장겸 사장은 5일 오전 10시 고용노동부 서울서부고용노동지청에 자진 출석해 조사받을 예정이다.
그동안 김 사장은 노동청의 소환 요구를 5차례나 응하지 않다가 지난 1일 체포영장이 발부되고, 4일 노동청 근로감독관들이 서울 상암동 MBC 사옥에 찾아와 영장 집행을 시도하자 자진출두하기로 입장을 바꿨다.
이로써 김 사장은 MBC 노조로부터 고발당한 지 3개월 만에, 영장이 발부된 지 4일 만에 소환 조사를 받게 됐다.
서부노동청은 김 사장이 자진해 출석하는 만큼 체포영장을 집행하는 대신 조사가 끝나는 대로 귀가시킬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조사가 길어질 경우 체포영장을 집행해 관할 지역의 가까운 마포경찰서 유치장에 수감한 뒤 이튿날 다시 조사할 수도 있다.
김 사장의 자진출두로 서부노동청의 MBC 부당노동행위에 대한 조사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특히 김 사장에 대한 소환조사가 성공하면서 지난 박근혜 정권 기간 동안 MBC를 운영했던 전·현직 경영진들도 차례로 소환될 가능성이 높다.
서부노동청은 조사를 마치는대로 검찰에 사건을 송치할 예정으로, 이 때 기소 의견으로 사건을 처리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관해 김영주 노동부 장관은 "근로감독 결과 PD와 기자 등을 스케이트장 관리 등 자기 분야가 아닌 곳에 보낸 일이 확인돼 기소 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힌 바 있다.
MBC 노조에 따르면 2012년 170일에 걸친 파업 이후 노조원에 내려진 부당해고 및 징계는 71건, 본인의 의사와 관게없이 기존 직무와 무관한 곳으로 인사조치된 경우는 91명에 달한다.
이 과정에서 기자나 PD, 아나운서가 스케이트장 시설 관리, 주조실의 엔지니어 업무를 맡거나 'MBC 아카데미 교육'에서 업무와 무관한 교육을 받기도 했다.
또 지난달에는 사측이 파업 참가 여부와 회사에 대한 충성도, 노조와의 관계에 따라 카메라 기자들을 분류한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관리했다는 의혹도 제기됐다.
이에 대해 서부노동청은 지난 3월 중앙노동위원회에서 이미 부당노동행위 판정을 내렸고, 사측의 노조원에 대해 지속적으로 징계를 내린 데 관해 노조·노동자 측이 승소 판결을 받은 점을 감안해 특별근로감독에 돌입한 바 있다.
MBC 사측은 "김 사장은 그동안 서면 진술과 자료 제출로 충분히 답변했음에도 강압적인 출석 요구는 방송의 독립과 자유를 훼손하는 것으로 보고 거부해왔다"며 "그러나 법 절차의 하나라는 의견도 있음에 따라 일단 출석해 조사를 받기로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노동부 관계자는 "부당노동행위는 일반적인 인사조치와 유사해보일 수 있어 노조 탄압 의도를 입증하는 것이 조사의 관건"이라며 "이 때문에 반드시 소환조사가 이뤄져야 한다"고 반박했다.
위의 부당노동행위 의혹이 단순한 인사조치 및 인사평가가 아니라 파업에 참여했던 노조원들을 '표적 보복'한 결과임을 증명하는 데 수사의 초점을 맞추려면 김 사장을 대면 조사해 당시 정황과 속내를 확인해야 한다는 얘기다.
일각에서는 부당노동행위로 체포영장을 발부하는 일은 이례적이라면서 새 정부가 '공영방송 길들이기'에 나섰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1월 대구노동청은 어용노조를 세워 노조를 와해시킨 혐의로 택시업체 대표를 구속했는데, 이는 2008년 이후 8년 만에 부당노동행위 혐의로 구속된 사례일 만큼 드문 일이다.
하지만 노동부 측은 "통상 임금을 체불하고 도주한 사업주에게 주로 영장을 신청하는 것이 사실"이라면서도 "이는 부당노동행위 자체가 노조가 세워진 규모 있는 사업장에서 벌어지기 때문에 해당 혐의를 받는 사업주가 노동청의 소환조사에 불응하고 도주해서 영장까지 신청해야 하는 사례 자체가 드물기 때문일 뿐"이라고 설명했다.
노동계 역시 정치적 공방을 논하기 이전에 MBC의 부당노동행위 사례가 너무나 명백하다고 강조한다.
노조 측 변론을 맡은 민주노총 법률원 신인수 변호사는 "MBC의 경우 2012년 파업 이후 징계나 전보를 받은 이들만 200여명에 달한다"며 "본인의 의사에 반해 부당 전보를 당하거나 부당징계를 받았고, 이 중 상당수가 소송 끝에 승소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MBC와 KBS 모두 방송의 공정성, 공익성을 갖도록 관련 법에 규정됐고, MBC의 경우 2012년 파업 관련 법원 판결에서 방송의 공공성이 중요한 근로조건이라고 판시했다"며 "현재 두 방송사가 공정성, 공익성이 훼손된 결과 제작진의 근로조건이 침해됐다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