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한이 도발하면 앵무새처럼 제재 되풀이, 무력감 느껴"
4일 열린 국회 국방위원회에서는 현 정부의 위기관리 능력을 질타한 야당 의원들 뿐만 아니라 여당 의원들도 송영무 국방부장관을 상대로 안보에 대한 충언을 아끼지 않아다.
민주당 이철희 의원은 "김정은이 핵무기 시찰에 나서고, 수소폭탄 사진까지 공개했는데 그때 우리군이 대북감시나 경계 태세를 격상했어야 하는 것 아니냐"며 "쏘고 나서 뒤쫓아가는 것 보다 징후를 포착했을 때 경계 태세에 나서야 북에 압박감을 보여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의원은 또 "무력감을 많이 느낀다"며 "북한은 쏘고 우리는 최대한 압박하겠다고 하고 앵무새처럼 되풀이하는데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다"며 무력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같은당 진영 의원도 "정부가 앞으로 대북 정책을 추진함에 보다 더 솔직해야 한다고 본다"며 "한미동맹에 이견이 없다고 청와대에서 발표해도 믿어지지가 않는다. 왜냐하면 트럼프 대통령이 매일 트위터를 통해 본인 생각을 말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한미간 대북 기조의 엇박자를 상기했다.
그러면서 "트럼프 대통령이 북한과 사업을 하는 어떤 나라와도 거래 중단을 고려하고 있다. 굉장한 경제 제재를 가할 것처럼 이야기하고 있다"며 "대화를 강조해도 트럼프 대통령의 트위터가 나오면, 한미 정상간 이견이 있고 엇박자 있다고 나온다. 제재 국면이나 대화에서도 공조가 이뤄져야 하는데 이미 의견차 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우려했다.
정부가 대북 대화를 여전히 강조한다면 왜 여전히 대화가 필요한지, 어떻게 대화를 해나가야 하는지 보다 구체적인 구상을 밝히고 미국을 설득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 여 일각 "대북 정책 원점 재검토" 목소리, 秋의 대화 강조는 반응 엇갈려
3선의 설훈 의원은 CBS와의 통화에서 "김정은 체제에서 북한은 이미 외통수로 가고 있기 때문에 수일내에 또다른 도발을 감행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현재 정부나 정치권이 할 수 있는 수단이 많지 않은 것이 현실"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우리는 중국이 오일(원유)을 포함한 강력한 제재에 동참하도록 물밑에서 압박하면서 당분간은 상황을 지켜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재선의 박용진 의원은 여당 내에 엄중한 분위기를 전하면서 "전쟁 이외에 모든 가능성을 원점에서 검토하고 논의해야 할 때"라고 충고했다.
박 의원은 "김대중 전 대통령이 색깔론에 시달리면서도 71년 대선 때 평화체제를, 87년 대선때 연방제 구상을, 97년 집권 이후 햇볕정책을 내놓으며 남북관계의 주도성을 가졌던 것을 상기하고 반성해봐야 한다"며 "보다 담대하고 근원적인 대북 구상이 필요하다"고 주문했다.
한편, 이날 추미애 대표가 국회 교섭단체 연설을 통해 북한과 미국의 동시 특사 파견을 제안하면서 북한과 대화의 준비를 하자고 역설한 것에 대해선 당내 반응이 일부 엇갈렸다.
상당수 의원들은 "제재 국면 속에서도 대화의 필요성이 끊이지 않도록 길을 터준 소신 발언이었다"고 평가했지만 한 중진 의원은 "엄중한 분위기에서 대화 자체를 너무 강조한 것 같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