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대학 풋볼 경기에서 안구암으로 양쪽 눈을 실명한 선수가 동료 선수의 1점 짜리 킥을 완벽하게 어시스트한 사연이 감동을 자아내고 있다.
사연의 주인공은 미국 서던캘리포니아 대학(USC) 풋볼팀 '트로잔'(Trojans)에서 롱스내퍼(Long-snapper)를 맡고 있는 제이크 올슨(20)이다.
지난 1일 웨스턴 미시건 대학교와 경기. 올슨은, 4쿼터 후반 팀동료가 터치다운을 성공시켜 팀이 48-31로 앞서자 투입됐다. 곧이어 다리 사이로 빠지는 패스로 또 다른 동료가 엑스트라 포인트(extra-point)를 얻는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롱스내퍼는 동료에게 정확하고 빠르게 볼을 던져 주는 포지션이고, 엑스트라 포인트는 터치다운 후 1점 짜리 킥을 말한다.
최종 스코어 49-31. 심판의 종료 휘슬이 울리자 동료들은 너나 할 것 없이 올슨에게 다가와 기쁨을 나눴다.
"소속팀 코치 클레이 헬톤이 '준비 됐나'라고 묻길래 '됐다'라고 대답했죠. 정말 아름다운 순간이었어요. 기분 최고였죠. 필드에서 트로잔과 함께 하는 자체가 좋아요. 이 순간은 영원히 잊지 못할 거예요."
올슨은 선천적으로 안구암의 일종인 '망막이종'(retinoblastoma)을 앓았다. 생후 10개월 때 왼쪽 눈, 12살 때(2009년)는 오른쪽 눈마저 완전히 실명했다.
오른쪽 눈에 칼을 대면 더 이상 앞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올슨은 수술 하루 전날 의사에게 간곡히 청했다. "서던캘리포니아 대학 풋볼팀 경기 중계방송을 보게 해주세요."
올슨과 서던캘리포니아 대학 풋볼팀과 인연은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이 학교 풋볼팀 코치였던 피트 캐럴(현 NFL 시애틀 시호크스 감독)은 사연을 전해듣고 올슨이 교내 풋볼 프로그램에 참여하도록 했다.
이후 올슨은 고향 오렌지 카운티에 있는 고등학교 풋볼팀에서 활약했고, 장애인 학생을 위한 장학제도 덕분에 2015년 서던캘리포니아 대학에 입학해 풋볼팀에 정식 가입했다.
지난 1일 경기는 올슨 뿐만 아니라 주변 사람에게도 감격적인 순간이었다. 경기장에서 아들이 뛰는 모습을 지켜 본 올슨의 부모 브라이언과 신디는 "(아들이 패스를 성공시킨 순간) 소리 지르고 펄쩍펄쩍 뛰었다"며 "관중들에게 '내 아들이랍니다'라고 말했다. 아들은 프로 선수 같았다"고 했다.
올슨은 웨이트트레이닝 덕분에 지난 2년간 근육이 40파운드(18.14kg) 가량 늘었다. 쿼터백 샘 다놀드는 "(올슨은) 여기 온 후 정말 열심히 훈련했다. 마침내 기회를 잡은 그를 보니 정말 좋다"고 했다.
감동의 순간은 상대팀 웨스턴 미시건 대학의 협조 없이는 불가능했다. 웨스턴 미시건 대학 선수들은 올슨에게 거친 플레이를 자제했다.
헬톤 코치는 "특별한 선수와 함께 한 매우 특별한 순간이었다. 웨스턴 미시건 대학 코치 팀 레스터에게 감사하다"며 "앞으로 경기에서 적절한 상황이 오면 올슨을 계속 롱스내퍼로 투입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