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기' 카카오뱅크 등장에 은행들 "변해야 산다"

대출 금리 낮추고, 오프라인 채널 특화

(자료=전국은행연합회 제공)
카카오뱅크는 그야말로 은행권에 '메기'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출범 한 달 만에 300만 명에 육박하는 가입자를 확보하면서 시중 은행들에게 "변하지 않으면 도태될 수 있다"는 위기감을 줬다. 규모로는 비교도 안 되는 공룡 시중 은행들이 각종 금리, 수수료 인하를 경쟁적으로 낮추고 미래 영업전략까지 새로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른바 '카뱅 효과'다.


◇카뱅 출범 이후 은행 평균 대출 금리 점차 낮아져

카카오뱅크는 '국민 메신저' 카카오톡을 기반으로 쉽고 빠르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이 최대 강점이다. 하지만 은행 답게 금리나 대출한도 등에서도 시중 은행에 비해 경쟁력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는다. 최대 한도 1억 5천만원, 최저 연 2.86%의 신용한도(마이너스)대출 등에 매력을 느껴 기존 은행에서 카카오뱅크로 갈아타는 사람이 적지 않다.

은행권도 카카오뱅크 출범 전후로 평균 대출 금리를 점차 낮췄다. 전국은행연합회에 따르면 16개 은행의 지난 달 일반 신용대출 평균 금리는 연 4.73%로 지난 6월 4.85%에 비해 0.12%포인트 하락했다. 한 은행 관계자는 "꼭 카카오뱅크 때문은 아니지만, 자본주의 시대에서 가격 경쟁을 하는 것은 필연적"이라며 "당분간 금리 인하 경쟁이 더 치열해질 것 같다"고 말했다.

예ㆍ적금 금리 경쟁도 치열하다. 우리은행은 G마켓ㆍ옥션에서 월 20만원 이상 결제해 우대 쿠폰을 받을 경우 최고 연 7%의 금리를 제공하는 ‘위비Life@ G마켓ㆍ옥션 팡팡적금’을, SC제일은행은 최종모집액이 700억원을 넘을 경우 연 2.1% 금리를 주는 ‘e-그린세이브 예금’을 선보였다. 모두 카카오뱅크 정기예금 금리(2.0%)보다 높다. 몇 년째 금리가 좀처럼 오르지 않았던 은행들의 변신이라 할 수 있다.

◇해외 송금 수수료도 대폭 할인

해외송금 수수료 인하도 카카오뱅크가 가져온 변화다. 카카오뱅크는 해외 송금 수수료를 기존 은행의 10분의 1 수준으로 낮췄다. 실제로 미국 유럽 등 22개국에 미화 5천 달러 이하 금액을 송금할 때 수수료로 5천원을, 5천 달러 초과시엔 1만원을 받는다.

기존 은행들이 송금 수수료와 별도로 해외 전산망 사용로인 전신료, 해외 거점 은행에 지급하는 중개 수수료 등을 요구하는데 비해 카카오뱅크는 일본 태국 필리핀을 제외하면 기타 수수료를 요구하지 않는다.

결국 시중 은행들도 가격 경쟁력 확보에 나섰다, 우리은행은 연말까지 인터넷이나 모바일로 미화 3천 달러 이하 금액을 해외로 송금하면 기존 1만 500원~1만 5천 500원 수준이었던 수수료를 2천 500원에서 5천으로 인하해준다. 신한은행은 연말까지 자사의 모바일 앱을 이용해 해외에 송금할 경우 금액이 3천 달러 이하일 경우 송금 수수료를 면제하기로 했다. 또 기존에 8천원 정도 하던 전신료도 5천원으로 할인했다.

◇모바일 서비스 강화 + 오프라인 채널 특화

카카오뱅크의 성공을 본 시중은행들은 모바일 서비스 강화에도 힘을 쏟고 있다. 일종의 '카카오뱅크 처럼' 전략이다. 신한은행은 '연락처 송금 서비스'를 새롭게 선보였다. 모바일 앱을 이용해 전화번호만 알아도 돈을 이체할 수 있는 것은 물론 돈을 받는 사람이 은행에 계좌를 갖고 있지 않더라도 돈을 받을 수 있다. 계좌가 없더라도 휴대폰 메시지나 카카오톡 메시지로 고유 코드번호를 수신하면 이 번호를 갖고 신한은행의 ATM(자동입출금기)을 통해 곧바로 돈을 찾을 수 있다.

반면 인터넷은행이 할 수 없는 오프라인 채널을 특화해 차별화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시중 은행들이 고액 자산가 거주 지역에 프라이빗뱅킹(PB)센터를 확대하거나 대학가에 20대를 위한 지점을 만드는 등 오프라인 채널을 강화하는 식이다. 최근 점포 수를 줄여 가는 추세와 반대되는 현상이다.

결국 '카뱅 효과'가 은행들의 생존전략까지 바꾼 셈이다. 한 은행 관계자는 "카카오뱅크의 장점을 취해 모바일 서비스를 강화하는 반면 카카오뱅크는 할 수 없는 은행 지점만의 차별화를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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