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발표 보름 전부터 '은둔의 경영자'로 알려진 이 전 의장이 직접 세종시에 있는 공정위까지 찾아가 '총수 없는 기업' 지정을 적극적으로 요청했던 네이버였다.
네이버 3일 공정위의 준대기업집단 지정에 대해 "기업 규모에 걸맞은 사회적 의무를 다하고 투명성을 갖춰야 한다는 데 동의한다"면서 "공시대상기업집단이 공개해야 할 자료 제출 요청에 성실하게 임했으며, 앞으로도 법이 정한 의무를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도 "이 전 의장을 네이버 기업집단의 '총수'로 지정한 것은 기업집단제도가 탄생한 30년 전의 기준에 의한 것"이라며 안타까워했다.
순수 민간기업의 자산 규모가 5조원 이상으로 성장했을 때, 지금까지 '총수 없는 기업'으로 지정된 사례는 민영화된 기업과 외국계, 법정관리 기업을 제외하고는 없었던 것을 근거로 들었다.
잎사 지난달 14일 이 전 의장은 법무 담당 임원들과 함께 세종시에 위치한 공정위 방문 당시 '총수 없는 대기업'이 돼야 한다는 입장을 피력한 바 있다.
투명한 지배구조와 전문경영인 체제를 갖추고 있는 만큼 이 전 의장이 아닌 '네이버 법인'을 '동일인'으로 지정하고, KT·포스코 등 지금까지는 민영화된 대기업에서 주로 찾아볼 수 있는 '총수 없는 대기업'의 개념을 적용해달라는 게 네이버측 주장이다.
네이버 관계자는 "국가가 일정 규모로 성장한 모든 민간기업들에게 재벌과 총수의 개념을 부여하는 것은, 기업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각 자체가 기업집단제도가 탄생한 30년 전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며 아쉬워 했다.
이어 "사회가 성장하기 위해선 총수 없는 민간기업을 인정하고 이를 더 장려하는 분위기가 필요하다"면서 "지금이라도 총수 개인이 지배하지 않고, 이사회와 전문경영인이 책임지고 경영하는 새로운 사례를 만드려는 노력과 의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업계에서는 공정위의 결정 이전부터 "이 전 의장의 지분이 4%에 불과하며, 의장직에서 물러나 글로벌 전략만 추진하는 현재의 상황도 고려해야 한다"는 의견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국내의 일반적인 대기업과 달리 네이버는 친인척의 지분도, 이를 활용한 순환출자도 없을 뿐더러 라인과 스노우 등이 100% 자회사로 운영되는 등 전문경영인과 이사회 중신의 투명한 경영환경을 자랑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 전 의장이 총수로 규정되면 글로벌 무대에서 네이버의 이미지가 나빠질 것이라는 비판도 나왔다.
공정위는 조사결과 드러난 이 전 의장이 지분 100% 보유한 개인회사(지음, 경영컨설팅)와 사촌(화음. 음식점)·육촌(영풍항공여행사) 소유의 회사 등 3개사를 총수 일가 사익 편취 규제 대상 회사로 지목하며 총수 지정 근거를 보탰다.
그러나 사촌과 육촌의 회사는 이 전 의장의 지분도 없고 네이버와의 거래도 전혀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네이버 관계자는 "이 전 의장의 경영 컨설팅회사 지음 역시 네이버와의 거래 없이 별도로 설립한 회사일 뿐, 세 곳 모두 공정위가 내부거래 등 사익편취 대상으로 지목할 만한 규제 대상에 해당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네이버 측은 이번 공정위의 결정이 다소 가혹하다고 바라보면서도, 이번 총수 지정 논란으로 재조명된 대기업집단 기준이, 30년 전 시각에서 벗어나 유연하게 운용되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기도 했다.
아울러, "순환출자 및 친족의 지분 참여가 없는 투명한 지배구조와 투명한 플랫폼 운영, 진실성을 중심으로 하는 기업문화를 바탕으로, 탄탄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겠다"는 포부도 밝혔다.
준대기업 지정에 대한 네이버 입장표명 전문 |
지난 1일 공정거래위원회는 네이버를 공시대상기업집단(준대기업집단)으로 지정했습니다. 네이버는 기업이 규모에 걸맞은 사회적 의무를 다하고 투명성을 갖춰야 한다는 데 동의합니다. 이에 공시대상기업집단이 공개해야 할 자료 제출 요청에 성실하게 임했으며, 앞으로도 법이 정한 의무를 다할 것입니다. 다만, 네이버 이해진 GIO(Global Investment Officer)를 네이버 기업집단의 ‘총수(總帥)’로 지정한 것에 대해서는 안타깝게 생각합니다. 순수 민간기업의 자산 규모가 5조원 이상으로 성장했을 때, 지금까지 총수 없는 기업으로 지정된 사례는 민영화된 기업과 외국계, 법정관리 기업을 제외하고는 없었습니다. 국가가 일정 규모로 성장한 모든 민간기업들에게 재벌과 총수의 개념을 부여하는 것은, 기업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시각 자체가 기업집단제도가 탄생한 30년 전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우리 사회가 한발 더 앞으로 나아가기 위해선, 총수 없는 민간기업을 인정하고 그런 기업들이 더 많아질 수 있도록 장려하는 분위기가 필요합니다. 지금이라도 총수 개인이 지배하지 않고, 이사회와 전문경영인이 책임지고 경영하는 새로운 사례를 만들어 가려는 노력과 의지가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네이버는 창업자가 4%대의 낮은 지분을 보유하고 있으며, 친인척의 지분도, 이를 활용한 순환출자도 없습니다. 또한, 전문경영인과 이사회 중심의 경영체계도 확립하고 있습니다. 네이버는 이번 이해진 GIO의 총수 지정 건이 논쟁에 그치지 않고, 기업의 의미 있는 성장과 우리 사회의 새로운 가능성을 담을 수 있도록 대기업집단 제도가 30년 전의 시각에서 벗어나 유연하게 운용되는 계기가 되기를 희망합니다. 네이버는 앞으로도 1)순환출자 및 친족의 지분 참여가 없는 투명한 지배구조 2)투명한 플랫폼 운영 3)Integrity를 중심으로 하는 기업문화를 바탕으로, 탄탄한 글로벌 기업으로 성장해 나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