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당은 의사일정 보이콧 결정이 MBC 김장겸 사장 개인이 아닌 민주주의와 언론을 지키기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지만, 부당노동 행위와 관련해 행정 관청 조사에 불응한 방송사 사장을 지키기 위해 국회를 볼모로 잡는다는 비판에도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 "모든 의사일정 거부…MBC 정상화까지"
2일 오후 한국당은 이례적으로 주말 긴급 의원총회를 소집해 정기국회 전면 보이콧이라는 결론을 냈다. 이에 따라 한국당은 다음주 월요일(4일)부터 모든 의사일정을 거부하게 된다. 한국당은 "MBC가 정상화될 때까지 보이콧"이라는 방침을 세우고, 향후 각 상임위를 중심으로 청와대·대법원·대검찰청·고용노동부·방송통신위원회 등을 항의방문할 방침이다.
정우택 원내대표는 이날 의원총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문재인 정부의 언론 탄압과 언론 파괴에 대해서 모든 의원들이 공분을 했다"고 말했다. 또 "이것은 단순한 MBC 사장의 구속의 문제나 체포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근본 가치인 자유민주주의를 파괴하는 것이라는 데 공감했다"고 내부 분위기를 전했다.
한국당 내 방송장악저지특별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는 김태흠 의원도 기자들과 만나 "향후 대국민 투쟁을 벌여나가겠다"며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그는 "아울러 각 당원협의회와 시도당에서는 이 문제에 대해 현수막 게재 등의 홍보전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특위 위원들은 김장겸 사장에 대한 체포영장이 주말 사이에 집행될 것을 대비한 비상 대기 상태에도 들어간다.
한국당은 김장겸 사태를 두고 "언론 역사상 그리고 국제적으로도 있을 수 없는 '제도를 이용한 폭거'"라고 평했다. 또 "이 다음 차례는 무엇이 될지, 누가 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우리가 그토록 소중히 지켜왔던 건전한 시스템을 지키기 위한 행보에 국민들께서 관심을 가져주실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 "전 세계에서 유례없는 일" VS "전혀 정당성 없다"
홍 대표는 모두발언을 통해 "이대로라면 나라가 망하겠다는 생각이 든다"며 거센 언사를 쏟아냈다. 그는 지난 10년간 보수정권이 MBC를 "겨우 공영방송으로 돌려놨다"고 말하며 "되돌려놓은 것을 현 정부가 다시 어용방송으로 만들겠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태의 본질이 "민주노총 언론노조가 MBC와 KBS를 정권의 나팔수로 만들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요즘은 중국의 문화대혁명을 연상시킨다, 한국 사회 전체가 강성 귀족노조 세상이 되고 있다"고도 했다.
이날 진행된 의총에서는 한국당 내 검찰 출신 의원들도 저마다 한 마디씩을 보탰는데 박근혜 정부의 실패에 일정한 책임이 있는 의원들도 적극적으로 발언했다.
박근혜 정부에서 정무비서관을 지낸 주광덕 의원은 법원의 영장 발부가 상식적인 법 집행이 아니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이 것은 전 세계에서 유례가 없는 일이다. 대한민국 역사상으로나 전 세계적으로도 공영방송에 대해 특별근로감독하고 인지 수사를 하는 일은 없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박근혜 정부에서 민정수석비서관을 지낸 곽상도 의원은 김장겸 사장에 대해 영장을 발부한 판사가 국제인권법연구회 소속인지를 알아봐야 한다고 주장했다. KBS 정연주 전 사장과 MBC PD수첩 팀을 수사했던 최교일 의원은 "이번 사태와 전 사태는 분명히 다르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국당의 이같은 결정을 두고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정의당은 즉각 비판을 쏟아냈다.
민주당 강훈식 원내대변인은 구두논평을 통해 "(한국당이) 영장 발부를 언론 탄압이라고 하는데, 본인들의 과거의 경험일 수는 있으나 국민은 그렇게 느끼고 있지 않다"며 "국민을 내팽개치고 적폐세력을 비호하는 국정농단 세력다운 결정"이라고 말했다.
국민의당 양순필 수석대변인은 국회 브리핑을 통해 "한국당이 김 사장에게 체포영장이 발부된 것을 핑계로 국회를 전면 보이콧 하려는 것은 전혀 정당성이 없다"고 꼬집었다.
정의당 추혜선 수석대변인은 한국당의 보이콧을 두고 "진절머리 나는 작태"라고 말했다. 바른정당만이 "한국당을 저렇게 만든 근본적인 원인은 청와대의 독선과 오만에 있다"며 한국당 편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