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부싸움에 이별 통보에…욱해서 위험천만 '우발적 방화'

올해 전국 방화 건수 600여건 달해…홧김에 불 지르고 후회, 파멸 자초 인명 사고 초래할 수 있어 엄벌…"폭력 등 사전 징후…적극 대응 해야"

부부싸움을 했거나 연인의 이별 통보를 받고 홧김에 불을 지르는 우발적 방화가 잇따르고 있다.

순간적으로 치밀어 오르는 분노를 억누르지 못해 저지르는 일이지만 그 결과는 돌이킬 수 없는 참담한 결과를 초래한다.

지난 1일 새벽 0시 55분께 충남 천안시 서북구 업성동 한 선박부품 제작업체서 불이 났다.

불은 선박 엔진과 배 부속품, 센터 내부 2천여㎡를 태워 4억9천만원(소방서 추산)의 재산피해를 냈다.

경찰은 "동생이 회사에 불을 지르겠다고 협박했다"는 A(47)씨 누나의 신고로 수사에 착수, 2시간만에 천안터미널에서 A씨를 붙잡았다.

A씨는 누나에게 생활비를 요구했으나 거절당하자, 누나가 다니는 직장에 인화물질을 뿌리고 불을 지른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은 A씨를 상대로 정확한 사건 경위를 조사하고 있다.

지난달 31일에는 부부싸움 후 자신의 집에 불을 지른 60대가 경찰에 붙잡혔다.


B(60)씨는 지난달 31일 오후 5시 25분께 충북 충주시 자신이 거주하는 상가 건물 3층 주택에 불을 지를 뒤 "집에 불이 났다"며 119에 신고했다.

이어 건물 옥상으로 올라가 8m 아래 바닥으로 떨어진 A씨는 양다리에 부상을 입고 병원으로 옮겨졌다.

불은 주택 내부 31㎡를 태워 700만원(소방서 추산)의 재산피해를 낸 뒤 12분 만에 진화됐다. B씨의 집에서는 라이터와 시너가 발견됐다.

B씨는 사건 전날 부부싸움을 한 뒤 아내와 떨어져 지냈던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달 12일 부산에서는 헤어지자는 동거남의 말에 화가 나 집에 불을 지른 50대 여성이 경찰에 붙잡혔다.

2일 소방청에 따르면 올해 1∼8월 전국에서 방화(방화 의심 포함)로 인한 화재 발생 건수는 629건에 이른다.

이중 방화 원인이 조사된 321건 중 '단순 우발적'으로 불을 지른 것으로 조사된 사례가 전체의 23.3%(75건)을 차지, 가장 많았고 가정불화로 인한 방화가 17.8%(57건)으로 뒤를 이었다.

방화 범죄의 절반이 감정 조절에 실패한 우발적 범행인 셈이다.

경찰 관계자는 "방화 범죄는 계획적으로 이뤄진 경우보다 감정을 조절하지 못해 충동적으로 일으키는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대부분 화가 누그러지고 나면 후회를 한다"고 전했다.

고의로 불을 내는 행위는 자신뿐만 아니라 대형 인명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무거운 처벌을 받는다.

현주건조물 방화죄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지고 미수범도 처벌한다. 방화로 인해 인명 피해가 발생하면 사형에 처해질 수 있다.

김영식 서원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우발적이라고 하더라도 방화 범죄자는 폭력적인 행위를 하는 등 사전 징후가 나타난다"면서 "상담·치료 프로그램을 운용하면 강력 범죄를 예방하는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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