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범한 외모 장동건, 이면의 평범한 고민들

[노컷 인터뷰 ②] "고소영과 광고 안 찍는 이유? 얄미워 보일까봐"

영화 '브이아이피'에서 기획 귀순을 주도한 국정원 요원 박재환 역을 맡은 배우 장동건. (사진=SM C&C 제공)
데뷔 25년 차 배우이지만 장동건의 필모그래피는 그리 많지 않다. 그에게도 까다롭게 작품을 고르던 시절이 있었다. 작은 단점에 매여 포기한 작품도 많았고, 그렇게 열심히 선택했지만 흥행하지 못한 작품도 있었다.

이제 작품의 단점보다 장점을 본다는 그의 얼굴에는 연륜에 따른 여유로움이 묻어났다. 배우 뿐만 아니라 두 아이의 아버지로서 자신이 보내고 있는 일상 또한 확실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이전에 연기했던 작품을 되짚어 보면서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브이아이피'에서 유독 안정적이었던 그의 연기는 어쩌면 이런 자연스러운 모습에서 비롯된 것인지도 모른다.

다음은 이어지는 장동건과의 일문일답.

▶ 본인이 다작을 하는 배우는 아니다. 연기를 하지 않을 때 갈증을 느끼거나 하지는 않나.

- 갈증이 생기는 건 작품을 하고 하지 않고와는 관련이 없는 것 같다. 최근에는 공백이 길어지지 않도록 의도적으로 노력을 많이 하고 있다. 25년이라는 경력에 비해 작품수가 많지 않은 게 아쉽더라. 예전에는 좋은 게 70이고 걸리는 게 30이면 30을 크게 생각해서 고사했었다. 그런데 지금은 70이 좋고, 재미가 있겠다 싶으면 한다. 좀 더 많은 작품에 참여하고 싶다는 욕망도 있지만 그렇게 신중하게 고른 작품들이 다 잘되는 건 아니더라.

▶ 아직 '태극기 휘날리며'만큼 흥행한 영화는 나타나지 않았다. 아무래도 배우들은 흥행 성적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여기에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는데 본인은 어떤 생각을 갖고 있는지 궁금하다.

- 그 정도되는 성공을 보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해왔던 작품들은 다 나름대로 의미가
있다. 사실 흥행이 되게 중요하다. 결과가 좋아야 같이 고생한 사람들도 행복한 거 아닌가. 어차피 같은 분야에서 일하니까 또 만나게 되는데 아무리 과정이 좋아도 결과가 좋지 않으면 서먹하더라. 최근에 라디오 프로그램을 나갔는데 모니터에 나의 25년 세월에 대한 이야기들이 올라왔다. 어쨌든 내가 그렇게 다양한 사람들에게 영향을
끼치고 살았다는 걸 느꼈다.


▶ 최근 아내인 고소영도 드라마로 복귀해서 호평 속에 열연을 펼쳤다. 서로 활동하는 것도 지켜보고 하는 편인가.

- 방송 할 때는 같이 보는 걸 싫어한다. 거실에 나가서 보라고 한다. (웃음) 드라마 자체는 아쉬운 점도 있었지만 즐거워하면서 설레는 게 보이니까 좋더라. 사실 오랜만에
나설 때가 제일 힘들지 않나.

영화 '브이아이피'에서 기획 귀순을 주도한 국정원 요원 박재환 역을 맡은 배우 장동건. (사진=SM C&C 제공)
▶ 연기도 중요하지만 가족과의 시간도 빼놓기 어려울 것 같다. 아이들과도 시간을 자주 보내는 편인가. 여름 휴가로 어디 다녀온데가 있는지 궁금하다.

- 아이들은 고소영 씨가 많이 보는 편인데 일이 없을 때는 아이들과 시간을 보낸다. 아이들 집에 오는 시간, 자는 시간에 맞춰서 하루 일정이 짜여져 있다. 친구들과 술 약속을 잡아도 밤 9시 이후에 잡는다. 아이들이 방학해서 2주 전에 제주도에 다녀왔는데 내가 좋아하는 '제주도의 푸른밤'이라는 노래를 틀어놨더니 큰 아들이 외워서 따라하더라. 그 애 인생의 첫 번째 대중가요가 '제주도의 푸른밤'이 된 거다.

▶ 고소영과 드라마에서 인연을 맺었는데 지금 다시 같이 연기를 한다고 하면 어떤 기분일까. 광고나 예능프로그램 등 섭외는 많았을 것 같은데 두 사람이 함께 하는 활동이 거의 없는 것 같다.

- 아마 고소영 씨가 하지 않는다고 할 가능성이 높다. 나 역시 편하지 않을 것 같아서
하고 싶지 않다. (웃음) 광고 같은 건 일부러 둘이 함께 나오는 광고는 하지 않았다.
물론 공식석상에서 사람들 눈을 피해서 다니고 이런 건 아닌데 둘이 같이 나와서 광고를 하면 얄미워 보일 것 같아서 하지 말자고 이야기를 나눴었다.

▶ 필모그래피 중에서 지금 연기한다면 더 좋을 것 같은 작품도 있을까.

- '신사의 품격'을 지금 찍으면 더 재밌게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그 때는 그렇게 풀어지는 연기를 처음하는 것이기도 했고, 마음의 준비가 덜 된 상태였다. 중요한 건 내가 준비가 잘 돼서 즐길 수 있는지 여부 같다. 40대 중반 남자들에게 그런 기획 자체가 오기 쉽지 않은데 그 작품은 정말 운이 좋았다.

▶ 바로 영화 '창궐'에 들어간다고 알고 있다. 이 작품에 기대하는 바는 무엇이고, 또 본인이 하고 싶은 장르 영화가 있다면 이야기해달라.

- '창궐'은 9월에 크랭크인한다. 현빈과 하면 재밌을 것 같고, 시나리오를 읽을 때 마블 같은 느낌이 들었다. 요즘에는 좋은 멜로 영화가 별로 없는 것 같은데 신파나 격정 멜로 말고 아련하면서도 우아한 중년 멜로 영화를 한 번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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