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청은 '신 구청장이 증거인멸을 실행에 옮긴 강남구청 간부와 범행 현장에 함께 있었다'는 CBS노컷뉴스 단독보도 이후 "신 구청장이 증거인멸을 지시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지만 이는 사실과 달랐다.
◇신연희 구청장, 전산정보과 직원 증거인멸 거부하자 자료삭제 직접 지시
CBS노컷뉴스가 여선웅 강남구의원과 함께 '강남구청 증거인멸' 사건을 취재한 결과, 지난 7월 21일 김청호 강남구청 전산정보과장(5급)이 서버실에서 전산자료를 삭제할 수 있었던 것은 신 구청장의 직접 지시가 있었기 때문으로 확인됐다.
이날 김 과장이 삭제한 자료는 2012년부터 최근까지 5년 동안 강남구청 직원 1,500명이 컴퓨터로 프린트한 문서 내용이 그대로 담긴 압축파일들로, '출력물보안시스템' 서버에 저장돼 있었다.
2012년 강남구에서 도입한 출력물관리시스템 상에서 출력한 원본이미지를 A4 용지 기준으로 150킬로바이트(KA) 용량으로 압축해 저장한 자료다. 강남구청과 관내 동사무소의 모든 PC에서 출력한 출력물이 그대로 보관돼 있다.
김 과장은 지난 7월 20일 신 구청장의 횡령·배임 사건을 수사 중인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가 1차 압수수색(7월 11일) 때 확보하지 못한 해당 자료를 임의제출해달라고 요구하자 "영장을 가져오라"면서 거부한 뒤 하루만에 모두 삭제했다.
범행 당일 전산정보과 서버 관리 담당 직원 A씨에게 자료 삭제를 지시했지만 A씨가 "증거인멸"이라며 거부하자 김 과장 본인이 직접 실행에 옮긴 것이다.
경찰은 임의제출 요구를 거부당한 뒤 압수수색 영장을 다시 발부받아 지난달 7일 강남구청 전산정보과에 대한 2차 압수수색에 나섰지만 자료가 삭제된 사실을 확인하고 사실상 빈손으로 돌아가야 했다.
이후 김 과장을 참고인으로 불러 조사한 뒤 증거인멸 혐의 피의자신분으로 전환하고 수사 중이다.
CBS노컷뉴스는 김 과장이 지난 7월 21일 A 씨에게 전산자료 삭제를 지시했다가 거부당하자 전산자료를 삭제한다는 내용의 문서를 작성해 신 구청장에게 보고했고, 신 구청장은 이 문서에 서명한 뒤 김 과장에게 건넨 사실을 확인했다.
김 과장은 신 구청장이 건넨 문서를 들고 다시 A씨에게로 가 자료삭제를 재차 주문했지만 A 씨가 "증거인멸"이라며 또다시 거부한 것으로 나타났다.
'출력물보안시스템 개선계획'이라는 제목으로 된 문서에는 '사생활 및 개인정보가 있기 때문에 출력물보안시스템 운영을 중단하고 내용을 삭제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신 구청장이 자필로 직접 서명했다.
특히 신 구청장이 서명한 문서는 강남구청 전자결재 시스템에 등재조차 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됐다.
김 과장은 A 씨에게 신 구청장이 서명한 문서를 보여줬음에도 지시를 거부하자 오후 6시 일과시간 이후부터 밤 10시경까지 서버실에 들어가 전산자료를 삭제했다.
전산정보과 서버실을 비추고 있는 CCTV영상에는 신 구청장이 다수의 참모진을 대동하고 서버실에 들어가가 김 과장과 함께 있는 모습이 그대로 찍혔다. 신 구청장이 서버실에 들어갈 때 김 과장이 문을 열어주고 인솔하는 장면도 녹화됐다.
신 구청장은 서버실에서 김 과장이 전산자료를 삭제하는 모습을 뒤에서 지켜봤고, 이 모습은 일부 전산정보과 직원들도 목격한 것으로 알려졌다.
앞서 강남구청은 "신 구청장이 김 과장과 전산실을 간 것은 맞지만 김 과장이 불필요한 자료를 지우겠다고 보고하자 이참에 서버와 하드웨어를 직접 한 번 보고자 전산실을 찾은 것"이라며 "신 구청장이 증거인멸을 지시하지 않았다"고 해명한 바 있다.
CBS노컷뉴스는 신 구청장의 입장을 듣기 위해 수차례 연락을 시도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여선웅 강남구의원은 "신연희 강남구청장이 증거인멸 현장에 직접 간 이유가 밝혀졌다. 친필 서명한 자신의 지시문서에도 해당 직원이 거부하자 직접 증거인멸 현장을 지휘감독 한 것"이라며"당장 구속 수사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