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불출석 11명 첫 재판…법정은 '도떼기시장'

朴 정권 하수인들…이제는 모두 '무직자'로

안봉근 전 청와대 국정홍보비서관이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국회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1회 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황진환기자

국회 청문회에 무단 불출석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봉근·이재만 전 청와대 비서관 등 11명이 법정에 출두했다. 피고인 측 숫자가 많아 법정 안은 말 그대로 도떼기시장을 방불케 했다.

1일 오전 서울중앙지법 12단독 박평수 판사는 국회에서의 증언 및 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피고인 11명에 대한 첫 공판을 진행했다.

피고인 11명과 변호인이 소법정을 디귿(ㄷ)자로 둘러쌀 정도로 법정은 가득 찼다. 재판부가 피고인 측 출석을 확인하는 데만 10분가량 걸렸다.

재판부는 이들 11명에 대해 직업을 물었지만 승마코치인 박재홍씨, "삼남개발 대표이사"라고 답한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의 장모 김장자씨를 뺀 나머지는 모두 "무직입니다", "없습니다"라고 답했다.

김장자씨는 귀가 잘 들리지 않는지 재판부가 "앉으라"는 말도 변호인이 옆에서 다시 얘기해줘야 들을 수 있었다.

이재만 전 청와대 비서관이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국회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1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황진환기자

한일 전 경위와 승마코치 박씨는 법정에 5분가량 늦게 도착했다. 그 바람에 한 전 경위는 자리가 없어 법정 가운데 있는 증인석 옆에 비스듬히 앉아 고개를 돌려 재판부를 바라봐야했다.

구속된 김경숙 전 이화여대 학장 역시 앉을 데가 자리를 마련하느라 한동안 법정 안을 서 있어야했다. 김 전 학장은 재판 내내 힘없이 고개를 옆으로 15도가량 기울인 채 앉아있었다.

안봉근 전 비서관은 재판 도중 종종 눈을 감고 고개를 숙여 조는 듯한 모습을 연출했다. 바로 옆에 앉아있던 이재만 전 비서관은 시종일관 법정 벽에 머리를 기대고 있었다.

이날 첫 공판에 출석한 피고인 11명 모두 지난해 11월부터 올 1월까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 관련 국회 국정조사 청문회에 고의로 출석하지 않은 혐의를 받는다.

박상진 전 삼성전자 사장이 1일 오전 서울 서초구 중앙지방법원에서 열린 국회 증언·감정 등에 관한 법률 위반 1회 공판에 출석하고 있다. 황진환기자

이날 법정에 예정보다 일찍 도착한 안 전 비서관은 기자들의 눈을 피해 공판이 열린 522호 법정에서 멀리 떨어진 520호 법정 앞에 앉아 대기했다.

취재진이 안 전 비서관에게 그가 근무했던 청와대 제2부속비서관실에서 나온 9308건의 파일 등에 대해 물었지만, 변호인 측은 "인터뷰 안 한다. 재판에 관련된 것도 아니다"라며 취재진을 밀쳤다.

안 전 비서관은 재판을 마치고 나와서도 취재진의 질문에 일절 응하지 않았다. 안 전 비서관은 한동안 차량을 찾아 법원 밖을 맴돌기도 했다.

이날 재판에서 안 전 비서관과 이 전 비서관은 지난 국정조사 청문회에 "특별한 사유 없이 출석하지 않았다"며 혐의를 인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