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이 앞서가면 KIA가 바로 추격하고 다시 도망가면 금세 승부를 원점으로 돌리는 시소게임이 이어졌다. 그리고 KIA에 찬스가 왔다.
3-3으로 팽팽하게 맞서던 4회말. KIA에 2사 2, 3루가 만들어졌다. 앞서 두산이 무사 만루 상황에서 단 1점을 챙기는 데 그치면서 KIA가 역전의 발판을 마련했다. 그리고 타석에는 찬스에서 강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는 김선빈이 들어섰다.
김선빈은 찾아온 기회를 그냥 흘려보내지 않았다. 깨끗한 적시타로 주자 2명을 모두 홈으로 불러들였다. KIA는 이 점수로 확실한 승기를 잡았고 이후 차곡차곡 점수를 벌려가며 9-4로 승리까지 낚았다.
만약 KIA가 이 경기에서 졌다면 정규리그 우승이 가시밭길이 될 수도 있었다. 이런 중요한 상황에서 김선빈이 해결사 본능을 뽐내며 팀을 위기에서 구해낸 것이다.
이날 경기에 김주찬을 대신해 2번 타자로 경기에 나선 김선빈은 4타수 2안타 2타점 1득점으로 펄펄 날았다.
김선빈은 "2위 두산이랑 한다 해서 신경 쓰지 않았다. 우리 할 것만 하자 했던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승리 소감을 전하고 "주자가 있으면 더 재미있다. 그리고 타점을 올리면 기분이 좋다"고 웃음을 지었다.
그렇다고 단순히 득점권 상황에서만 강한 것이 아니다. 김선빈은 0.384의 고타율로 리그 전체 1위를 질주 중이다. 팀 동료인 2위 최형우(0.366)와도 다소 차이가 있는 넉넉한 선두다. 분명 타이틀 획득에 대한 욕심이 있을 터. 하지만 아직은 시기상조라고 손을 저었다.
김선빈은 "아직은 20경기 이상 남아있기 때문에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면서도 "10경기, 5경기 정도 남으면 욕심이 날 것 같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팀의 정규리그 우승 역시 경기가 많이 남아 단정하기 어렵다"며 "언제 또 잡힐지 모르는 상황이기 때문에 1승씩 채워가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득점이 필요한 상황에서 확실히 제 몫을 해주고 있는 '작은 거인' 김선빈. 그의 존재감은 KIA가 단독 선두를 유지할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