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교수는 31일 방송된 JTBC 리뷰 토크쇼 '썰전'에서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는 개인으로 보면 좋은 분이라고 생각한다. 법관으로서 소신을 지키면서 일관되게 해왔고, 도덕적으로도 큰 흠결이 없는 것 같다"면서도 "인사의 흐름은 상당히 우려되는 바가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우리법연구회'와 후신 격인 '국제인권법연구회'라는 소위 진보 성향 판사들의 모임이 있다. 공교롭게도 여기 소속 인사들이 대부분 주요 직책으로 나가고 있다"며 "사법부 인사의 전반적인 흐름이 너무 한쪽으로 기울지 않나 싶다. 다시 말해 '코드 인사'라고 볼만한 충분한 이유가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그러자 유시민 작가는 "'코드 인사' 맞다고 본다. 그런데 '코드 인사' 안 할 거면 정권을 왜 교체하느냐"고 맞받아쳤다. 이어 "퇴임을 앞두고 있는 양승태 대법원장을 보라. 이명박 전 대통령이 보수니까 보수 성향 법관을 대법원장 자리에 앉혔던 거다. 당시 야당과 시민 사회에서 비판하긴 했지만 자격시비를 걸지는 않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미국도 공화당이 집권하면 보수적인 대법관을 채우고, 정권이 바뀌면 민주당 성향 대법관을 채운다"며 "양승태 대법원장을 임명한 이명박 전 대통령의 판단이나 이번에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를 지명한 문재인 대통령의 판단이나 거기서 거기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이에 박 교수는 "제가 말씀드리고 싶은 건 일련의 사법부 인사 흐름이다. 보수 정권이 만약 보수 일변도의 대법관이나 헌법재판관들만 임명했다면 그것도 문제다. 그런데 된장찌개가 싫다고 모두 김치찌개로 바꾸면 그것도 문제이며 바람직하지 않은 일이다"라고 맞섰다.
이어 그는 "보수로 기울어진 운동장을 어느 정도 바로 잡겠다는 것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면서도 "바로 잡으려면 왼쪽으로 기우는 게 맞다. 그런데 왼쪽으로 너무 확 기울이면 다시 기울어지는 거다. 그러면 세상은 늘 구부러진 막대가 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되면 나중에 보수가 정권을 다시 잡았을 때 또 똑같을 행동을 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그러면서 "진보적인 성향을 가진 판사들이나 법관들 가운데서도 얼마든지 우리법연구회 출신이 아닌 사람들이 많다. 그런데 지금 법조 인사하는 것마다 우리법연구회 출신이다"라고 지적했다.
그러자 유 작가는 "우리법연구회면 어때요?"라고 반문했고, 박 교수는 "'어때요?'라고 하는 것은 내부자 논리다. 바깥에서는 균형을 잡아주어야 하지 않느냐"라고 맞섰다.
이에 유 작가는 "저는 내부자가 아니다"라고 강조하며, "지금 국제인권법연구회 같은 게 구성원 수가 가장 많은 법관 단체다. 개인적으로는 법관들은 기본적으로 다 보수적이라고 본다. 덜 보수적인 사람과 많이 보수적인 사람들이 섞여있는 거라고 본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만약 그 안에서 진보 보수를 나눠 놓으면 누구를 시키느냐. 무색무취의 어떤 액션도 하지 않는 그런 사람만 시킬 것 아니냐. 그게 과연 바람직한 구성이냐고 보느냐"고 되물었다.
그러자 박 교수는 "그것도 바람직하지 않지만, 가장 중요한 건 법원의 공정성과 신뢰성"이라며 국민들이 사법부의 균형을 원할 것이라는 주장을 폈다.
하지만, 유 작가는 "공정성과 신뢰성은 법관의 정치적 성향의 균형으로 이루어지는 게 아니라 올바른 판결을 내릴 때 신뢰가 생기는 것"이라며 "진보 법관 많다고 공정해지는 것도, 보수 법관 많다고 신뢰성 있어지는 것도 아니다"라며 박 교수의 생각에 동의할 수 없다는 뜻을 분명히 밝혔다.
박 교수 역시 "코드에 맞는 사람들만 쓰는 건 좋은 인사가 아니다. 적재적소에 좋은 인물 쓰고, 균형을 잡아 주어야 한다. 그런 면에서 한쪽으로 치우친 지금 인사는 바람직하지 않다"고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