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에 보수통합론도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고 있는 가운데 자강론을 강조해왔던 이혜훈 대표가 휘청이면서 위기감이 더욱 고조되는 모양새다.
사업가 A 씨가 31일 언론을 통해 제기한 의혹의 골자는 사업상 편의를 제공받는 대가로 이 대표에게 현금과 명품 등 6000만 원의 금품을 제공했다는 것이다.
이에 이 대표는 빌린 돈을 모두 갚았으며, 금품의 대가로 사업 편의를 봐주는 등의 행위는 없었다고 즉각 반박했다. 그는 "(사업가 A 씨는) 각종 조언을 하면서 코디용 소품을 가져왔다. 물품처리하고 구입비용을 완납했다. 모든 것을 통틀어 6000만 원 정도"라며 "차용증이 있다. 언제라도 보여드릴 것"이라고 밝혔다.
이 대표는 A 씨의 사기 전력을 언급하며 "의도를 갖고 접근해 온 사람을 분별하지 못하고 제대로 차단하지 못해 생긴 일"이라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심려를 끼쳐서 여러가지로 유감"이라고 했다.
이 대표는 법적 대응을 예고했고, A 씨 역시 이 대표의 해명을 "거짓말"이라고 재반박하며 검찰에 수사를 의뢰했다. 사안이 진실공방으로 번지면서 사실 여부를 떠나 당은 당분간 이 문제에 발목이 잡힐 것으로 보인다.
당은 원래 이날 열린 연찬회에서 '문재인 정부 견제'에 방점을 찍은 101개 중점 추진법안을 발표하며 정기국회를 앞두고 전열을 가다듬고자 했다. 하지만 돌발 악재와 마주하면서 의원들은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책임론도 조심스럽게 제기됐다. 당 관계자는 "당이 깨끗한 보수를 내세웠는데, 일단 이런 의혹이 불거진 것만으로도 당에는 타격"이라고 지적했다. 또 다른 의원은 좀 더 나아가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로 전환해야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고 밝혔다.
보수통합이나 국민의당과의 연대에 대한 의견이 돌출하는 점도 당 차원에서 정리해야 할 또 다른 과제다. 이날 연찬회에서도 관련 논의가 이어졌지만 뚜렷한 결론을 내진 못했다.
다만 당 관계자는 "문재인 정부 견제를 위해서는 보수통합이 필요하지만, 가치 공유 등 여건이 마련되지 않았다는 의견이 많았다"고 전했다. 김무성 의원도 한국당 정진석 의원과 함께 출범시킨 정책 연대 모임 '열린 토론, 미래'와 관련해 현 정부 견제를 위한 정책 모임일 뿐, 보수통합을 위한 정치적 모임으로 해석되는 건 오해라는 뜻을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일단 위기 상황을 고려해 연대나 통합 논의는 소강국면에 접어드는 모양새지만, 자강론을 외쳤던 이 대표 체제의 구심력이 약화되면서 앞날을 예측하기가 어려워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한편 주호영 원내대표는 연찬회 직후 마무리 발언을 통해 현 정부가 추진 중인 각종 정책들을 언급하며 "문재인 정부의 폭주에 대해 다른 두 야당과 협력 관계를 유지하겠다"고 했다. 일단은 정책 공조를 통해 느슨한 '연대 고리'를 만들어놓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