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히 새 정부 첫 내각 마지막 단추를 꿰는 과정에서 부적격 인사 잡음이 불거지면서 먼저 지명한 김명수 대법원장 후보자나 이유정 헌법재판소 재판관 후보자 등 인사 전반으로 논란이 확산될 지 주목하고 있다.
여당 일각에선 청와대 인사검증시스템 점검을 요구하는 목소리와 문책론도 감지된다.
문재인 대통령은 새 정부 출범과 동시에 정당 책임정치를 강조하며 내각과 국정을 이끌어갈 자리에 국정철학을 함께 공유하는 인사들을 전진배치했다.
새 정부 들어 신설된 중소벤처기업부는 성장가능성이 있는 창업·벤처기업을 발굴·지원하고 중소기업과 소상공인 관련 정책을 총괄하는 핵심 부처 중 하나다.
청와대는 지난달 24일 박 후보자를 지명하면서 "기계공학분야에서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공학자이자, 20년 전부터 대기업과 벤처기업에서 현장 경험을 쌓아온 학자"라고 인선 배경을 설명했다.
신설되는 부처인 만큼 중소기업 중심의 혁신적인 경제생태계를 만들어나갈 적임자를 뽑기 위해 인사추천위원회가 총동원됐고 30명에 육박하는 예비 후보자들의 이름이 오르내렸다.
과학기술 분야 전반에 대한 이해와 현장 경험 등이 최우선 덕목으로 고려되면서 정치인이나 대학 교수들은 추천 과정에서 일찌감치 제외됐고, 기업인 출신들이 주로 검증 대상이었다.
하지만 국무위원이 되면 사적 이익 추구 방지를 위해 보유 주식을 모두 처분해야한다는 '백지신탁' 조항에 많은 이들이 고사했고, 결국 박 후보자가 최종 낙점됐다. 새정부 출범 106일만이자 정부조직법 개정으로 중소벤처기업부가 신설된 지 34일 만이었다.
여기에 1948년 정부 수립을 건국으로 기술하는 등 상해 임시정부를 건국 시기로 명시한 문 대통령과의 역사 인식과도 뚜렷한 대비를 보였다.
문제는 안경환 법무부 장관·조대엽 고용노동부 장관·박기영 과학기술정보통신부 과학기술혁신본부장 후보자와 김기정 전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 사례처럼 청와대 인사검증시스템이 이번에도 제대로 작동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이 과정에서 위장전입과 부동산투기, 탈세, 병역비리, 논문표절 등 5대 인사원칙에 대한 검증은 물론 후보자의 과거 발언, 기고 칼럼 등도 살핀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하지만 박 후보자의 경우처럼 논문이 아닌 연구보고서나 특정 종교단체·정치편향 단체 참여 등은 일일이 거를 수 없다는 것 또한 청와대의 해명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민정·인사수석실에서 철저하게 검증하지만 본인이 먼저 얘기하지 않는 한 개인 차원의 과거 행적까지 들춰보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마저 박 후보자가 국회 청문회에 나왔을 때 적극 옹호하기보다는 현 정부와 국정코드가 맞는지 확인하겠다고 단단히 벼르고 있어 청와대로서는 상황이 만만찮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한 의원은 "박 후보자가 기자회견을 통해 해명을 했지만 여전히 매끄럽지 못해 당내 분위기가 좋지 않다"며 "다시 논의를 해봐야겠지만 (박 후보자에 대한 여론을 바꾸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산자위 의원도 "(박 후보자 임명은) 아무래도 어려울 것 같다"면서 "아무리 여당 의원들이라고 해도 청문회가 열리면 박 후보자의 언행을 보호해주기 힘들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의원들이 여러 채널을 통해 청와대에 박 후보자 임명 반대 의견을 전달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청와대의 인사검증 시스템 오작동을 지적하는 의원들도 적지 않다.
한 초선 의원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은 신설된 부처이자 문재인 정부의 마지막 남은 장관 자리"라며 "마지막 국무위원 인사로 유종의 미를 거둬야 하는 인사에 이런 논란이 있는 것이 대단히 아쉽다"고 말했다.
여기에 새롭게 불거진 이유정 재판관 후보자의 주식투자 문제 국민정서에 정면으로 배치된다며 조현옥 인사수석과 조국 민정수석에 대한 책임론도 제기됐다.
여권 관계자는 "이제는 인사수석 등을 바꿔야 한다. 어떻게 이런 인사를 할 수 있냐"며 "이유정 후보자의 경우 논문과 주식투자 등은 청와대 검증 체크리스트 200개 항목 가운데 앞 부분에 나오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관계자는 "체크문항 70~80번대까지만 봐도 걸러지는 문제인데 '이 정도면 되겠지'하는 식으로 검증을 해서는 절대 안 된다"며 인사시스템 전반에 대한 재검토와 책임자 추궁 필요성을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