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일 한 인터넷 매체에 게재한 '국민 안보불감증 度 넘었다'는 실명 글에서다.
그는 지난주 민방공 훈련 당시 시민들이 '강 건너 불구경' 하는 듯 했다면서 "이 것은 정말 아닌데 싶어 국민을 향해 한 말씀 올린다"고 운을 뗐다.
이어 북한 핵 미사일 위협 속 서울 시민들의 평온한 일상을 소개한 외신 기사 두 개를 인용한 뒤 "지금 우리 국민의 안보 불감증은 그야 말로 처절한 수준"이라고 일갈했다.
반면 본인은 "국가 안보를 최우선으로 강조하며 '안보 1번지 강남'을 만들기 위해 노력을 다해왔다", "태극기 게양을 국가안보의 초석이라 믿고 나라사랑 분위기 확산에 앞장서 왔다"고 자평했다.
그러면서 "국민의 자발적 안보 열기가 필수다. 지금의 엄중한 안보상황을 객관적으로 냉정히 바라보며 생존을 위한 안보열기 확산운동이 필요한 때라 믿는다"고 끝을 맺었다.
이글은 제목처럼 '안보 불감증에 빠진 국민'을 꾸짖고, 자신의 '굳건한 안보관'을 알리기 위한 의도로 보인다.
'안보' 운운하는 그의 글에 먼저 오버랩 되는 것은 '안보' 교육 현장에서 그가 보였던 모습들이다.
우선 2015년 10월 민방위 교육장에서 생뚱맞게 구청 홍보를 늘어놓다가 교육생들의 반발을 사기도 했다.
"안보도 중요하지만 지역 현안도 중요하다…(중략)… 제 얘기를 듣기 싫으신 분은 나가라"
안보 교육 시간에 엉뚱하게 구청 홍보를 늘여놓다 제지당하자 안보 교육받으러 온 시민들에게 퇴장 요구로 맞선 것이다.
그에 앞선 그해 4월, 6월에는 역시 민방위 교육장에서 이번엔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판했다가 논란을 빚기도 했다.
이 모두가 안보 교육장을 자신의 정치적 이익을 위한 홍보의 장으로 활용하다가 시민들과 마찰을 빚은 사례다.
최근의 일도 그렇다.
그는 지난 대선 때 SNS를 통해 문재인 대통령을 비방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2015년 12월에는 그의 부하 직원들이 서울시를 비방하는 '댓글부대'를 운영하다가 들통 나기도 했다.
신연희 판 댓글부대는 30일 징역 4년을 선고 받고 법정 구속된 원세훈 판 댓글부대와는 목적이나 규모 면에서는 다를지언정 여론을 조작하기 위한 의도 면에서는 작동 원리가 대동소이하다.
'댓글부대'는 건강한 국민 여론 형성을 저해하고 나아가 왜곡한 점에서 대한민국 민주주의 체제의 근간을 흔든 매우 악질적 범죄라는 데 이견이 없다.
그 것이야말로 국가의 존립과 안위를 흔든 안보의 적이 아니겠는가.
뿐만 아니라 신연희 구청장은 지난주 부터는 예산 횡령 혐의와 그 혐의를 지우기 위해 관련된 전산자료를 삭제하는 등 증거를 인멸한 정황이 포착돼 경찰의 수사선상에 오르기도 했다.
선출된 공직자가 국민이 맡긴 세금을 함부로 쓰고, 현행법을 어겼다면, 그의 국가관은 의심의 화살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게다가 범죄인처럼 범행 증거까지 인멸했다면 이 사회를 지탱하는 룰을 정면으로 거스르는 심각한 안보 저해 행위 아닌가.
끝으로 신연희 구청장하면 함께 따라다니는 것이 태극기 강매사건이다.
신 구청장의 부하 직원들이 2015년 2월부터 2016년 6월까지 강남구청의 '태극기 사랑' 정책을 추진하며 민간 업체들로부터 억대의 기부금을 받았다가 경찰에 적발된 사건이다.
태극기가 형사 사건의 소재로 등장한 전대미문의 추문인 것이다.
적지 않은 우리 국민들은 언제부턴가 태극기를 자랑이 아닌 혐오의 대상으로 인식하고 있다.
자신들만이 애국자라는 미숙함으로 이웃의 애국심을 강요하기 위해, 또 자신들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태극기를 수단으로 이용한 세력이야 말로 민주주의 적이다.
안보 마케팅이야말로 안보의 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