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단 업계 자율적으로 가격을 공시하고 내년 하반기에는 의무공시제를 도입하기로 했다.
이렇게 되면 닭고기를 공급하는 하림과 마니커, 체리브로 등 계열화사업자들과 교촌치킨, BBQ 등 치킨업체들 사이에 거래가격과 치킨 원가가 낱낱이 드러날 것으로 보인다.
◇ 닭고기 가격공시제 9월1일부터 시행
농림축산식품부는 국내 최초로 소비자들이 닭고기 유통가격을 한 눈에 알아 볼 수 있는 '닭고기 가격공시'를 9월 1일부터 자율 시행한다고 31일 밝혔다.
이에 따라, 하림과 마니커 등 육계 계열화사업자가 생산 농가로부터 구입하는 살아 있는 닭의 평균가격이 발표된다.
또, 도계장에서 대형마트와 프랜차이즈업체, 일반 대리점에 판매하는 일일 평균가격도 공개된다.
이와 함께, 닭 유통업체가 비계열 농가로부터 구입해 재래시장 등에 판매하는 살아 있는 닭의 유통가격도 소비자들이 알수 있게 된다.
농식품부 민연태 축산정책국장은 "닭은 소, 돼지와 달리 도매시장 또는 공판장 등의 경매를 거쳐 유통되지 않아서 시장흐름에 따른 가격이 형성되지 않아 중간 유통가격을 알 수가 없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렇기 때문에 지금까지는 소비자가 치킨가격에 포함된 닭고기 가격이 얼마인지 알 수가 없었지만, 이번 가격공시제 시행으로 닭고기 유통이 보다 투명해 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덧붙였다.
민 국장은 특히, "소비자가 생닭 유통가격과 치킨가격 차이를 인식하게 되어 적극적인 조정을 요구할 가능성이 커졌다"며 "치킨프랜차이즈 업계가 치킨가격 인상 시 좀 더 신중하게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 가격공시 '호' 단위로 공개…그램 단위 전환 '무산'
농식품부는 이번 닭고기 가격공시는 무게를 '호' 단위 기준으로 발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이에 따라, 가격 공시표에서 대형마트 판매가격은 계열화사업자가 국내 대형마트에 판매하는 닭고기의 규격(9~13호)별 가격을 의미한다.
여기서 9호 닭고기는 무게가 851~950g을 의미한다. 또, 10호(951~1050g), 11호(1,051~1,150g), 12호(1,151~1,250g), 13호(1,251~1,350g) 등이다.
또, 프랜차이즈 판매가격은 계열화사업자가 매출액기준 100억원 이상 프랜차이즈업체에 판매하는 규격(9~13호)별 평균 가격을 나타낸다.
대리점(단체급식, 닭고기 도.소매점 등) 판매가격은 계열화사업자별로 20개 이상 대리점에 판매하는 규격(9~13호)별 평균 가격을 의미한다.
하지만, 이번에 '호' 단위별 가격공시는 당초 '그램' 단위로 가격을 표시해 공개하겠다던 계획에서 한 발 후퇴한 조치로 논란이 예상된다.
그동안 '호' 단위 표시와 관련해, 무게 편차가 커서 소비자들이 상대적으로 불이익을 받고 있다는 불만이 많았다.
예컨대, 무게가 951g인 닭고기와 1050g인 닭고기를 '9호' 닭고기로 표시해 같은 가격에 판매할 수 있었기 때문에 닭고기 판매업체들이 상대적으로 무게가 적은 951g 닭고기 위주로 판매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돼 왔다.
이에 대해 민 국장은 "무게를 그램 단위로 표시하는 것은 내년에 의무공시제를 시행할 때 함께 도입할 계획이다"며 "이렇게 되면 그램별로 가격이 공시될 것"이라고 말했다.
◇ 내년 하반기부터 '닭고기 의무공시제' 도입…2019년에는 모든 축산물 적용
농식품부는 이번 자발적인 닭고기 가격공시를 시작으로, 내년 하반기에는 '의무 가격공시제'로 전환할 방침이다.
이를 위해 축산계열화법을 개정해 닭고기 판매가격 공개 방법과 절차, 주기, 공개대상 정보, 공개 형식 등을 마련할 예정이다.
농식품부는 닭고기에 이어 오는 2019년에는 소와 돼지 등 모든 축산물에 대해서도 '가격 의무신고제'를 도입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이미 지난 6월에 연구용역 사업을 시작했으며 앞으로 전문가협의를 거쳐 축산물의 종류, 신고대상, 방법, 절차 등의 입법(안)을 마련할 계획이다.
한편, 닭고기 공시가격은 축산물품질평가원 홈페이지와 농식품부 홈페이지를 통해 9월 1일부터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