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에서 타격이 강한 선수는 주로 지명타자나 코너 외야수, 1루수 자리에 배치된다. 상대적으로 수비 부담이 적어 타격에 온 힘을 집중할 수 있는 자리다. 반대로 수비 부담이 크고 체력 소모도 많은 대표적인 포지션이 유격수다. 타격은 부진해도 수비만 잘해주면 박수를 받는 포지션 중 하나다.
그런 유격수 포지션에서 득점 생산력이 리그 평균 수준을 크게 뛰어넘는다면? 그 팀의 타격은 엄청난 플러스 효과를 누릴 수 있다. 넥센 히어로즈가 그렇다. 유격수 김하성(22)은 넥센의 4번타자를 맡고있을뿐만 아니라 요즘 리그에서 '핫'한 타자 중 한명이다.
김하성이 KBO 리그 유격수 사상 세 번째로 한 시즌 세자릿수 타점을 달성했다. 김하성은 지난 30일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17 타이어뱅크 KBO 리그 SK 와이번스와의 경기에서 3타수 2안타 2볼넷 3타점을 쓸어담아 시즌 타점을 102개로 늘렸다.
100타점은 대단한 기록이지만 희귀한 기록은 아니다. 한 시즌에 여러 선수들이 달성하는 기록이다. 하지만 유격수 100타점은 희소가치가 크다. KBO 리그 역사상 풀타임 유격수로 뛰면서 한 시즌 100타점을 넘긴 선수는 2003년 KIA 타이거즈의 홍세완(100타점)과 2014년 넥센 강정호(117타점) 등 2명이 전부다.
2014년에 데뷔해 2015년부터 풀타임 유격수로 뛴 김하성은 올해 타율(0.302), 출루율(0.380), 장타율(0.530), 홈런(21개) 부문에서 데뷔 후 가장 좋은 기록을 남기고 있다. 타점은 말할 것도 없다. 시즌 102개로 리그 전체 2위에 올라있다. 1위는 KIA의 최형우(111개)다.
올해 유격수 가운데 김하성 다음으로 많은 타점을 기록하고 있는 선수는 KIA 김선빈이다. 기록은 55개. 김하성이 동포지션 2위 선수보다 2배 가까이 더 많은 타점을 생산한 것이다.
4번타자는 부담스러운 자리다. 높은 수준의 타점 해결 능력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김하성은 어쩌면 4번타자 체질인지도 모른다. 4번타자를 맡은 이후 더 잘하고 있다.
김하성은 7월22일 kt 위즈와의 경기부터 4번타자로 고정됐다. 이때부터 32경기동안 타율 0.339, OPS(출루율+장타율) 1.016, 7홈런, 38타점, 21득점을 기록했다. 경기당 1개 이상의 타점을 뽑아낸 것이다.
장정석 넥센 감독은 "김하성이 요즘 찬스는 거의 놓치지 않는 것 같다"며 "새로운 발견이다. 득점권 상황에서 집중력이 강하다. 득점권 기회가 오면 선수 자체가 확 바뀐다"고 말했다.
김하성의 득점권 타율은 리그 8위에 해당하는 0.366이다.
김하성은 2015년부터 매시즌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 2015년에 공격형 유격수의 잠재력을 보여준 김하성은 2016년에는 유격수 사상 세 번째로 '20-20(홈런-도루)'를 달성했고 올해는 타점 기계로 발돋움 했다.
◇김하성의 최근 3시즌 성적 (2017년 기록은 8월30일까지)
2015년- 140경기 타율 0.290, 출루율 0.362, 장타율 0.489, 19홈런, 73타점, 22도루
2016년- 144경기 타율 0.281, 출루율 0.358, 장타율 0.477, 20홈런, 84타점, 28도루
2017년- 120경기 타율 0.302, 출루율 0.380, 장타율 0.530, 21홈런, 102타점, 15도루
올해 기록 중 또 하나 눈에 띄는 대목은 김하성의 볼넷과 삼진 비율이다. 선구안이 꾸준히 발전하고 있다. 2015년 볼넷 56개, 삼진 115개를 기록한 김하성은 다음해 볼넷 60개, 삼진 80개를 기록했고 올해는 볼넷(51개)과 삼진(53개)의 비율이 거의 1대1 수준으로 좋아졌다.
타석당 볼넷이 꾸준히 늘고있는 반면, 삼진은 줄어들고 있다. 나쁜 공에 방망이가 나가지 않고 인플레이 타구를 많이 날리는데 정교함과 장타력 그리고 득점권 해결 능력까지 갖춘 선수가 바로 김하성이다. 유격수 4번타자라는 희소성 가치까지 지닌 김하성은 그야말로 넥센에게는 복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