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환경연대가 생리대 유해물질 검출실험 결과를 발표하고 관련 논란에 불을 붙인지 4개월여가 지난 30일, 연대 측은 외부와의 공식 접촉을 끊는다는 방침을 밝혔다. 기존 입장을 되풀이할 뿐 구체적인 내용에 대한 취재 요청 등은 일절 받지 않고 있다.
앞서 지난 3월 여성환경연대가 김만구 강원대 환경융합학부 교수와 함께 발표한 '생리대 방출물질 검출 시험' 결과와 관련해, 지속적으로 확대되던 논란이 여성환경연대를 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연대 측은 추진 중인 다른 사업들도 많은데 밀려오는 문의와 항의 전화로 업무가 마비될 지경이라고 한다.
◇ 비판은 돌고 돌아 문제 제기한 연대 측으로
이미 휘발성유기화합물(VOCs) 검출 제품 중 릴리안이 공개된 후 제조사인 '깨끗한나라'는 입장문을 통해 "릴리안은 식품의약품안전처의 관리 기준을 통과한 안전한 제품"이라며 "여성환경연대가 마치 릴리안만 특별한 문제가 있는 것과 같은 잘못된 선입견을 일반 국민에게 줬다"고 각을 세운 상태다. 심지어 유한킴벌리의 상무이사가 환경연대 운영위원으로 일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연구목적의 투명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하지만 관련 논란의 진행 상황을 정리해보면, 환경연대는 지난 3월 검출시험 결과 당시부터 릴리안을 포함해 시험 대상 모두를 밝히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혀왔다. 릴리안의 경우 강원대 연구팀이 인터뷰 과정에서 노출한 것이고, 릴리안 논란이 커진 것은 소비자들의 부작용 경험담이 모였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안에 빠진 소비자들은 릴리안 외에 공개하지 않은 나머지 제품명도 밝힐 것을 요구하며 환경연대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조사를 위한 재원 마련 방법 역시, 당초 밝혔던 소셜펀딩 형식이 아니라는 의혹도 제기됐다.
◇ "지속적인 여성건강권 이슈 문제제기 해왔는데…안타깝다"
그동안 뒷짐만 지고 있던 정부가 시민단체의 선도적 활동을 부정하기 보다는 기업과의 문제를 중재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녹색소비자연대 관계자는 "생리대 안전 검증위원회 활동이 오히려 기업의 자본논리에 면죄부를 주는 게 아닌가 우려가 된다"며 "정작 필요한 건 시민단체가 조사한 내용을 바탕으로 발생하는 갈등을 중재하고 합의하는 기구다"고 힘주어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