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경찰 등에 따르면 청주시 복대동의 한 아파트에 거주하는 김모(45)씨는 전날 저녁 6시부터 자정까지 쩌렁쩌렁 울려퍼지는 노동가요에 밤잠을 설쳐야 했다.
한국노총연맹 스카이크레인 충북지부 30여명이 SK하이닉스 신축공장 신설 공사에 자신들의 참여 확대를 요구하며 집회를 벌였기 때문이다.
김 씨는 "창문을 닫아도 노래가 집 안에 쩌렁쩌렁 울릴 정도여서 참다못해 경찰에 신고까지 했다"며 "밤 12시까지 주민들이 잠도 잘 수 없게 집회를 하는 건 해도해도 너무하다"고 하소연했다.
술판을 벌이고 방송차 8대를 동원해 소란을 피우다 결국 20여건의 신고를 받은 경찰이 출동하고 나서야 사태가 일단락됐다.
경찰 관계자는 "주변 아파트와 공장 기숙사 등에서 소음 민원이 끊이지 않았다"며 "확인 결과 집회 소음 기준을 넘지 않았지만 밤중에 방송차를 이용해 노래를 틀다보니 민원이 빗발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뿐만 아니라 지난 10일에는 이 노조원 12명이 40여분 동안 공사장 앞 차량 진입을 가로막다 경찰에 고소를 당하기도 했다.
또 지난달에는 충북도청에 찾아가 중재를 요구하던 민주노총 건설기계 노조 충북지부 노조원 4명이 행패를 부리다 형사 처벌을 받을 위기에 처했다.
문제는 현재 공정률이 10%에 그치는 상황에서 오는 10월부터 본격적인 공사가 시작되면 지역 노동계의 일감 요구가 더욱 노골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있다는 점이다.
실제로 SK하이닉스가 지역의 노동단체가 아닌 직접 지역 노동자와 장비 업체 등을 할당해 공사를 맡기자 최근에 경기도의 한 장비업체는 차량 번호판을 충북으로 바꿔 공사에 참여했다가 적발되는 촌극까지 빚어지기도 했다.
불황 속에 생존을 위한 노동계의 일감 요구가 민폐로까지 이어지면서 괜한 갈등만 키우는 것은 아닌지 SK하이닉스와 지역 노동계의 현명한 대처가 필요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