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를 꿈꾸는 과학기술인 네트워크, ESC'는 박기영 전 과학기술혁신본부장 논란 때처럼 공식적인 성명을 내지는 않았지만, 소속 회원인 과학연구자들이 신문 칼럼 기고를 통해 '창조과학' 관련자의 장관직 수행 부적격을 제기하고 있다.
이종필 교수(건국대 상허교양대학)는 30일 한국일보에 '노아의 홍수에 빠진 청와대'라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했다. 이 칼럼은 "과학은 민주주의와 마찬가지로 결과가 아니라 과정이고 방법론이다. 창조과학이 과학이 아닌 이유는 그들의 주장이 틀렸기 때문이라기보다 그들의 주장에 이르는 길이 전혀 과학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단지 기존 과학과 조금 다른 주장을 한다고 해서 장관직을 수행하지 못할 이유가 뭐냐는 변명이 성립하지 않는 것은 이 때문이다"고 지적했다.
윤태웅 교수(ESC 대표·고려대 공대 교수)는 30일 한겨레신문에 '과학은 우기지 않는 거다'는 제목의 칼럼을 기고했다. 이 칼럼은 '창조과학'은 형용 모순이라고 비판했다. "성경을 문자주의적으로 해석하며 그걸 과학적 사실이라 주장하는 사람들이 있습니다. 예컨대 지구의 나이가 6천~1만2천년이라는 식입니다. 창조과학자로 불리는 이들입니다. 그들은 과학적으로 입증될 수 없거나 이미 반증된 이야기를 과학적 사실이라 고집하며, 과학공동체가 인정하는 이론들을 부정하고 있습니다. 창조과학은 형용 모순입니다. 과학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개인 생각을 밝힐 자유는 물론 존중합니다만, 정확한 단어를 써달라고 요청할 순 있으리라 여깁니다"
페이스북에서도 박 후보자에 대한 부적격 의견을 담은 글이 이어지고 있다. 안 모씨는 30일 페이스북에서 "신앙은 신앙의 영역으로, 어찌 과학으로 가두려 하시나이까"라고 비판했다.
강 모씨는 30일 페이스북에서 "창조과학에 대해서는 이미 신뢰할만한 과학계 전문가들의 주옥같은 말씀이 있으니 차치하더라도, 정부의 정체성과 상반되는 극우적 관점의 사람을 정무직으로 선택하는 아이러니는 당최 초현실주의가 아니고서는 이해하기 힘들다"고 꼬집었다.
박성진 후보자는 장관 지명 이후 창조과학회 이사 활동 이력이 논란이 되자 직접 "하나님을 믿는 기독교 신자로서 (나는) '창조론'을 믿는 게 아니라 '창조신앙'을 믿는 것"이라며 "개인적으로 창조과학을 연구한 적도 없다"고 해명한 바 있다.
박 후보자는 지난 2007년 6월 연세대학교에서 열린 학술대회에 연사로 나서 "오늘날 자연과학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가 진화론의 노예가 됐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이 사회에 복음을 전파하기 위해서는 교육, 연구, 언론, 법률, 기업, 행정, 정치 등 모든 분야에 성경적 창조론으로 무장된 사람들의 배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