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의 조직적인 사이버 여론조작 활동이 18대 대선에 개입한 불법 선거운동을 인정되는 과정에 검찰이 최근 추가로 제출한 증거들이 반영됐기 때문이다.
검찰은 파기환송심에서 국정원 회의 녹취록과 보고서를 국정원 적폐청산 TF로부터 넘겨받았고, 이게 원 전 원장 유죄 선고의 증거로 쓰이면서 검찰의 현 수사는 한층 힘을 갖게 됐다.
앞서 국정원 적폐 청산 TF는 2009년 5월부터 2012년 3월 사이 원 전 원장의 '전 부서장 회의시 지시강조 말씀' 녹취록을 확인해 삭제 처리된 녹취록 중 18곳을 복구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원 전 원장이 전 부서장 회의에서 선거의 중요성을 강조하면서 '야당이 승리하면 국정원이 없어진다'고 강조했다"며 "국정원 직원들로서는 선거에 영향을 주는 활동을 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원 전 원장의 전부서장회의 발언을 기초로 한 이슈와 논지를 작성해 직원들이 이에 따라 활동하게 하고 수시로 활동내역을 보고받음으로써 직원들의 사이버 활동 내용을 결정하고 관리했다"는 것이다.
혐의를 부인한 일부 소환자도 있었지만, 윗선(국정원) 지시 등 때문에 돈을 받고 댓글 활동을 했다는 취지의 진술이 적지 않았다는 것이다.
원 전 원장의 유죄 선고의 증거가 됐던 ‘SNS의 선거 영향력 진단 및 고려사항’ 문건도 국정원이 조직적으로 사이버 여론조작을 했다는 근거다.
이 문건은 2011년 10월 4일 국정원이 "SNS를 국정홍보에 활용하라"는 청와대 회의 내용을 전달받고, 작성해 그해 11월 8일 청와대에 보고한 것이다.
국정원 적폐청산 TF는 이 보고서의 내용에 대해 "향후 총선‧대선에서의 여당 후보 당선에 필요한 선거운동 방법 등을 제안한 것"이라고 발표했다.
파기환송심 재판부는 "SNS 관련 보고서에는 ‘야당에 점령당한 SNS에서 허위정보가 유통되고 민심이 왜곡되는 것을 차단해야 한다’는 내용이 기재됐다"며 "국정원은 평상시에도 각종 선거에서 여당의 승리를 목표로 대책을 수립한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서울중앙지검 수사팀 관계자는 지난 28일 "며칠간의 외곽팀 관계자 조사 결과, 사이버 활동에 대한 지시 공모 관련 진술 등 유의미한 증거가 확보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검찰이 이명박 정부 시절 원 전 원장 체제에서 국정원이 운영한 30개 사이버 외곽팀 의혹을 중심으로 재수사를 해 법정구속된 원 전 원장에게 새로운 혐의부터 추가 적용할 가능성이 있다.
일사부재리 원칙상 국정원법상 정치관여‧공직선거법 위반이 아닌 횡령‧배임과 국정원법상 직권남용 등 혐의 등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여기에 국정원의 활동 일부가 청와대의 지시에 따른 것이라는 문건이 나온 만큼 이명박 정부 시절 청와대 핵심인사들로 수사가 확대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