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태한 쌍둥이를 위한 씻김굿을 해주는 대가로 수억원을 받은 혐의(사기)로 재판에 넘겨진 무속인에게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서울남부지법 형사합의12부(심형섭 부장판사)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상 사기 혐의로 기소된 무속인 A(45·여)씨에게 무죄를 선고했다고 30일 밝혔다.
강서구에서 점집을 운영하는 A씨는 남편의 사업 문제로 찾아온 B씨를 "낙태한 쌍둥이의 혼을 계속 위로해주지 않으면 좋지 않은 일이 생길 것"이라고 속여 2011년 1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133차례 씻김굿을 해주고 총 5억6천여만원을 받은 혐의로 기소됐다.
검찰에 따르면 A씨는 쌍둥이들의 영혼에 승억이, 승옥이라고 이름을 붙이고는 이들의 영혼이 자신에게 빙의된 것처럼 '엄마 마음 알앙. 속상해하지망. 엄마 사랑해', '꼬기(고기) 승억이 승옥이 마이마이먹었쪄요. 너무너무 조아요' 등 어린아이 말투를 흉내 낸 문자메시지를 B씨에게 여러 차례 보냈다.
검찰은 통상 씻김굿은 1∼3회 하는 게 보통인데 A씨는 많게는 한 달에 3차례씩 수년에 걸쳐 100여차례나 한 데다, 다른 무속인과는 달리 영혼이 빙의된 듯한 문자메시지까지 보낸 점 등을 근거로 그에게 B씨를 속여 이득을 취하려는 의도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무속 행위는 요청자가 그 과정에 직·간접으로 참여함으로써 얻게 되는 마음의 위안이나 평정을 목적으로 하는 것이 대부분이며, 요청자가 원하는 목적이 달성되지 않았다고 해도 무속인이 요청자를 속였다고 보기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해금이 5억6천여만원에 달한다는 검찰 주장도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은 B씨가 은행에서 인출한 현금으로 굿값을 냈다며 B씨 계좌의 입출금 내역을 증거로 제출했지만, 재판부는 인출한 돈의 일부가 다른 용도로 사용됐을 수 있다고 판단했다.
A씨는 굿 대금으로 2억원 정도만 받았다고 주장했다.
재판부는 "B씨가 남편의 사업 문제, 남편과의 관계, 자녀들의 건강·장래 문제 등으로 힘든 상황에서 안정을 얻으려고 무속의 힘에 의지해 보려는 생각에서, A씨가 속이지 않았는데도 지속적으로 무속 행위를 부탁하거나 무속 행위 제안에 응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판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