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MBC는 9년 내내 세월호 참사
- 김장겸 사장, MBC추락 제1책임자
- 野 방송장악 주장? "자격 없어"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김연국(언론노조 MBC본부 본부장)
MBC와 KBS 노조가 공영방송 정상화를 요구하며 연대파업을 선언했습니다. KBS는 이미 9월 4일, 7일 총파업하겠다 선언을 했고요. 언론노조 MBC 본부도 어제 저녁 93.2% 찬성으로 총파업을 확정지은 상태입니다. 이렇게 KBS, MBC 양쪽이 다 총파업하는 건 2012년 이후에 5년 만입니다. 과연 어떤 파장을 가져올까요. 이들의 목표는 뭘까요? 전국언론노동조합 MBC본부의 김연국 본부장 직접 연결을 해 보겠습니다. 김연국 본부장님, 나와 계세요?
◇ 김현정> 노조원 가운데 93.2% 찬성. 이 정도면 압도적이라고 봐야 되는 겁니까?
◆ 김연국> 저희 노동조합이 만들어진 지 30년이 됐고 그동안 수많은 파업들이 있었는데 저희가 확인한 기록으로는 투표율도 역대 최고고 파업투표로는 찬성률도 역대 최고인 것 같습니다. 이렇게 압도적으로 가결된 건 그만큼 MBC 구성원들의 절박감이 큰 거 아닌가. 이게 반영된 게 아닌가 생각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KBS는 벌써 선언을 했어요. 9월 4일하고 7일에 총파업하겠다. MBC는 언제로 파업 시점 보세요?
◆ 김연국> 저희도 아마 4일, 다음 주 월요일 0시부터 파업에 들어갈 것 같습니다.
◇ 김현정> 거기는 하루, 이틀이 아니라 그냥 무기한으로 가는 겁니까?
◆ 김연국> 네, 파업에는 기한 없습니다.
◇ 김현정> 무기한으로. 그러면 이게 정규방송의 몇 퍼센트가 결방되는 걸까요?
◆ 김연국> 정확히 예측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번 파업은 아마 노동조합의 파업 역사상 가장 강도 높은 파업이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우선 파업에 참여하는 노동조합원 수가 파업을 앞두고 무려 2백 명 정도가 늘었습니다. 파업을 앞둔 노동조합의 조합원이 늘고 있다는 것도 참 희한한 일인데. 특히 중간간부들의 이탈이 굉장히 빨라지고 있습니다.
◇ 김현정> 중간간부들은 노조 가입하려면 보직 버리고 가입해야 되는거 아닌가요?
◆ 김연국> 아닙니다. 버리지 않아도 가입할 수 있는데.
◇ 김현정> 거기는 가능하군요.
◆ 김연국> 그러나 더더군다나 김장겸 체제에서는 보직 못하겠다고 던지고 조합에 가입하겠다, 파업에 참여하겠다는 분이 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 김연국> 그래서 파업 시작하기도 전에 이미 사실상 김장겸 체제는 고립되고 붕괴가 시작된 게 아닌가 저희는 그렇게 보고 있습니다. 특히 이번 파업은 보통 방송사 파업에서 송출 필수 인력이라고 하는데요. 방송 자체를 파행되지 않도록 하는 필수 인력을 남겨두는 신사협정 같은 게 있습니다, 노사 간에.
◇ 김현정> 있죠.
◆ 김연국> 그런데 이번 파업은 그런 예외 인력을 두지 않을 생각입니다. MBC는 이미 폐허가 됐고요. 이 방송을 멈추고 그 폐허 위에서 완전히 새롭게 쌓아올려야 된다는 구성원들의 의지가 그만큼 강한 것 같습니다.
◇ 김현정> 노조에서 필수인력도 빼는군요. 그러니까 필수인력이라는 게 뭐냐면요, 여러분. 노동조합이 노조가 파업을 하더라도 방송이 송출될 수 있도록 최소한의 인력, 엔지니어라든지 아나운서 한두 명이라든지 남겨 놓습니다. 놓고 파업에 들어가는 건데 이번에 노조는 그것도 뺀다, 전혀 남기지 않고 가겠다. 그렇다면 단도직입적으로 이런 정도까지 파업을 하는 이유, 목적 이 정도 성과는 얻어야 우리 파업 끝낼 수 있다. 어떤 겁니까?
◆ 김연국> 한마디로 공정방송입니다. 저희 파업의 목표를 물어보신다면 공정방송하겠다는 겁니다.
◇ 김현정> 그건 되게 추상적인 목표고 좀 구체적으로는 이 정도는 돼야 공정방송이다, 어떤 건가요?
◆ 김연국> 말씀드리기 쉽지 않은데 저희가 2008년에 이게 시작이 됐습니다. 사실 MBC는 10년 전, 20년 전 기억하시는 청취자분들 많으시겠지만 10년 전, 20년 전에는 가장 국민들이 신뢰하는 방송사였고 누구보다도 용감하게 권력을 고발했고 또 약자와 연대해서 공감했고 재미있는 오락 프로그램, 창의적인 오락 프로그램 많이 만들던 그런 방송사였습니다. 가장 인기 있는 채널이었죠, 11번이. 그런데 2008년에 이런 게 MBC를 가만두지 않아야 겠다. 영향력도 높고 권력도 잘 고발하는 이런 MBC가 굉장히 밉보였던 것 같습니다. 이명박 정부 들어선 이후에 거의 점령작전처럼 심하게 저희 언론자유를 침해하고 방송을 짓밟았죠. 조금 이따 다시 말씀드리겠지만 9년간 정말 많은 일이 벌어졌습니다, 이 방송사 안에서.
◇ 김현정> 정말 많은 일이 벌어진 거를 저희도 이제 간혹 들었어요. 듣기는 들었는데 위원장님, 개인적으로는 그 많은 일 벌어진 것 중에 제일 가슴 아팠던 건 어떤 게 제일?
◆ 김연국> 물론 저희 구성원들 상당수가 해고되고 징계되고 쫓겨난 것도 가슴 아픈 일이었지만 굳이 하나를 꼽자면 저는 세월호 참사 때 우리 보도가 가장 가슴 아픈 일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기억하시겠지만 전원구조 오보를 내고 현장에서 들어온 보고까지 묵살하고 정정하지 않았죠. 구조의 골든타임을 오히려 방해했습니다, MBC가. 더더군다나 세월호 유가족들을 모욕하고 조롱하고, 공영방송으로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거의 참사에 가까운 방송들이 계속 나왔습니다. 그리고 그걸 어떻게든 막아보려는 현장 제작자들, 기자들은 다시 쫓겨나고 징계받고 이런 일들이 반복됐습니다. 저는 공영방송으로서 씻을 수 없는 죄를 저질렀다고 생각하고 그 순간이 좀 가장 가슴 아픈 순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 김현정> MBC 내부원 중 어떤 분은 그런 말씀하시더라고요. MBC 상황은 9년 내내 세월호 참사 같았다. 이런 끔찍한 상황이 계속됐다 이런 말씀도 하시던데. 결국은 지금 사장이 물러나야 된다, 이렇게 보세요?
◆ 김연국> 네.
◇ 김현정> 그거군요. 그런데 지금 MBC도 그렇고 KBS도 그렇고 지금 사장이 결국 물러나야 된다라고 요구하고 있지만 두 사람 모두 법으로 인정받은 임기가 있습니다. MBC 김장겸 사장은 어떤 입장을 내놨냐면 사퇴를 요구하는 건 마치 홍위병을 연상케 한다. 나는 사퇴하는 일 없다. 이렇게 선언을 했거든요.
◆ 김연국> 네. 공영방송사 사장의 임기가 있습니다, 물론. 지금 김장겸 사장은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되기 직전인 지난 2월 28일에 취임한 사장입니다. 그러니까 아직도 3년이 남았죠, 2020년까지 임기니까.
◇ 김현정> 3년 남았군요.
◆ 김연국> 네. 그런데 공영방송사 사장의 임기를 정해 둔 취지가 있습니다. 그거는 뭐냐 하면 권력이나 자본으로부터 흔들리지 말고 방송 현장 제작자들, 기자들, PD들이 프로그램을 소신 있게 잘 제작 할 수 있도록 든든한 우산 또는 방패가 돼 주라는 겁니다.
◇ 김현정> 그렇죠, 그렇죠.
◆ 김연국> 사장의 임기 보장은 그런 의미가 있는 겁니다. 설사 정권이 바뀌더라도 거기에 흔들리지 말고 기자, PD들이 제작 자율성 잘 지켜나가고 프로그램 잘 만들도록 지켜주라는 거거든요. 그런데 그 우산 역할을 할 수 없는 사장이라면 임기 보장할 필요가 없는 거죠. 특히 김장겸 사장은 지난 2011년에 정치부장으로부터 보도국장, 보도본부장 그리고 사장까지 수직상승한 인물입니다. 이 기간 동안 정확히 MBC는 추락에 추락을 거듭해서 지금 이 지경이 됐습니다. 가장 책임이 직접적으로 있는 분입니다, 이 분이.
◇ 김현정> 알겠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물러나는 게 맞다. 그런데 일각에서는 이런 얘기하시는 분도 있어요. 사장이 아무리 밉더라도 이번에 임기보장 하는 게 어떻겠냐. 왜냐하면 법적으로 보장한 임기를 마치지 못하게 하는 건 마치 지난 정권이 정권 입맛에 맞지 않는다고 사장 내쫓았던 상황하고 다를 게 없지 않느냐. 그 당시에 KBS 정연주 사장 쫓겨났듯이. 그래서 이 악순환 고리를 이번에 좀 끊기 위해서라도 사장 임기를 보장하고 대신 철저하게 감시하고 관리하고 감독하면 어떻겠느냐. 이 주장은 어떻게 보세요?
◆ 김연국> 저희한테 마치 그 말은 박근혜 대통령이 아무리 잘못을 많이 했어도 임기는 보장해야 되지 않았냐는 주장하고 똑같다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하지 말고 감시하면서 임기보장하라는 것과 같다?
◆ 김연국> 네. 지난 몇 년간은 헌정파괴 상황이었습니다, 사실상.
◇ 김현정> MBC에서?
◆ 김연국> MBC뿐만 아니라 대한민국 전체가 그랬죠, 사실은. 국정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고 민주주의가 파괴됐고 절차들이 지켜지지 않았습니다. 그리고 언론자유 역시 헌법가치임에도 불구하고 아주 쉽사리 휴지조각처럼 구겨졌습니다. 이런 비정상적인 상황을 바로잡고자 비록 임기가 보장된 대통령이지만 불가피하게 절차에 따라서 국민이 요구하고 국회가 탄핵한 거 아닙니까, 헌재가 소추하고.
◇ 김현정> 알겠습니다. 그것과 같은 상황이다, 그런 말씀. 지금 이게 이번 정권의 방송 장악 음모 아니냐. 이런 얘기가 야당 쪽에서 나오는데 여기에 대해서는 뭐라고 답하시겠어요?
◇ 김현정> 뭐 했냐? 방송장악 운운할 자격이 있느냐, 지금 그 말씀이신 거죠?
◆ 김연국> 네.
◇ 김현정> 그래요. 그나저나 김연국 본부장님. 기자시잖아요. 그렇죠?
◆ 김연국> 네.
◇ 김현정> 무슨 부셨어요? 소속은?
◆ 김연국> 주로 사회부, 정치부 쪽에 많이 있었습니다.
◇ 김현정> 그러셨어요. 그랬던 분이 지금 MBC 마이크 앞에 못 서고 CBS 마이크 앞에 서서 이렇게 얘기해야 되는 상황이, 신세가 참 속상하실 것 같아요.
◆ 김연국> 사실 아까 기자시냐고 물었을 때 제가 약간 망설여지더라고요. 왜냐하면 지난 5년 반, 벌써 6년째 지금 타의로 보도국을 떠나 있어서 이제는 누가 제 직업을 물어보면 기자라고 답하기가 참 민망해 지더라고요, 저도.
◇ 김현정> 5년이나 떠나계셨어요?
◆ 김연국> 네, 아마 MBC에는 그런 분들이 꽤 많습니다. 100명 넘게 현업에서 지금 아직도 쫓겨나 있으니까요.
◇ 김현정> 그래요, 그래요.
◆ 김연국> 제가 후배한테 그래서 이 상황을 CBS에서 라디오 인터뷰에서 물어보면 뭐라고 해야 되냐 했더니 만주에 가서 독립운동하는 기분 아니냐고 얘기하더라고요. 지금 MBC는 사실 방송사로서 제 역할을 못하고 있죠. 오죽하면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의 낙선을 위해서 모든 총력을 다 기울였는데,MBC가. 거의 모든 걸 걸었는데 선거에 전혀 영향을 주지 못하지 않았습니까? 저는 역설적으로 참 이 상황이 가슴 아프다고 생각합니다. MBC는 지금 방송, 공영방송으로서 제 역할을 제대로 못하고 있고 MBC의 기자들이 또는 PD들이 다른 매체와 계속 인터뷰를 해야만 하는 상황, MBC에선 전혀 프로그램을 만들지 못하는 상황, 정말 아이러니라고 생각합니다.
◇ 김현정> 아이러니고 참담하고. 지금 웃으면서도 이게 얼마나 허탈한 웃음인가, 속상한 웃음인가, 기가 막힌 웃음인가. 저도 그런 생각이 드네요. 힘내시고요. 과정들 관심 있게 지켜보겠습니다.
◆ 김연국> 네, 고맙습니다.
◇ 김현정> 고맙습니다. MBC 결국은 파업 결정이 났습니다. 언론노조 MBC본부의 김연국 본부장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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