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소유 땅이지만 주한영국대사관이 점용해왔던 덕수궁 돌담길 북측 100m 구간이 1959년 이후 60년 만에 보행길로 복원된 것이다.
이 길은 대한문에서 정동으로 통하는 덕수궁 서측의 육중한 돌담길과는 달리, 담장이 낮고 곡선이 많다.
담장 기와지붕은 보는 사람의 시선 아래 펼쳐져 있어 도심 속 또 다른 고궁의 정취를 선사한다.
야간에는 새로 설치된 가로등 덕에 덕수궁 담장이 은은하게 밝혀져 고궁의 멋이 한껏 드러낼 것으로 보인다.
역사적으로 이 길은 폭이 좁은 소로라서 과거 고종과 순종이 제례(길례와 흉례)의식을 행할 때 주로 이용돼 왔다.
또 덕수궁에서 선원전(경기여고 터)으로 들어가거나 러시아공사관, 경희궁으로 가기 위한 주요 길목이기도 했다.
이 단절된 공간을 찾아온 장본인은 다름아닌 박원순 서울시장이다.
박 시장은 2014년 11월 스콧 와이트먼(Scott Wightman) 전 주한영국대사와 단절된 돌담길을 둘러보며 개방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이후 끈질긴 설득 끝에 이듬해 5월에는 개방을 위한 양해각서를, 지난해 10월에 마침내 공식 합의서를 체결해 오늘에 이르게 됐다.
하지만 이날 개방으로 덕수궁 돌담길이 완벽히 복원된 것은 아니다.
서울시는 이 나머지 구간에 대해서도 영국대사관과 계속 협의를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박원순 시장은 "새 덕수궁 길이 정동 일대의 역사를 품은 탐방로이자 걷는 도시 서울의 비전을 집약한 사람 중심의 공간이 될 것으로 기대하며, 덕수궁 돌담길이 온전히 연결될 수 있도록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문화재청은 (덕수궁길에서 정동공원으로 이어지는 '고종의 길'을 연내 개방을 목표로 단장중이다.
'고종의 길'까지 열리면 덕수궁에서 덕수궁 돌담길을 거쳐 정동공원과 정동길까지 한 번에 보행길로 이어져 정동 일대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