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솔 또는 미숙…도마 위에 오른 靑 국가안보실

방사포 추정 안일한 대응, 사드 추가배치 선언으로 對中 지렛대 상실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청와대 국가안보실의 상황판단이 심상찮다.

문재인 대통령은 취임 이후 핵과 미사일 등 북한의 '못된 행동'에는 국제 사회와 공조해 강력한 제재와 압박을 가하는 한편, 한반도 주인은 우리인 만큼 남북관계 개선의 '운전자론'을 강조하며 투트랙 접근을 시도했다.

북핵·미사일 프로그램을 중단시키기 위한 강한 압박은 궁극적으로는 북한을 대화의 테이블로 이끌어내 한반도에 영구적인 평화를 정착시키겠다는 수단이라는 점도 여러차례 강조했다.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지난 26일 북한이 강원도 깃대령 미사일 기지에서 탄도미사일 3발을 발사하자 "북한이 오늘 발사한 불상의 발사체는 현재로서는 개량된 300mm 방사포(대구경 다연장포)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비슷한 시각 미 태평양사령부는 대변인 명의로 "북한이 탄도미사일로 추정되는 발사체 3발을 발사했다"고 공식 대응한 것과 대비되면서, 당장 한미 정보공유에 이상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됐다.

청와대 등에 따르면 당시 윤 수석의 발표는 합참의 초기 분석 보고를 받은 안보실 산하 위기관리센터가 안보실장에게 이를 즉각 보고했고, 안보실이 국민소통수석실에 긴급하게 전달하면서 이뤄졌다.

통상 국가안보실은 대외 리스크를 최대한 보수적으로 해석해 대통령의 판단을 돕는다.


임기 내 남북관계 개선 등의 장기적 국정철학은 안보실 2차장 산하 통일정책비서관실에서 담당하지만,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위기 대응 등은 1, 2 차장 산하에서 즉각적으로 대응 기조를 판단한다.

하지만 당시 '300mm 방사포 추정'이라는 청와대 발표가 결국 오류로 드러나면서 안보실이 남북관계 개선이라는 장기적 목표를 의식해 저강도 도발로 수위를 낮추는 정무적 판단을 한 게 아니냐는 비판마저 나온다.

문제는 안보실이 당시 불상의 발사체가 탄도미사일일 가능성을 인지하고도 이를 의도적으로 축소했는지, 아니면 안보실 산하 위기관리센터에서 합참의 보고를 누락했는지 여부다.

전자라면 안보실의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한 셈이고, 후자라면 민감한 군 보고를 토대로 제대로 된 상황판단을 하지 못한 무능력을 고스란히 노출시킨 것이기 때문이다.

당시 청와대 고위 관계자가 "저강도 도발로 평가된다", "평소 같으면 국가안전보장회의도 열지 않을 상황"이라고 언급한 것도 결국 안보실의 초기 보고를 토대로 했다.

하지만 합참은 당시 북한이 쏘아올린 발사체 3발 가운데 두번째 발사체가 발사 직후 폭발한 사실을 확인했다.

우리 군은 대북 레이더를 통해 당시 발사체 궤적을 추적하고 신형 방사포일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했지만, 두번째 발사체가 폭발한 것은 레이더에 나타나지 않았다.

군이 두번째 발사체 폭발을 확인한 것은 동부전선 전방 초병이 열상감지장비(TOD)로 관측했다는 게 군사전문가 출신인 정의당 김종대 의원의 지적이다.

김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북한이 휴전선에서 가까운 깃대령에서 발사했기 때문에 궤적이 레이더에 나타나기 전에 전방 초병에 의해 TOD 영상으로 폭발 장면이 잡혔다"며 "저는 그것을 근거로 처음부터 300mm 방사포가 아닌 탄도미사일로 추정했다"고 말했다.

김 의원은 "(우리 군이) 두번째 발사체가 폭발한 것을 바로 인지했는데 어떻게 폭탄이 발사한 다음에 날아가면서 터지냐"며 분석능력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청와대가 지나치게 상황 관리에 집중했다는 비판도 제기했다.

김 의원은 "청와대는 사실 자체 분석기능이 없고 그런 능력도 안된다"며 "결국 안보실 산하 위기관리센터에서 합참 보고를 종합해야하는 데 그런 능력을 보여주지 못했고 결국 초기 혼란으로 이어지면서 청와대의 실수가 도드라졌다"고 평가했다.

북한이 깃대령에서 탄도미사일을 발사한 이틀 뒤인 28일 국회 정보위원회가 국정원으로부터 정권수립일인 9월9일 추가 탄도미사일 발사 가능성과 풍계리 2, 3번 갱도에서 6차 핵실험 준비가 완료됐다는 보고를 받은 것과 비교하면 안보실의 상황 판단 인식이 안일했다는 비판도 피할 수 없을 전망이다.

안보실의 미숙한 대응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달 28일 북한이 자강도 무평리 일대에서 장거리탄도미사일(ICBM)급 화성-14형을 발사하자 안보실은 오히려 문 대통령에게 적극 대응을 주문하면서 결국 사드 잔여발사대 4기 추가 배치를 결정했다.

청와대 관계자는 "유엔 안보리에서 대북 추가 제재안 만장일치 결과가 그렇게 빨리 나올 줄 모르고 강경 대응한 측면도 있다"고 당시 판단이 성급했음을 일부 시인했다.

소규모환경영향평가가 진행되는 중에 사드 4기 추가 배치를 선언하면서 결국 '북한의 미사일 개발을 저지하기 위해 중국이 역할을 해야한다'는 문 대통령의 외교적 접근은 레버리지(지렛대)를 상실했다.

상황변화에 유연하게 대응하지 못하는 안보실의 불안 요소가 외교관 위주의 인력 배치에서 비롯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군사적 전문성이 떨어지는 데다 현재 안보실에 들어와 있는 군 출신 인사들도 군 지식보다는 학자형 군인들이 많아 합참 등과의 긴밀한 소통에 문제가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김 의원은 "안보실 인사가 땜질식으로 진행되면서 한꺼번에 진용이 만들어진 게 아니다"라며 "팀워크를 갖춰 제대로 작동되는 데 시간이 걸리는 구조"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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