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 은하선이 받은 '성희롱' 문자…"못 보겠다"

(사진='까칠남녀' 방송 화면 갈무리)
여권신장 목소리를 꾸준히 내 온 작가 은하선이 언어 성희롱의 심각성을 알리고자, 자신이 직접 받은 입에 담기 힘든 성희롱 문자 메시지를 공개했다. 지난 28일 밤 방송된 EBS 1TV 젠더 토크쇼 '까칠남녀'에서다.

'부장님, 그건 성희롱입니다'라는 주제로 한국 사회에 만연한 언어 성희롱 문제를 다룬 이날 방송에서 사회자 박미선은 "은하선 씨 같은 경우, 어휴… (언어 성희롱 문자 메시지가) 얼마나 심각하고 일상적인지, 우리 같이 일하는 식구 은하선 씨한테 그런 톡이 많이 와서…. 용기를 내 공개를 하셨다"고 설명했다.

이어 공개된 문자 메시지는 '00 별려봐요' '00 보여줘요' '님꺼 핥고 싶다' '0에 0 많이 나오게 하는 거 있나요?' 등의 내용을 담고 있었다. 이를 보는 패널들은 "안 되겠다" "못 보겠다"면서 충격에 휩싸였다.

'(이러한 문자 메시지를 보낸 사람이) 누군지 아냐'는 박미선의 물음에 은하선은 "제가 사업을 작게 하다 보니까, 예를 들어 고객들을 위해 제 (업무용) 휴대폰 번호를 공개해 놓는 것이 있다. 거기에 온 것"이라며 "제가 실제로 저 분을 고소했다. 그런데 그 사이에 다른 사건으로 이미 들어가 계시더라"라고 답했다.

앞서 이날 방송에서는 언어 성희롱 피해자들이 직접 출연해 사연을 공개하기도 했다.


"나 같으면 단추를 풀어서라도 실적을 올리겠다, 계약을 받아내겠다. 나는 나이가 많고 너는 어리니까 내가 어린 친구랑 이 엘리베이터 문을 나서면 사람들이 나를 능력자로 생각할 것 아니냐."

"그럼 내가 너 이거(알바비) 줄 테니까 내일부터 일 나오지 말고 나랑 데이트하자."

"성희롱을 한 건 상사잖아요…. 항의해 봐야 불이익만 받죠."

"문제제기 했더니 주변에서 회사 그만둘 거냐고 묻더라고요."

"참고 참다가 결국 퇴사했어요."

서울여성노동자회의 2016년 조사에 따르면 직장 내 성희롱 피해자 가운데 72%가 퇴사했을 만큼 해당 문제는 심각성을 띠고 있다.

은하선은 "사실상 언어 성희롱이 법적으로 처벌 받을 수 있다고 해도 피해자들이 말하기 꺼려 하는 이유 중 하나가, 예를 들어 회사를 다니고 있을 때 회사를 더 이상 못 다니게 되는 경우가 벌어질 수 있기 때문"이라며 "정말 혼자의 힘으로 어려울 때는 국가인권위원회(국번 없이 1331)나 고용노동부(국번 없이 1350), 한국성폭력상담소(02-339-5801~2)에 도움을 청하실 수 있으니 혼자서 앓지 마시고 꼭 단체의 도움을 받으셨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이날 방송에서 철학자 이현재는 성희롱에도 3가지가 있다. 신체적 성희롱, 언어적 성희롱, 시각적 성희롱을 하는 경우"라며 설명을 이어갔다.

"언어적 성희롱에는 음란한 농담이나 음담패설, 외모에 대한 성적 비유나 평가, 성적인 내용의 정보를 의도적으로 유포하는 행위, 성적 관계에 대한 회유 및 강요, 음란한 내용의 전화통화, 회식 자리에서 술을 따르도록 강요하는 행위 등이 포함된다."

그는 "권력 관계가 사실은 당장 큰 문제다. 실제로 성희롱이라고 하지 않더라도 직장 내 갑질 문화가, 어떤 상사가 이상한 행동을 해도 거기에 찍 소리도 못하게 하는 압력이 있는 분위기를 만들어낸다"며 "여기에 여성들은 성희롱까지 첨가해서 당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고 진단했다.

이어 "높은 권력에 있을수록 무슨 잘못을 했을 때 주변에서 이야기를 못한다. 그렇기 때문에 본인이 무엇을 잘못하고 있는지 모르는 경우가 굉장히 많다"고 지적했다.

이현재는 "인식의 차이, 문화를 바꾸는 것이 중요하다"며 "실제로 센스 있는 말대꾸하기, 내 의견 적절하게 표현하기 등을 통해 성적 자기 결정권이 자신에게 있음을, 내가 불쾌했음을 자주 내비치고 그것을 용인하는 사회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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