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정보원 아닌 국가정치공작원"…적폐의 민낯

민주 적폐청산위, '원세훈 부서장회의' 녹취록 낱낱이 공개

더불어민주당 적폐청산위원회는 29일 원세훈 전 국정원장 시절 고유 업무 보다는 노골적으로 국내정치에 개입하고 국민을 상대로 공작을 벌인 정황이 담긴 녹취록을 공개했다.

적폐청산위는 원 전 원장 재임 4년여동안 회의 발언 녹취록을 분석한 결과 최소 49회이상 국내 정치와 관련해 젊은층 우군화전략, 극우단체 양성, 선거개입, 4대강 홍보, 국민 의식화 작업, 언론 공작, 인터넷 심리전 강화 등에 대한 지시를 했다고 밝혔다.

◇정치개입…지방선거 대비 "어떤 사람이 도움되는지 잘 판단해야"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지방선거와 총선을 앞두고 여당에 유리한 국면으로 흘러갈 수 있는 분위기를 국정원이 나서서 조성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원 전 원장은 지방선거를 1년여 앞둔 2009년 6월 "내년 지방선거가 11개월 남았는데, 우리 지부(국정원)에서 지방자치단체 장이나 의원 후보들을 잘 검증해서 어떤 사람이 도움이 되는지를 잘 판단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방선거 두 달 전인 2010년 4월에는 "(박원순 시장이 공동운영위원장이었던)희망과 대안이든 뭐든 만들지만 어쨌든 선거에서 단일화하라는 것"이라며 "북한 지령대로 움직이는 건 결국 종북단체"라고 규정했다.

그러면서 "일반 국민들이 보면 다수가 반대를 하는데, 한나라당만 어떤 정책에 찬성하는 걸로 보인다. 그거 다 (북한에)이용당하는 일인데도 모른다"라며 "여러분이 중심을 잡아 달라"고 당부했다.


2011년 서울시 무상급식 투표를 앞두고는 "우리 원에서 재작년부터 여러가지로 복지 포퓰리즘을 경고했는데 절정에 달하는 것 같다"며 "이것도 전 직원이 같이 막아야 하는 것 아닌가라는 생각이 든다"고 말하기도 했다.

서울시장 보궐 선거 이후인 2011년 11월에는 "작년 선거 때도 보니까 보수 세력이 결집하면 이길 수 잇는 교육감 선거에서도 결국은 분열 때문에 졌다"며 "나라의 체제를 부정하는 세력들이 협심해 덤벼드는 것이기 대문에 거기에 대한 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이어 "지금 현 정부 대 비정부의 싸움이다.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고 12월부터는 예비등록을 시작하는데, 지부장들은 현장에서 (후보들의)교통정리가 잘 될 수 있도록 여러가지를 챙겨달라"고 요청했다.

◇ 'MB정권 홍보 부대' 역할 자임한 원세훈 국정원

원 전 원장은 이명박 정권의 국정 홍보 기구의 역할을 강조하며 특히 야당과 시민단체로부터 강한 반발을 산 4대강 사업과 관련해 수차례에 걸쳐 적극 홍보에 나서야 한다고 당부했다.

원 전 원장은 2009년 12월에는 "4대강 문제에 대해 좌파들이 계속 발목을 잡으려는 걸 우리가 해결해야 하는데, 홍보·여론전을 하라고 하면 '국정원이 4대강에 관여합니까'라고 (반박)그러면 정보기관으로의 정체가 없는 것"이라고 정의하기도 했다.

원 전 원장은 "좌파들이 앞을 잘 가는 국정을 발목 잡으려는 것을 여러분들이 차단시키는데 앞장서달라"고 말했다.

2011년 10월에는 "내일 4대강 그랜드 오픈을 하는 날이다"라며 "각 지부에서 4대강에 대한 여러가지 활동도 많이 해서 여기까지 왔다"며 우리 지부의 노력이 엄청났다"며 격려했다.

2012년 총선을 앞둔 2월에는 "지금 정부가 일을 그렇게 많이 하고도 제대로 평가를 못받는다"며 "계속 홍보에 대한 지적도 하고 지시도 했는데, 그게 잘 안되고 있다"며 이명박 정부 정책 홍보의 부족에 대해 국정원의 책임이 크다고 질책하기도 했다.

◇ "외부 기관이 한 것 처럼" …티 안나게 국민 의식화 작업

원 전 원장은 국민 의식화 교육에도 국정원이 앞장서야 한다고도 주장했다. 2009년 6월 회의에서 원 전 원장은 "직장교육, 예비군 교육 등에서 쓸 자료를 필히 잘 만들어 국정원 이름으로는 못할 테니까 외부 기관의 이름으로 학교나 군에 배포해서 실질적인 교육이 될 수 있도록해야 한다"고 지시했다.

그러면서 북한의 미사일 도발은 김대중 전 대통령의 햇볕정책으로 인한 것임을 언급하며 "수세적으로 할 게 아니라, 우리가 확실한 자료를 만들어 공세적으로 (대응)하라"고 덧붙였다.

2010년 7월에는 북의 위협을 막기 위해 돈을 좀 주고 하면 우리는 점점 더 북에 예속된다는 걸 국민에게 알리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라고 반문하며 "초·중·고생부터 교육시켜 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2011년 5월 회의에서는 "지난 재보선에서 천안함 사건이 북한의 소행이 아니라고 했던 인물이 강원지사(최문순)에 당선됐다"며 "이런 현상은 지역주민 안보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서다. 소관 지부장들은 안보의식 제고에 더욱 노력해주길 바란다"고 요청했다.

◇거슬리는 언론은 "쥐어 패는 게 정보기관이 할 일"

이외에 원 전 원장은 전교조, 민주노총 등 진보성향 노조와 시민단체들을 '북한보다 더 다루기 힘든 내부의 적'이라고 규정하고, 관련 수사들이 조속히 마무리 될 수 있도록 지시했다.

그는 또 정부에 비판적인 목소리를 내는 언론사에 대해서는 '쥐어패라'는 표현을 써가며 강압적인 대응을 요구하기도 했다.

원 전 원장은 2009년 12월 회의에서 "기사나는 걸 미리 알고 기사를 못 나게 하든지, 아니면 기사 잘 못 쓰고 하는 보도매체를 없애버리고 공작을 하든지, 그게 여러분의 할 일"이라고 정의했다. 이어 "잘못할 때마다 쥐어패는게 정보기관이 할 일"이라고 말했다.

원 전 원장은 대북심리전보다 더 중요한 것은 국민에 대한 심리전이라고 강조하며 적극적인 인터넷 여론전을 주문했다.

원 전 원장은 2011년 10월 회의에서 "인터넷 자체가 종북좌파 세력들이 다 잡고, 점령하다시피 보이는데 여기에 대한 대책을 우리가 제대로 안 세우고 있었다"며 "전 직원이 인터넷 자체를 청소한다. 그런 자세로 종북좌파 세력들을 끌어내야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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