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경찰에 따르면 신 구청장의 횡령‧배임 혐의를 수사 중인 서울지방경찰청 지능범죄수사대는 지난 7일 강남구청 전산정보과에 대한 2차 압수수색을 벌이는 과정에서 1차 압수수색(7월11일)에서 확보하려 했던 전산자료가 모두 삭제된 사실을 확인했다.
경찰이 확보하려던 자료는 2012년부터 최근까지 5년 동안 강남구청 직원 1500명이 컴퓨터로 프린트한 문서 내용이 그대로 담긴 압축파일들로, '출력물보안시스템' 서버에 저장돼 있었다.
2012년 강남구에서 도입한 출력물관리시스템 상에서 출력한 원본이미지를 A4 용지 기준으로 150킬로바이트(KB) 용량으로 압축해 저장한 자료인데, 강남구청과 관내 동사무소의 모든 PC에서 출력한 출력물이 그대로 보관돼 있다.
이 자료는 지난달 21일 강남구청 전산정보과 A 과장에 의해 모두 삭제됐다. 경찰이 1차 압수수색에서 확보하지 못한 해당 자료를 구하기 위해 전날 임의제출을 요구하자 하루 뒤 전산정보과 서버실에 들어가 삭제해 버린 것이다.
경찰은 지난 7일 2차 압수수색을 벌이면서 자료가 삭제된 사실을 확인하고 전산정보과 서버실을 비추고 있는 CCTV영상자료를 압수했다.
CCTV영상 분석 과정에서 경찰은 A 과장이 서버실에서 자료를 삭제하는 동안 신 구청장이 함께 있는 모습도 확인했다.
CCTV영상에는 신 구청장이 오후 6시 업무시간 이후 다수의 참모진을 대동하고 서버실에 들어가는 모습, 신 구청장과 A 과장이 함께 있는 모습 등이 모두 녹화돼 있었다. 신 구청장이 서버실에 들어갈 때 A 과장이 문을 열어주고 인솔하는 장면도 찍혔다.
증거인멸 작업은 오후 6시 업무시간 이후부터 오후 10시까지 진행됐는데, 신 구청장은 총 2차례에 걸쳐 서버실을 방문한 것으로 밝혀졌다. A 과장의 증거인멸을 현장에서 직접 지휘‧감독한 것으로 보이는 대목이다.
반면 증거인멸을 직접 지휘‧감독한 정황이 뚜렷한 신 구청장에 대해서는 형사입건은커녕 참고인신분으로 소환조차 하지 않았다.
경찰은 지난 24일 CBS노컷뉴스가 '강남구청 증거인멸' 사건을 최초 보도하자 언론에 CCTV영상자료의 존재를 공개한 바 있다.
하지만 'A 과장이 업무시간 이후 늦은 밤까지 혼자 자료를 삭제하는 모습이 찍혔다'고만 밝히고 신 구청장이 범행현장에 A 과장과 함께 있는 모습이 CCTV에 찍혔다는 사실은 숨겼다.
여선웅 강남구의원은 "신 구청장이 부하직원 A씨와 함께 증거인멸에 가담하는 모습이 찍힌 CCTV 영상을 경찰이 확보하고도 A씨의 단독 범행으로 발표하고 A씨만 불구속 입건했다"며 "이제부터 '신연희 증거인멸' 사건이 아니고 '경찰 수사조작' 사건이다. 경찰에 대한 검찰수사를 촉구한다"고 밝혔다.
경찰 관계자는 "보도 이후 증거인멸을 실행한 사람이 A 과장이 맞냐, 안맞냐만 물어봤지 CCTV 영상 내용에 대해 묻는 사람은 없었다"며 "경찰이 수사의지가 없다면 왜 압수수색을 하겠나. 믿고 지켜봐달라"고 해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