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로남불' 케이로스의 심리전...두 번 통할까

취재진에 불만 터뜨린 데 이어 SNS에도 한국에 불만 토로

포르투갈 출신의 카를로스 케이로스 이란 축구대표팀 감독은 상대는 물론, 이란축구협회와도 매번 싸움을 일으키는 고도의 심리전 전문가다.(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정말이지 '내로남불(내가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이 따로 없다.

카를로스 케이로스 이란 축구대표팀 감독은 29일 자신의 공식 페이스북 계정에 한국과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9차전을 앞두고 훈련하는 이란 선수들의 모습을 공개했다.

케이로스 감독이 공개한 총 4장의 사진에는 해외리그에서 활약하는 선수의 합류가 늦어져 소집한 전원이 함께하지 못하는 이란 축구대표팀의 열악한 상황과 함께 첫날 훈련했던 인천 아시아드 보조경기장의 모습이 담겼다.

사진과 함께 케이로스 감독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우리 선수들은 최상의 경기력을 낼 것이라고 기대한다"면서 "(열악했던 첫날과 달리) 다음 날에는 한국의 환경이 나아졌다"는 내용의 글도 남겼다.

케이로스 감독은 한국 입국 후 첫 훈련을 소화한 27일 인천 아시아드 보조경기장의 잔디 상태가 열악하다면서 공개적으로 불만을 털어놨다. 숙소에서 더 거리가 먼 파주공설운동장으로 훈련장을 바꾼 28일에는 시설이 나아졌다고 말하기도 했다.

다분히 의도가 느껴지는 대목이다. 이란 축구팬이 주목하는 상황에서 심리전에 돌입한 케이로스 감독이다. 실제로 케이로스 감독이 게시한 글과 사진에는 이란 축구팬의 분노섞인 댓글이 달리고 있다. 빠르게 이란 축구팬 사이에 해당 게시물이 퍼지는 것은 당연했다.

케이로스 감독은 자신의 SNS에 한국의 원정팀 대접이 불만스럽다는 내용의 사진과 글을 게시해 이란 축구대표팀과 이란 축구팬의 결속을 다지고 있다.(사진=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 공식 페이스북 갈무리)
◇ 케이로스는 왜 SNS로 심리전에 나섰나

현재 이란 축구는 대표팀 외부 문제로 시끄럽다. 이란 정부가 주장이던 마수드 쇼자에이와 에흐산 하지사피(이상 파니오니오스)의 대표팀 제명을 명령했기 때문이다.

이 둘은 마카비 텔 아비브(이스라엘)와 2017~2018 유럽축구연맹 유로파리그 3차 예선 2차전에 출전한 것이 문제가 됐다. 이란 정부가 '적성국'으로 분류한 이스라엘 클럽과 경기에 나선 것을 이유로 대표팀에서 제명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정부의 간섭을 금지하는 국제축구연맹(FIFA)의 제재를 우려한 이란축구협회의 중재로 결국 하지사피는 대표팀에 합류했다. 하지만 쇼자에이는 끝내 대표팀에 합류하지 못했다.

대표팀 구성부터 우여곡절이 있던 이란은 '간판 골잡이' 사르다르 아즈문(루빈 카잔)도 경고 누적으로 한국과 경기에 출전할 수 없다. 사실상 100% 최상의 전력으로 한국 원정에 임할 수 없는 만큼 경기 외적으로 한국을 찾은 14명의 선수단을, 또 이란에 있는 자국 축구팬을 결속하려는 의도로 볼 수밖에 없다.

2013년 6월 울산에서 열린 한국과 이란의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8차전에서 이란이 승리하자 한국 벤치를 향해 주먹감자를 날리는 카를로스 케이로스 감독을 선수와 코칭스태프가 황급하게 말리는 모습.(노컷뉴스 DB)
◇ 케이로스 감독, 고도의 심리전 전문가

사실 한국의 원정팀 대우는 후한 편이다. 이란을 제외하고는 이런 식으로 한국의 호텔과 훈련장 섭외 등에 불만을 터뜨린 원정팀은 없었다.

오히려 지난해 10월 이란 원정을 떠났던 한국 축구대표팀은 공항 옆에 있거나 공장 안에 있는 훈련장을 추천받아 1시간 떨어진 훈련장을 찾아가기도 했다. 그마저도 조명이 없어 가로등 아래에서 훈련했다. 이 과정에서 현지 운전사의 다분히 의도적인 운전 미숙으로 가까운 거리를 두고 먼 거리를 돌아가는 일도 있었다.

케이로스 감독 역시 의도적인 심리전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과거 2014 브라질월드컵 최종예선 당시에는 도발의 강도가 더 심했다.

케이로스 감독은 2013년 6월 한국 원정을 앞두고 우즈베키스탄 유니폼을 합성한 최강희 감독의 사진을 자신의 상의에 붙이고 환하게 웃는 모습을 이란 취재진 앞에서 보여주고, 이로 인한 뜨거운 설전을 펼치기도 했다.

해당 경기에서 1-0으로 승리한 뒤에는 한국 벤치를 향해 주먹감자를 날리는 모욕적인 행동도 서슴지 않았다. 그는 경기 후 CBS노컷뉴스와 만나 "(주먹감자는) 일부러 보라고 했다"고 말해 한국 축구팬의 공분을 샀다.

끊이지 않고 계속되는 케이로스 감독의 경기장 밖 심리전에 신태용 감독은 "말려들지 않겠다. 한국 축구에 제대로 당하게 될 것"이라면서 "이란이 한국에 와서 너무 대접을 잘 받고 있다. 감사히 잘 있다가 돌아갔으면 좋겠다"고 확실한 복수를 약속했다.

이미 경기장 밖에서 뜨겁게 달궈지는 한국과 이란의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9차전은 31일 저녁 9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다.
케이로스 감독의 거듭된 도발에 신태용 축구대표팀 감독은 너무 후한 대접을 받고 있어 그렇다고 응수하며 이번 맞대결에서 한국 축구의 진짜 모습을 보여주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박종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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