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 대표의 출마를 반대하며 전당대회준비위원장직까지 사임한 황주홍 의원은 전대 결과가 나온 직후 기자들에게 보낸 메일에서 "아쉽습니다. 이런 결과가 아니길 기대했습니다"라고 짧고 강한 메시지를 남겼다.
다만 그는 "어찌하겠냐"며 "(결과에) 승복할 것입니다"라고 전했다.
지난 3일 조배숙, 주승용, 유성엽, 장병완, 황주홍, 김종회, 박주현, 박준영, 이상돈, 이찬열, 장정숙, 정인화 등 12명의 의원들은 '책임정치 실현과 당의 회생을 위해 안철수 전 대표의 당대표 출마에 반대한다'는 내용의 성명을 발표했다.
성명서 첫 줄에 "안 전 대표의 당대표 출마에 반대한다"며 반대 의사를 확고히 밝힌 이들은 "대선 패배와 증거조작 사건으로부터 자유로운 지도부를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몇 시간 뒤 안 전 의원은 당사 기자실에서 출마 기자회견을 열었고, 8.27 전당대회에서 51.09%로 당대표에 당선됐다.
안 대표의 출마를 반대했던 의원들은 "민주정당에서 경선 결과를 깨끗이 수용해야 한다"고 일단은 한 발 물러선 모양새다.
성명서에 이름을 올렸던 A 의원은 "당이 화합하고 단합하면서 국민을 위해 나아갈 때"라며 "자기 자리에서 내 할일을 다 할 것"이라고 말했다.
B 의원은 "(출마 반대는) 다 지나간 얘기"라며 "안 대표가 당선될 거라는 결과가 당연히 올 거라 봤다"고 입장을 급격히 바꾸기도 했다.
그는 "우리가 출마를 반대한다고 해도 그 주장이 관철되는 건 무리였다"며 "대표도 됐으니 반면교사 삼아 앞으로는 당이 어떻게 하면 성공할 수 있을지 몰입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안 대표의 출마를 격렬히 반대했지만 저 역시 당을 살리기 위한 고육지책이고 충정이었다"며 "안 대표 역시 당을 살리기 위해 출마했던 만큼 공동목표를 위해 합심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안 대표도 이날 오전 처음 주재한 최고위회의에서 "경쟁상대는 내부가 아니라 외부에 있다"며 "제가 부족했던 점을 사과하는 마음으로 노력하겠다"고 자세를 낮췄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안 대표에 대한 감정이 남아있는 의원들이 허니문 기간이 끝나면 본격적으로 목소리를 낼 거라는 관측도 있다. "겉으로는 티를 안 내지만 마음속으로는 안 대표를 시니컬하게 보고 있다"는 목소리도 벌써부터 나온다.
다음달부터 국정감사가 시작되면서 원내 중심으로 돌아가기 시작하면 원외 당대표 입지 역시 자연스럽게 줄어들 거라는 시각도 있다.
당 핵심 관계자는 "65%의 지지를 얻은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도 애를 먹고 있는데 과반을 겨우 넘긴 안 대표가 제대로 리더십을 보여줄 지 의문"이라며 "허니문 기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안 대표 존재감은 사라질 것"이라고 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