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은 일단 31일 이 후보자의 인준안을 본회의에 상정하는 것에는 동의하지만, 본회의 인준 표결에서는 반대표를 던진다는 입장이다.
한국당은 김 후보자가 통진당 해산 결정 당시 소수 의견을 통해 반대 의사를 냈던 점과 헌재의 통진당 해산 결정에 대해 "민주주의 헌법정신의 본질과 맞지 않는다"고 비판한 점 등을 문제 삼아 강경하게 반대하고 있다.
바른정당은 한발 더 나아가, 김 후보자의 인준안 자체를 본회의에 상정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주호영 원내대표는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김 후보자 같은 편향된 인물이 헌재소장직을 맡는 것은 대단히 부적절하다"고 밝혔다.
하지만 두 야당 모두 명확하고 객관적인 김 후보자의 부적격 사유를 찾지 못한 상황에서 헌재소장의 장기 공백 상태를 놔두는 것은 부담스럽다.
이런 점을 감안해 한국당은 김 후보자의 인준안을 본회의로 상정하는 것까지에 대해서는 반대하지 않는 것이다.
국민의당 속내는 더욱 복잡하다. 지난 27일 당권을 잡은 안철수 대표는 '선명한 야당'을 강조하며 대여투쟁을 예고했다. 수세에 몰린 국민의당의 존재감을 부각시키며 재기를 노리는 전략이다.
하지만 호남을 기반으로 하는 국민의당이 호남 출신의 김 후보자를 무조건 반대하는 것도 곤혹스러운 상황이다.
'선명한 야당'이란 당위론과 호남 민심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현실론 사이에서 고심하던 국민의당 지도부는 결국 당론을 정하지 않고 의원 개개인의 결정에 맡기기로 했다.
국민의당 안팎에서는 문재인 정부의 인사 실패에 맞서 강한 야당의 면모를 보여야 한다는 주장과 호남 출신의 김 후보자를 밀어줘야 한다는 양론이 뒤섞여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은 난감한 상황에 처하게 됐다. 김 후보자의 인준안이 통과되는 데에 필요한 과반 의석(150석)을 확보하려면, 정의당 6석을 제외하더라도 34석 이상이 필요하다. 국민의당 전체 의석(40석)의 85% 이상을 찬성 측으로 끌어들여야 한다.
만약 본회의에서 김 후보자에 대한 인준안이 부결되면, 문재인 정부와 여당의 국정운영 동력에 타격이 불가피하다. 이런 까닭에 민주당은 본회의에 김 후보자의 인준안 상정을 주저하고 있다.
결국 여야의 입장이 미묘하게 갈리면서 김 후보자에 대한 인준안이 계속해서 국회 법사위에 계류하게 되자, 상황을 보다 못한 정세균 국회의장은 4당 원내대표 회동에서 "참을 만큼 참았다"며 여야를 압박하기 시작했다.
일각에서는 정 의장의 이같은 강경 발언은 직권상정을 시사한 것으로 풀이하기도 하지만, 정 의장도 김 후보자의 인준안 통과가 불투명한 상황에서 무리하게 직권상정을 하지 않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정 의장은 우선 31일 전까지 각 당 원내대표와 따로 접촉해 김 후보자의 인준안 처리에 동참해줄 것을 설득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