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보수' 후보단일화 띄우는 野…마음은 벌써 선거판

민주당 독주 경계 위한 정계개편 흐름, 가능성은 미약

국민의당 신임 당대표로 선출된 안철수가 2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열린 국민의당 임시전국당원대표자대회에서 당선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내년 6·13 지방선거를 9개월여 앞두고 야권이 벌써부터 합종연횡 시나리오로 들썩이고 있다.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간 보수통합론이 수면 위로 올라올 조짐을 보이자 국민의당까지 포함한 중도-보수 후보단일화 주장까지 제기됐다.


국민의당이 안철수 대표 체제로 전환되고 여권(與圈)으로부터 독립적인 자강론이 힘을 얻게 됨에 따라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야(野) 3당은 공조 가능성을 타진하는 형국이다. 더불어민주당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한 정계개편 흐름인 셈이다.

자유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는 28일 수도권(서울·경기·인천)을 중심으로 한 3당 후보 단일화 주장을 제기했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내년 지방선거 전 3당이 수도권만이라도 단일 후보를 내는 게 어떻겠느냐"며 자신의 구상을 밝혔다.

정 원내대표의 주장은 "야권의 분열 구도로는 여당을 이길 수 없다"는 위기 의식에 따른 것이다. 국민의당 전당대회에서 '다당제 수호'를 내건 안철수 대표가 당선된 이상 민주당과 한국당의 '1대1' 양자구도의 구상은 일단 제동이 걸린 상황을 감안한 구상이다.

같은 당 정갑윤 의원도 불교방송 라디오에 나와 '지방선거 참패' 우려를 제기한 뒤 "문재인 정부의 독주를 막기 위한 그림을 그려야 한다. 안철수 대표를 포함한 범(凡)보수연합으로 가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며 정 원내대표의 '큰 그림'에 동의했다.

정 원내대표의 범중도-보수 단일화 주장은 당내에선 홍준표 대표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홍 대표는 내심 자기 주도로 바른정당을 통합·흡수해 지방선거와 21대 총선, 20대 대선을 치르는 구상을 갖고 있다.

홍 대표 입장에선 합종연횡 움직임이 생겨남에 따라 '민주당-국민의당' 대(對) '한국당-바른정당' 합당의 양자구도 계획은 차질이 생겼다. 홍 대표는 당 대표 취임 직후부터 국민의당, 바른정당은 생략하고 민주당 추미애 대표만 예방하는 등 국회 지형을 다당제가 아닌 양당제로 바꾸고자 하는 속내를 드러내왔다.

홍 대표가 연일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을 압박하는 것도 바른정당 흡수를 위한 포석이지만,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에서는 여전히 자강론에 집중하는 쪽이 주류다. 국민의당에선 안 대표가 당권을 잡았고,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도 여전히 자강론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홍 대표의 구상에 동의하는 '보수통합' 주장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한국당 나경원 의원은 지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구(舊)체제와의 단절을 진행하고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추진해야 한다"며 '우파 가치로의 통합'을 주장했다.

바른정당 이혜훈 대표.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바른정당 이종구 의원도 지난 25일 라디오에 출연해 한국당과의 통합 가능성을 열어뒀다. 그는 "박근혜 전 대통령과 소위 8적이라고 불리는 8명 의원이 출당되면 합당을 다시 논의해볼 수도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바른정당 김무성 의원과 한국당 정진석 의원이 공동연구모임을 시작하는 것을 두고 두 당간 통합 논의가 시작되는 것 아니냐는 해석도 제기됐다.

하지만 현재로선 범중도-보수 통합이든, 보수만의 통합이든 지방선거 전 연대 혹은 합당의 가능성은 크지 않은 실정이다. 보수통합의 경우 한국당의 '친박 청산'이라는 선결 조건이 여전히 난망이고, 범중도 통합의 경우 국민의당 내부 호남권과 보수진영이 햇볕정책 등 안보관을 놓고 인식의 차이를 극복하기 어렵다.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안철수 대표와 상의 끝에 "바른정당과의 연대나 합당은 없다는 것으로 정리가 됐다"고 못 박기도 했다.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의 수도권 3당 후보 단일화는 인천(유정복·한국당), 경기(남경필·바른정당) 등의 현역 광역단체장을 재(再)공천하고, 안 대표에게 서울시장 단일 후보를 제안하는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있다. 만약 안 대표가 이 같은 제안에 동조해 보수 진영 쪽으로 향하게 되면 호남에 기반을 둔 박 전 대표로선 선택의 갈림길에 놓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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