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당이 안철수 대표 체제로 전환되고 여권(與圈)으로부터 독립적인 자강론이 힘을 얻게 됨에 따라 자유한국당과 바른정당 등 야(野) 3당은 공조 가능성을 타진하는 형국이다. 더불어민주당의 독주를 견제하기 위한 정계개편 흐름인 셈이다.
정 원내대표의 주장은 "야권의 분열 구도로는 여당을 이길 수 없다"는 위기 의식에 따른 것이다. 국민의당 전당대회에서 '다당제 수호'를 내건 안철수 대표가 당선된 이상 민주당과 한국당의 '1대1' 양자구도의 구상은 일단 제동이 걸린 상황을 감안한 구상이다.
같은 당 정갑윤 의원도 불교방송 라디오에 나와 '지방선거 참패' 우려를 제기한 뒤 "문재인 정부의 독주를 막기 위한 그림을 그려야 한다. 안철수 대표를 포함한 범(凡)보수연합으로 가면 좋은 성과를 거둘 수 있을 것"이라며 정 원내대표의 '큰 그림'에 동의했다.
정 원내대표의 범중도-보수 단일화 주장은 당내에선 홍준표 대표를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홍 대표는 내심 자기 주도로 바른정당을 통합·흡수해 지방선거와 21대 총선, 20대 대선을 치르는 구상을 갖고 있다.
홍 대표 입장에선 합종연횡 움직임이 생겨남에 따라 '민주당-국민의당' 대(對) '한국당-바른정당' 합당의 양자구도 계획은 차질이 생겼다. 홍 대표는 당 대표 취임 직후부터 국민의당, 바른정당은 생략하고 민주당 추미애 대표만 예방하는 등 국회 지형을 다당제가 아닌 양당제로 바꾸고자 하는 속내를 드러내왔다.
홍 대표가 연일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을 압박하는 것도 바른정당 흡수를 위한 포석이지만, 바른정당과 국민의당에서는 여전히 자강론에 집중하는 쪽이 주류다. 국민의당에선 안 대표가 당권을 잡았고,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도 여전히 자강론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홍 대표의 구상에 동의하는 '보수통합' 주장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한국당 나경원 의원은 지난 16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구(舊)체제와의 단절을 진행하고 바른정당과의 통합을 추진해야 한다"며 '우파 가치로의 통합'을 주장했다.
하지만 현재로선 범중도-보수 통합이든, 보수만의 통합이든 지방선거 전 연대 혹은 합당의 가능성은 크지 않은 실정이다. 보수통합의 경우 한국당의 '친박 청산'이라는 선결 조건이 여전히 난망이고, 범중도 통합의 경우 국민의당 내부 호남권과 보수진영이 햇볕정책 등 안보관을 놓고 인식의 차이를 극복하기 어렵다.
국민의당 박지원 전 대표는 전당대회 과정에서 안철수 대표와 상의 끝에 "바른정당과의 연대나 합당은 없다는 것으로 정리가 됐다"고 못 박기도 했다.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의 수도권 3당 후보 단일화는 인천(유정복·한국당), 경기(남경필·바른정당) 등의 현역 광역단체장을 재(再)공천하고, 안 대표에게 서울시장 단일 후보를 제안하는 시나리오를 염두에 두고 있다. 만약 안 대표가 이 같은 제안에 동조해 보수 진영 쪽으로 향하게 되면 호남에 기반을 둔 박 전 대표로선 선택의 갈림길에 놓이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