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은 지난해 6월 기준금리를 연 1.50%에서 1.25%로 인하한 후 13개월째 사상 최저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 6월만 해도 이주열 총재가 '완화 정도의 조정이 필요하다'고 밝히는 등 한은은 5월 이후 석달째 금리인상 시그널을 보내왔다.
지난 7월말 통화신용정책 보고서에서는 "경기회복세가 지속되는 등 경제상황이 보다 뚜렷하게 개선되면 완화정도 조정이 필요할 수 있다"며 금리인상의 조건을 제시하기도 했다.
2분기 경제성장률은 개선 흐름을 이어갔고 민간소비도 1분기보다 0.9% 늘어나면서 연내 기준금리인상 가능성에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이달 초부터 불거진 북한 리스크와 부동산 정책 등 경기위축 요인이 늘어나면서 한은이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아졌다.
고공행진을 하던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7개월 만에 꺾였고 4,5월 고점을 보였던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8월에 전월 대비 1포인트 하락했다.
한은도 지난달 중순 금통위 당시에는 추경 집행효과를 제외한 올 경제성장률을 2.8%로 전망했지만, 28일 국회 기재위 보고에서는 추경을 반영하더라도 3%를 넘어서지 못할 것으로 진단했다.
LG경제연구원 이창선 수석연구위원은 "경기회복 속도로 볼 때 금년 중에 금리를 인상할 정도로 경기가 과열되거나 물가상승률이 크게 높아질 것으로 보고 있진 않다"며 기준금리 동결을 전망했다.
시장에선 한은이 강한 금리인상 시그널을 내기가 쉽지 않다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지난 주 잭슨홀 미팅 이후 당초 12월로 예상됐던 미 연준의 금리인상 가능성이 낮아지면서 통화긴축에 따른 외국인 자금이탈 위험성이 크지 않다는 점도 이유로 작용한다.
1400조에 이르는 가계부채 증가세에 대응하기 위해 금융안정 차원에서 금리인상을 검토할 수도 있지만 정부 정책에 앞서 한은이 선제적으로 대응하기도 부담이다.
강승원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정부 정책효과를 확인하기도 전에 한은이 먼저 강한 금리인상 시그널을 준다는 것 자체가 레인지를 줄이는 것이기 때문에 한은도 조심스럽게 접근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학균 미래에셋대우 수석매니저는 "가계부채 문제는 한은의 통화정책보다는 정부의 대출총량규제로 접근하는 것이 맞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