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구청은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경찰에서 임의제출을 요구한 자료는 강남구의 출력물관리시스템을 통해 만들어진 공공기록물이 아니기 때문에 개인정보 보호를 위해 자료를 삭제했다"며 증거 삭제 이유에 대해 설명했다.
공공기록물이 아니기 때문에 지웠다는 주장이지만, 개인기록물이라고 해도 수사를 인지한 시점에서 삭제할 경우 증거인멸 행위에 해당한다.
앞서 경찰은 지난 달 20일 강남구청 직원들이 그동안 컴퓨터로 프린트한 문서내용이 그대로 담긴 압축 파일을 임의제출할 것을 요구했다. 1차 압수수색에서 기술적인 문제로 관련 자료를 압수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영장을 가져오라"고 경찰에 제출을 거부했던 강남구청 측은 다음 날인 21일 "데이터 관리가 적법하지 않다"는 결론을 내리고 관련 자료를 삭제했다고 밝혔다. 경찰이 요구한 자료를 없앴다는 것을 자인하는 등 사실상 증거 인멸을 인정하는 꼴이다.
이 때문에 경찰이 지난 7일 압수수색영장 받아 다시 강남구청을 찾았을 때는 관련 자료들이 모두 삭제된 뒤였다. 경찰은 이를 증거를 인멸한 정황으로 보고 수사 중에 있다.
증거인멸을 자백하는 듯한 강남구청의 입장발표에 대해 여선웅 강남구의원은 "법원이 증거물로 인정을 해서 압수수색 영장을 낸 자료이기 때문에 개인정보든 공공정보든 상관없이 대상이 된다"며 "개인정보라는 이유로 지웠다면 분명한 증거인멸"이라고 지적했다.
또 "구청장이 전산실에 왔고 삭제했단 것도 확인한 정황이 나온 상태에서, 강남구청 간부만 증거인멸 혐의로 조사를 받는 상황은 옳지 못하다"며 "신연희 구청장에 대한 수사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앞서 강남구청 간부가 서버실에서 증거자료를 삭제하는 동안 신 구청장이 직접 현장을 찾은 장면이 폐쇄회로(CC)TV에 포착된 사실이 CBS노컷뉴스 취재 결과 드러났다. 신 구청장이 증거 인멸을 지휘했다는 의혹이 제기되는 대목이다.
경찰은 신 구청장이 강남구청 일부 직원들이 거액의 예산을 빼돌려 사적으로 유용하는 과정에 연루되거나 직원 포상금 등 명목으로 각 부서에 지급하는 예산을 빼돌린 정황을 잡고 수사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