핵심 쟁점은 가격인상 우려와 유해성에 모아졌다. 그런데 필립모리스가 일반 담배에 비해 아이코스(궐련형 전자담배)에 부과되는 세금이 국제적으로 낮다는 점을 강조하기 위해 제시한 자료가 스스로 발목을 잡았다.
찌는 방식의 전자담배가 일반담배에 비해 유해성이 낮다고 주장하며 실제로 국제적으로도 낮은 세금이 매겨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한 것이다.
박명재 의원은 유해성에 따라 과세를 달리해야 한다고 주장한 뒤 "외국회사들은 세금 인상시 담뱃값을 인상하겠다고 한다"며 개소세 인상을 재론할 것을 촉구했다.
이현재 의원은 "유해성 여부가 판단이 안 됐는데 왜 세금을 올리냐"며 "식약처가 검사를 시작했다고 하는데, 유해도 여부로 과세하려는 것 아니냐"고 물었다. 그러자 김동연 부총리는 "식약처 조사는 과세 때문이 아니라 건강목적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런 논란의 와중에 필립모리스코리아가 기재부에 제출했던 '궐련형 전자담배 해외사례' 자료도 공개됐다. 그런데 이 자료가 오히려 부메랑이 됐다.
더불어민주당 박광온 의원은 "이 자료에 진실이 담겨있다. 세율은 각 나라마다 다른데 담뱃값은 거의 똑같다"며 "담뱃값을 정하는 것은 담배업체의 영업전략이지 세율 때문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박의원은 이어 "개별소비세 처리가 늦어지면 늦어질수록 특정회사에 이익을 안겨주게 될 것"이라고 조속한 처리를 촉구했다.
실제로 필립모리스가 제시한 자료를 자세히 살펴보면, 이탈리아는 일반담배 대비 궐련형 전자담배 아이코스의 세금비중은 40%에 불과했다. 스위스는 21%, 그리스는 35%, 러시아는 57%였다.
그런데 각국 통화를 기준으로 한 판매가격은 일반담배나 아이코스가 거의 대동소이했다. 이탈리아가 5.4:5.0, 스위스는 8.5:8.0, 독일은 6.3:6.0 이런 식이다.
마치 국내에서 일반담배의 소비자 가격이 4,500원인데 비해 전자담배 아이코스는 이보다 약간 낮은 수준인 4,300원으로 가격이 책정된 것과 같은 이치다. 일반담배의 대체제로서 수요를 유도하기 위한 가격정책으로 보이는 부분이다.
다시 말해 세금이 가격을 결정하는 게 아니라 일반담배와의 상대가격으로 가격이 매겨지고 있는 것 아니냐는 합리적 추론인 셈이다.
국민의당 김성식 의원도 "일반담배와 궐련형 전자담배의 현행 개별소비세 차액이 468원인데, 이 정도의 세금 인상으로 가격을 올리겠냐, 오늘 결론을 내야 한다"며 "미룬다면 조세 사각지대를 방치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윤호중 의원은 일반담배 대비 궐련형 전자담배의 세금 비중이 57%로 상대적으로 높은 러시아조차 아이코스의 소비자가격은 우리 돈으로 3천 원에 불과하다며, 외국계 담배회사의 폭리를 지적했다.
심지어 바른정당 이종구 의원은 "기재위가 악덕 담배회사에 놀아나고 있다. 안타깝다"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4,500원에 팔리는 일반담배의 제세부담금은 3,323원, 원가와 마진은 1,177원인데 비해 4,300원에 팔리는 궐련형 전자담배의 제세부담금은 1,723원, 원가와 마진은 2,577원으로 일반 담배의 두 배를 훌쩍 넘는다는 것이다.
김 부총리는 "찐담배가 발화담배에 비해 덜 유해하다는 국제적으로 공신력있는 자료가 아직 없고, 또 우리나라는 유해성을 기준으로 세금을 매기고 있지 않다"며 "가격과 세금구조를 볼 때 개소세 인상 시 궐련형 전자담배의 가격이 일반담배를 역전시킬 정도로 가격에 전가될 가능성은 낮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