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골든브릿지, 대주주 빚 갚느라 '임직원 대출 갑질'

직원명의 대부업체 설립後 임직원 압박. 자금 조달…"고금리 투자 권유"

2002년 증권업계 6위의 중견증권사가 15년이 지난 현재 꼴찌 증권사로 전락했다. 이 증권사 노조 지부장은 "적자가 나서도, 투자를 실패해서도 아니고 오로지 대주주의 주머니를 채워주느라 회사가 망가진 것"이라고 토로했다. 한마디로 금융회사 '대주주의 갑질' 때문에 회사가 쪼그라든 것이다. CBS노컷뉴스는 대주주의 갑질이 비단 이 회사만의 문제가 아닐 수 있다고 보고 3회에 걸쳐 문제를 파헤치고 금융당국의 태도에는 문제가 없었는지 되짚어본다. [편집자 주]

글싣는 순서
① [단독]골든브릿지, 대주주 빚 갚느라 '임직원 대출 갑질'
② [단독]금감원, 골든브릿지 조사한다


전국사무금융서비스노동조합이 지난 24일 금융감독원 앞에서 '골든브릿지투자증권 유상감자 불승인 촉구와 부당경영 고발'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홍영선 기자
반복된 유상감자 논란에 휩싸인 ㈜골든브릿지가 자회사인 골든브릿지투자증권 직원 명의로 '유령 대부업체'를 설립한 뒤, 임직원들을 압박해 수천만원에서 많게는 수억원씩 대부업체에 돈을 빌려주라고 한 정황이 드러났다. ㈜골든브릿지는 이 '유령 대부업체'를 통해 수십억원을 조달하고 있었다.

골든브릿지증권 직원들은 모회사인 ㈜골든브릿지가 자체 신용으로는 더 이상 차입이 불가능하고, 제공할 담보도 고갈되자, 자금난 해소를 위해 임직원들에게 '대출 갑질'을 일삼았다며 울분을 토했다.

◇ 대부업체 대표는 직원 이름, 2곳 주소지 골든브릿지 건물 지하…직접 가보니

CBS노컷뉴스가 입수한 골든브릿지투자증권의 금융감독원 제출 민원자료에 따르면, ㈜골든브릿지는 지난해 1월 자회사인 골든브릿지투자증권 직원 명의로 대부업체 2곳을 설립했다.

골든브릿지증권 직원들을 대표하는 노동조합은 "대주주인 골든브릿지가 골든브릿지증권 팀장급 이상 임직원들을 압박해 이 두 곳의 대부업체를 통해 골든브릿지에 자금을 빌려주도록 압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골든브릿지 2016년 감사보고서 단장기차입금 내역
㈜골든브릿지의 2016년 감사보고서를 살펴보면 지성대부, 빅디대부 등 대부업체와 남양상호저축은행, 김태화씨 등으로부터 차입한 것으로 나온다. 이자율은 9~10% 가량이다.

생소한 차입처 가운데 골든브릿지증권 직원들이 문제로 지목한 곳이 바로 지성대부와 빅디대부다. 2016년 ㈜골든브릿지 연결감사보고서에 따르면 ㈜골든브릿지는 지성대부로부터 총 22억 3450원을, 빅디대부로부터 3억 1200만원을 빌렸다.

공교롭게도 두 곳 모두 서울시 서대문구에 위치한 골든브릿지 빌딩 지하 1층으로, 주소지가 똑같다.

지성대부 대표 전화번호는 ㈜골든브릿지 이상준 회장이 한국과 실크로드 국가의 상호협력 등을 위해 설립한 '실크로드 재단'의 대표번호와 동일하다. 지성대부 대표자 A씨는 실크로드 재단 사무국장과 이름이 같다.

빅디대부는 이보다 조금 앞선 지난해 1월 6일에 등록됐다. 대표자로 나오는 B씨는 빅디대부 설립 당시에는 골든브릿지증권 총무관리자 비서/차석에 있던 직원 이름과 똑같다.

지난해 2월까지만 해도 골든브릿지증권 직원으로 있던 B씨는 4개월 뒤 확인된 사내인력배치표에는 골든브릿지증권의 회계업무 아웃소싱을 맡고 있는 J회계법인으로 파견된 것으로 확인됐다.

지성대부 대표 전화번호는 (주)골든브릿지 이상준 회장이 한국과 실크로드 국가의 상호협력 등을 위해 설립한 '실크로드 재단'의 대표번호와 동일하다. 지성대부 대표자 A씨는 실크로드 재단 사무국장과 이름이 같다.
김호열 골든브릿지증권노조 지부장은 "사측 요구에 저항하기 힘든 계약직 여직원을 대부업체 바지 사장으로 내세워 설립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노조의 주장을 확인해보기 위해 취재진은 지난 23일 골든브릿지 지하 1층을 직접 찾아갔다. 지하 1층은 여느 평범한 주차장에 불과했다. 지성대부나 빅디대부 간판은 찾아볼 수 없었다.


빌딩 관리사무실, 미화관리실 두 곳의 사무실과 사무기기·문구류 납품 업체와 C사라는 곳이 있었다.

건물 관계자는 "문구 납품 업체는 골든브릿지와 아예 다른 곳이고, C사라고 붙여진 저 옆문으로 들어가면 사무실과 교육장이 있는데, 사무실은 아무도 없이 비어진 상태고 교육장에서는 종종 골든브릿지증권 직원 교육이나 설명회 같은 게 열리곤 한다"면서 "보통은 일이 없어 대부분 잠겨 있다"고 말했다. 지상 1층 주차장에서 지하 사무실로 바로 향하는 문도 있었지만 이 역시 굳게 잠겨 있었다.

대부업체를 관리 감독하는 서대문구청은 "지성대부·빅디대부 두 업체가 지난해 1월 설립된 것은 맞지만, 여기서 누구에게 얼마나 대출했는지에 대한 기록은 없다"면서 "개인은 1000만 원 이상, 법인은 5000만 원 이상 있으면 누구든 대부업체를 만들 수 있다. 이 두 업체는 유한회사로 5000만 원 이상의 자본금이 있어 등록됐지만, 현재 상태는 모른다"고 설명했다.

◇ "회사에 투자하라" 수억원씩 '대출 갑질'…대출 알선도, 거부하면 '인사 불이익'

㈜골든브릿지의 '대출 갑질' 논란이 수면 위로 떠오른 건 지성대부와 빅디대부가 설립된 뒤부터다.

두 대부업체가 설립된 시점에 이른바 골든브릿지증권 '요직'에 속해있던 C씨가 갑자기 다른 팀으로 인사가 났다. 하던 업무와 전혀 다른 일을 맡게 된 C씨는 해당 팀에 오래 있지 못했고, 그로부터 얼마 뒤 회사를 나갔다.

C씨는 사직 의사를 밝히던 당시 "전 재산 다 끌어모아도 1억도 없는데 갑자기 1억을 내라하니 압박이 심했다"면서 "여력이 도저히 안 되는데 어떻게 하냐. 다른 사람들은 다 내는데 가만 있자니 눈치도 보이고, 나갈 수밖에 없었다"고 노조에 털어놓았다.

골든브릿지증권 노조는 민원 자료를 통해 "압박을 받은 임직원들은 골든브릿지증권 팀장급 이상으로, 일인당 적게는 3000만원, 많게는 3억원씩 대출했다"고 주장했다.

"은행예금보다 높은 8%대(세후 6%대) 이자로 돌려주겠으니, 회사의 미래를 보고 투자하라"는 식으로 대출을 강요했다는 것이다. 사측이 제시한 이자는 은행 예금 이자보다 높긴 했지만 부실한 모회사에 담보도 없이 강제로 대출하는 것에 임직원들은 거부감이 상당했다.

실제 팀장급 이상이지만 낸 금액이 적거나, 이를 거부하면, 하던 일과 전혀 다르거나 실적을 내기 힘든 부서로 발령이 났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김 지부장은 "2~30년차 팀장 이상급은 이직도 힘든데다 대주주인 이상준 회장이 실질적 인사권을 행사하는데 출자 요구를 거부할 수 없었고, 평범한 회사원이 현금 수억원을 가지고 있을리 만무해 대부분 은행에서 대출을 받아 감당해야만 했다"고 말했다.

이른바 '투자 명목'의 대출을 강요받았던 임직원들은 월급 200만원 수준의 영업직보다 일이 상대적으로 수월하고 연봉도 2~3배 높은 관리직이었다. 이들 중 여윳돈이 충분치 않았던 직원들은 사측의 요구를 거부했다 자칫 회사에 밉보여 영업직으로 밀려날까 두려움이 컸다.

"'대출자금이 없다'며 망설이면 대표 이사가 직접 나서서 '아는 은행이 있는데 거기서 하라'면서 대출을 알선해주기도 했다"며 직원들은 입을 모았다. 이들은 "당시 가이드라인이 팀장은 1억원 이상, 부문장은 2억원, 대표이사는 3억 이상이었고 다수가 참석한 회의에서 (대출을) 압박하기도 했다"고 구체적으로 증언했다.

당시 상황을 또렷하게 기억하던 한 직원은 "K은행 특정지점에서 대출을 받아 할당량을 채우도록 주선까지 했고 실제 여러명이 대출을 받았다"며 "여윳돈으로 하면 자발적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빚내서 대주주에게 돈을 빌려주는 게 자발이겠냐"며 한숨을 내쉬었다.

대출 압박은 받지 않았지만 정상적이지 않은 부분을 느껴 퇴사했다는 D씨는 "지성대부 빅디대부는 지주회사 대표가 직접 관리했고, 회사 자금이 지성대부에서 흘러갔다는 건 나중에 알게 됐다"고 말했다.

"오죽하면 사장 바로 아래에 있는 비노조 관리직 팀장이 노조를 직접 찾아와 직원들에게 대출을 이런 식으로 강요하는 것을 금융감독 당국에 고발해야하는 것 아니냐"면서 "노동조합이 뭘하고 있냐"며 원망섞인 하소연을 했다"는 게 김 지부장의 얘기다.


◇ "자금 조달 맞지만 고금리 투자 권유"…"돈 안 낸 직원들 대부분 現 고위직"

이에 대해 사측을 대표하는 ㈜골든브릿지증권 고위 관계자는 "본사 지위가 있는 분들로부터 모금을 한 건 맞다"고 인정했지만 "출자 여부나 낸 금액에 따라 지위를 사고 그런 건 아니다. 1억원을 낸 사람들도 있지만 500만원, 1~2000만원 등 각자 낼 수 있는 만큼 낸 것"이라고 해명했다.

직원 명의의 대부업체에 대해서는 "그 직원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건 아니고, 아마 골든 브릿지가 자금 조달을 위해서 만든 것으로 알고 있다"며 "다른 쪽 사업보다는 골든 브릿지와의 자금 거래 때문에 만들어진 회사 같다. 불법성이 있어서 대주주에게 자금을 지원해주기 위해서 그런 건 전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골든브릿지 담보대출 가운데 두 대부업체에 빌린 돈은 극소수의 금액"이라며 "혹시 이렇게 골든브릿지가 이 대부업체를 통해서 자금 모집을 하려고 하는데 혹시 참여할 수 있으면 참여해라하는 것일 뿐"이라며 논란을 반박했다.

그러면서 "기업이 돈이 필요하면 회사채를 만들 수도 있지만, 직급 있는 분들한테 (투자 기회를) 주기 위한 것"이라며 "굳이 번거롭게 상호 자체를 발행하지 않고 쉽게 하기 위해서 그렇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투자는 사실이지만 돈 투자한 것과 직급을 산 것은 있을 수 없다. 지금 한 푼도 안낸 분이 거의 임원급으로 있다"면서 "전 직원을 대상으로 하긴 어렵고, 의사 있는 직원들이 본 능력에 맞는 투자를 했고, 금리를 많이 인정해주다보니까 여유 있는 분들은 조금 더 많이 한 그런 상황"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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