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 대표의 정치일선 복귀로 가장 현명하게 드러나는 부분은 대선 '패장'들의 '셀프' 전진배치다.
안 대표는 증거조작 사건 등으로 비교적 늦게, 어렵게 당 대표에 복귀한 반면 자유한국당 홍준표 대표는 일찌감치 비교적 수월하게 당대표로 선출돼 지금은 전국을 돌며 '박근혜 출당론'을 설파하고 있다.
대선 승자인 문재인 대통령까지 포함하면 '메이저' 대선 후보였던 세 사람이 엇갈린 운명을 숙명으로 받아들인 채 3자 대결의 2라운드는 이어가게 된 셈이다.
지난 대선의 또 다른 주역 가운데 한 명인 바른정당 유승민 의원은 당의 전면에 나서지 않고 있지만 문재인 정부 100일을 지나면서 비판의 포문을 여는 등 존재감을 부각시키고 있다.
정의당 심상정 의원은 대선 이후에도 이어온 당대표 자리를 후임 이정미 대표에게 넘겨준 뒤 '팀 정의당' 당원으로서 성숙한 대안 정당을 만드는데 힘을 보태고 있다.
당대표로 복귀한 홍준표, 안철수 두 대표는 원외라는 공통점이 있다. 이 때문에 홍준표 대표는 원내 현안에는 비교적 목소리를 자제한 채 무너진 보수를 정비하는 데 주력하는 양상이지만 '친박청산'을 제대로 할 수 있겠냐는 비판과 함께 '친홍체제' 구축을 시도하고 있다는 의구심도 받고 있다.
안철수 대표는 당선수락 연설 내용만 보면 홍 대표보다는 원내 현안에 적극적인 목소리를 낼 것으로 보인다. "오직 민생과 국익을 최우선으로, 국민과 나라에게 좋은 일이라면 언제라도 적극 협력할 것"이라는 약속이 대여관계에서 어떻게 나타날지 주목된다.
문재인 대통령이 안 대표가 당선된 직후 축하 전화 통화를 하고 28일 전병헌 청와대 정무수석과 지용호 국무총리실 정무실장 등이 국민의당을 방문해 축하인사를 전하는 것도 '의례적'이라는 수식어로는 다 표현할 수 없는 정치적 메시지가 담겨있는 고도의 정무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홍준표 대표와 안철수 대표의 임기는 2년이지만 여차하면 내년 지방선거를 끝으로 다시 대표직을 내놓아야 할 수도 있다. 지방선거에서 패하면 의례 책임론이 뒤따르게 마른이다.
특히 이들 두 대표는 대선 패배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대안부재론에 힘입어 대표가 된 만큼 내년 지방선거는 정치생명이 걸린 '절체절명'의 중요한 행사다. 지방선거에서 질 경우 두 사람 모두에게 미래는 없다고 봐야 한다.
현실은 녹록치 않다. 문재인 대통령 지지율이 지금처럼 7,80%에서 박스권을 계속 형성하는 경우 야권의 고전이 불보듯 뻔하다. 홍 대표는 TK라는 지역기반이라도 있지만 호남민심에 의존해야 하는 안철수 대표의 앞길은 가시밭길이다.
안 대표는 당선인사에서 "국민의당을 전국정당으로 키우겠습니다. 안철수가 앞장서서 17개 모든 시도에서 당선자를 내겠습니다"고 약속했다. 건곤일척의 승부수를 던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