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철수호(號)는 첫날부터 선명한 대여 투쟁을 예고하면서 돛대를 올렸지만 대내외적으로 국민의당을 둘러싼 환경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대선 패배와 제보 조작 사건으로 돌아선 민심을 회복하고, 전당대회 출마로 인해 깊어진 호남 중진 의원들과의 갈등의 골을 극복하는 일이 시급한 과제로 남았다.
◇ 깊어진 호남 중진과의 골, 당내 화합이 숙제
안 대표가 받은 성적표는 득표율 51.09%, 투표수로 따지면 2만9,095표이다. 우려했던 결선투표는 면했지만 아슬아슬한 승리였다. 게다가 낮은 투표율(24.25%)를 감안하면 전체 당원 중에서 12.39%의 지지를 받고 당 대표에 오른 것이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안 대표를 강하게 비판했던 정동영 후보가 28.36%의 지지율로 선전한 것은 당내 '반(反)안철수' 세력도 어느정도 견고하다는 것을 방증한다.
안 대표는 당장 당내 화합의 과제를 떠안고 있다. 안 대표는 득표율에 대해 "엄중하게 받아들인다"면서 "다른 후보를 지지하셨던 당원의 마음까지도 헤아리겠다"고 자세를 낮췄다.
하지만 창당 이후부터 지금까지 안 대표와 호남 중진과의 갈등 관계가 지속됐고, 이번 전당대회 과정을 통해 더욱 골이 깊어지면서 당내 화합은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박지원 전 대표는 SNS에 "치열한 선거과정은 지났고, 결과에 승복하며 승자에 협력해야 한다"고 밝혔고, 정동영 후보도 선거 직후 "치열히 경쟁하고 깨끗히 승복하며 화끈하게 단합하면 당이 살아날 것"이라고 말해 화합을 강조했다.
하지만 바른정당과의 연대, 햇볕정책 계승 문제 등 민감한 현안을 두고는 호남 중진들 과의 갈등과 논쟁은 계속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 안철수의 이른 등판, 지방선거 성패에 따라 정치적 명운 좌우
정치인 안철수는 대선 패배 불과 3개월 반만에 정치의 한 복판에 등판했다.
안 대표는 나설 타이밍이 아니라는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당을 살리겠다"며 현실 정치에 다시 뛰어들었다. "다음 대선을 생각했으면 나서지 않았을 것"이라는 본인 말대로 이미 위험성을 인지하고 뛰어든 도박판이었다.
안 대표의 이른 등판은 당장 내년 지방선거와 개헌의 거대한 과업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내야 그나마 평가받을 수 있다.
하지만 실패로 평가된다면 회복하기 어려운 재기 불능의 상태에 빠지며 안 대표를 향한 당내 책임론이 더욱 거세질 수 있다.
안 대표는 당대표 수락연설에서 "전국 모든 지역구에서 국민의당 후보를 당선시키겠다"며 나름의 목표치를 밝혔다. 또한 전당대회 과정에서 천정배 후보가 제출한 '서울시장 차출론'에 대해 "어떤 역할도 마다하지 않겠다"고 말해 서울시장 등 지자체장 직접 출마 가능성을 내비치기도 했다.
안 대표는 지방선거에서 반드시 승리하겠다며 포부를 다지고 있지만, 전망이 밝지는 않은 상황이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 지지율은 80% 안팎으로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반면, 국민의당은 여러 정당 중 최하위 지지율을 면치 못하고 있다. 이에 안 대표가 어떠한 전략으로 지방선거에서 의미있는 성과를 거둘지 관심이 모아진다.
개헌 정국에서도 안 대표는 국민의당이 주도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예고해 정국에 영향을 줄지 주목된다. 안 대표는 후보 시절 CBS와의 인터뷰에서 "선거제도 개편 없는 개헌에는 반대한다"면서 거대 양당 중심의 선거제도를 고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함께 호흡을 맞추게 될 김동철 원내대표도 국회에서 대표적인 개헌론자인 만큼, 국민의당이 개헌과 선거제도 개편에 보다 적극 뛰어들 것으로 보여 개헌 논의가 활성화될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