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트 비정규직 1년이나 10년이나 연봉은 '망부석'

[제주CBS 기획①] 제주공항 카트 정리 비정규직의 현실…하루 13시간 30분 중노동

2016년 2971만명이 이용한 제주국제공항은 단일 활주로 공항 중 전 세계 두 번째로 많은 여객 수송실적을 보이며 바삐 돌아가고 있다. 하지만 제주국제공항의 화려한 성장 뒤에는 열악한 근로조건과 온갖 차별을 감내하는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희생이 버티고 있다. 제주CBS는 제주공항내 공공비정규직들의 근로실태와 부실한 복지, 정규직화를 향한 바람과 노조의 움직임을 세 차례 짚는다. 첫 번째 순서로 공항내 카트를 정리하는 공공비정규직 노동자의 하루를 돌아본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카트 비정규직 1년이나 10년이나 연봉은 '망부석'
(계속)


'드르륵 드르륵 드르륵'. 30여개의 카트가 김모씨(38)의 두 손에 이끌려 공항내 대합실을 가로지른다. 시각은 오전 7시. 제주공항이 기지개를 켤 즈음 김씨의 하루는 공항 이용객보다 앞서 시작된다.

그의 직업은 공항이용객의 짐꾼 역할을 하는 ‘카트’를 정리하는 일이다. 한국공항공사가 하청을 준 A업체 직원 24명중 한명이다. 하루 근무시간 13시간30분(점심과 저녁시간 2시간 포함) 동안 제주공항 도처에 깔려 있는 카트 2000개를 이용객이 쓰기 편한 데 모으는 게 주 업무다.

공항 1층과 3층, 야외주차장에서 10명씩 2개조가 돌아가면서 공항 곳곳에 흩어져 있는 카트를 모은다. 요즘처럼 35도에 육박하는 폭염 때 야외주차장 근무는 기피처다. 하지만 덥다고 손을 놓을 수는 없다.

사계절 중 여름철 성수기가 카트 정리 노동자에게 가장 힘든 시기다. 더위도 더위지만 대합실에 이용객들이 붐비기 때문에 자칫 카트 운반 도중 이들과 부딪치는 사고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카트 나르랴, 이용객 신경 쓰랴, 좁은 제주공항 특성상 타 계절보다 일은 몇 배 고되다.

휴식은 점심과 저녁 1시간씩. 회사는 알아서 쉬라고는 하지만 ‘왜 쓸 데 없이 쉬냐’는 잔소리를 들을까봐 휴식다운 휴식을 제대로 가져본 적은 없다. 정식 휴식시간을 회사에 건의했지만 아직 대답이 없다. 언제 바빠질지 모르는 공항 특성상 쉼 없는 일과는 지속된다.

이렇게 한 달을 꼬박 일해 손에 쥐는 건 220만원. 연봉으로 치면 2500만원이다. 1년을 근무해도 10년을 근무해도 연봉 차이는 ‘0원’이다. 현재 그를 옥죄고 있는 굴레 ‘비정규직’이란 신분 때문이다.

정부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용역노동자에겐 400%의 상여금이 책정됐지만 올해 초 계약때 200%로 줄었다. 상여금을 줄였다고 회사에 가해지는 법적 제재는 없다.


김씨는 “지난해 체불임금과 올해 임금에 대해 현재 공항공사측과 협상을 벌이고 있다”며 “미화 파트는 상여금 400%를 주는 쪽으로 타결됐다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낮은 임금도 임금이지만 더욱 안타까운 건 비정규직에 대한 차별 때문에 일에 대한 흥미를 김씨 자신이 전혀 못 느낀다는 점이다.

업무나 공항내 문제에 대해 정규직이 제안하면 안건으로 상정해 개선되지만 비정규직은 건의를 해도 받아주지조차 않는다는 게 김씨의 말이다.

직업특성상 카트를 몰고 짐을 찾는 도착장과 대합실을 수시로 오가야 하는데도 보안검색 때는 공항내 시설이 촬영되지 않았을까 휴대폰 검색도 이뤄진다. 지갑까지 검색을 당하는 경우도 부지기수다. 비정규직이란 이유 때문에 ‘인격 무시’까지 당하는 수모를 견뎌야 한다.

계약이 1년마다 갱신되다보니 고용불안은 떼려야 뗄 수 없는 혹이다. 노동조합 활동까지 하다보니 내년 계약은 더욱 불투명하다.

김씨는 “70대가 이 일을 하기도 해서 원래는 웬만하면 다 넘어가지만 혹시나 계약연장이 안되는 시범케이스 때문에 불안하다”고 했다.

연차는 15일이라지만 휴가를 쓰는 사람은 거의 없다. 하루를 쉬면 이틀로 계산되는 이상한(?) 셈법에 실질적인 한 해 휴가는 7.5일이라는 게 그의 주장이다. 아직도 정확한 이유를 그는 모른다.

문재인 대통령 취임 직후 인천공항에서 시작된 공공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 움직임에 대해 그 또한 소박한 기대감을 키우고 있다.

“정규직으로 전환된다고 해도 월급이 많이 오르진 않겠지만 수당이나 휴가 등 복리후생만 잘 맞춰주면 좋겠다”고 했다.

정규직이 부러웠던 이유 중 하나. 회사발전을 위해 잘못된 점에 대한 의견도 제대로 낼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감도 크다.

김씨가 공항 이용객들에게 바라고픈 점은 두 가지다. 우선 카트 사용 뒤 보관소까지는 아니더라도 사람이나 차량 통행에 문제가 없게 해 달라는 주문이다.

아이들이 원한다고 카트에 태우지 말 것도 바랐다. 카트에서 아이들이 떨어지는 낙상사고가 1년에 1~2차례 꼭 일어나면서 책임소재를 놓고 논란을 빚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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