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는 과거 기간제 교사로 한 학교에서 면접을 봤다. 당시 그녀는 면접관들로부터 "결혼은 하셨냐" "애는 있냐" 등의 질문을 받았다. 나중에 합격을 하기는 했지만 "중간에 임신을 하면 곤란하지 않겠냐"는 말을 들었다. 계약을 앞두고 첫 임신 사실을 알게 된 지영 씨는 결국 취업을 포기해야 했고, 매일 교단에 서던 지영 씨의 일상은 집안으로 한정됐다. 지영 씨는 "슬펐다. 사회에서 내가 한 발짝 멀어진 느낌이었다"고 털어놓았다.
그런 지영 씨가 오래간만에 외출을 나섰다. 하지만 지영 씨의 표정이 썩 밝지만은 않다. "책에서 지영 씨가 공원에서 커피 한 잔 마시는데 다른 사람들이 '맘충'이라고 말하는 상황에 공감을 많이 했어요. 대다수의 젊은 엄마들을 맘충으로 바라보는 시선이 있어서 안타깝고 전업주부를 집에서 쉰다, 뭐 놀고 있다 이렇게 평가하면 마음 아프죠…."
#2. 86년생 김지영 씨는 "여자라고 못 할 게 뭐 있어"라는 어머니의 지원을 발판 삼아 학창시절 임원은 물론, 다양한 대외활동을 경험하며 소위 명문대에 입학했다. 하지만 그런 그녀에게도 피해 갈 수 없는 시련의 시기가 있었다. "최고의 스펙은 남자(로 태어나는 것)"이었기 때문이다.
노력하면 목표를 이룰 수 있고 그렇지 못했다면 노력이 부족한 것이라 믿었던 지영 씨에게도, 취업 때 마주한 세상은 결코 녹록치 않았다. 지영 씨는 "생산 경영 부문에 취업을 하고 싶었는데 면접 자리마다 '여자라서…'라는 면접관들의 말이 따라다녔다"며 "처음 취업한 곳에서도 여성 직원은 10% 남짓, 승진 명단에서도 여성분들이 많지 않았다"고 구직 당시 일화를 회상했다.
현재 외국계 컨설팅 회사로 이직한 지영 씨는 '야근은 기본, 밤샘은 옵션'으로 하루하루 커리어를 쌓아가고 있다. 하지만 가끔 동료들과 대화를 하다 또 다른 고민에 빠진다고 한다. 그녀는 "결혼하면 회사 나갈 거잖아"와 같은 얘기를 들을 때마다 기분이 착잡하다. 보란 듯이 결혼 뒤에도 일을 병행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지만, 임신을 해서 배가 부른 채로 미팅을 하거나, "야근을 하지 못한다"고 말할 때에 그 짐이 모두 팀에게 갈까봐 걱정이다.
◇ "'2017년생 지영이'들은 여성이라는 구분 없는 세상에서 살길…"
화제의 소설 '82년생 김지영'이 다큐멘터리로 찾아온다. 27일(일) 밤 11시 5분 방송되는 'SBS스페셜'을 통해서다.
소설 '82년생 김지영'은 1882년생 김지영이라는 평범한 여성이 취업, 결혼, 출산 등 삶의 과정에서 마주하는 여성에 대한 일상적인 차별과 구조적 불평등을 보여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금태섭 의원은 이 책에 대해 "잔잔하지만 잔인한 이야기"라고 평하며 동료 의원들 모두에게 책을 선물했다. 정의당 노회찬 원내대표는 "이것이 진짜 현실"이라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책을 전달하기도 했다.
이 소설은 지난해 발간 이후 꾸준히 입소문을 타며 누적 판매량 23만 부, 올 상반기 가장 많이 팔린 소설로 이름을 올렸다. 대체 소설 속 내용이 현실과 어떻게 닮아있기에 '김지영 열풍'이 만들어졌을까.
'SBS스페셜' 제작진은 실제로 80년대에 태어난 '지영'이들이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82년생 김지영 - 세상 절반의 이야기'라는 주제를 통해 소설 속 이야기들을 현실에서 들어보기로 했다.
제작진이 만난 다수의 지영 씨들은 "둘째는 아들을 낳아야 한다"는 어른들의 바람에 돌잔치에서 남자 한복을 입고, 맛있는 반찬은 응당 남동생 밥 위에 먼저 올라갈 때마다 애써 서운함을 감춰왔다는 '웃픈' 추억들을 갖고 있다.
1980년대에 태어난 수많은 '지영이'들은 왜 혼란에 빠져 있는 걸까. 1980년대생 지영이들은 '남녀평등'을 위한 제도적 발전과 함께 각자의 꿈을 키워왔지만, 더디게 변하는 사회적 인식 속에서 혼란스러운 매일을 마주하고 있다.
'2017년생 지영이'들은 여성이라는 구분이 없는 세상에서 살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모인 80년대 지영이들의 간절한 이야기가 이번주 'SBS스페셜'에서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