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준표 대표는 보수가 무너졌다는 얘기를 입에 달고 다녔다. 한국당 의원들도 공감하는 바다. 따라서 이번 연찬회에서 보수의 재건, 당 혁신 문제가 뜨겁게 논의되기를 내심 기대했다. 때마침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과 친박 의원 청산 문제도 당 안팎에서 나오고 있었다.
그러나 1박 2일간 지켜본 연찬회에서 이들은, 한국당이 직면한 과제에 대해선 논의할 생각이 없는 듯했다. '박근혜 출당'이나 '친박 청산' 등 휘발성이 강한 문제들은 대화 주제가 되지 못했다. 일부 원외 당협위원장들이 "박 전 대통령의 출당은 언급할 시기가 아니다"라며 출당에 반대하는 시각을 드러냈을 뿐, 현역 의원들은 "자유 의견을 섣불리 말하는 건 좋지 않다"며 침묵을 지켰다.
홍준표 대표만이 홀로 "(박 전 대통령은) 구제할 방법도, 길도 없다"며 비난에 열을 올렸다. "함께 논의해보자"던 홍 대표였지만 이미 답을 정해둔 것처럼 보였다. 박 전 대통령 출당이 혁신의 전부인지도 의문이지만, 홍 대표가 이렇게 홀로 박 전 대통령 출당을 들먹이는 동안 다른 의원들은 침묵으로 일관했다.
한 친박계 의원은 "별다른 반박을 하지 않는 것 같다"는 기자의 말에 홍 대표에 대한 불만을 표출하면서도 "지금 싸우는 모습을 보여줘 봤자 별 수 있냐"고 말했다. 한 당협위원장도 "지금은 다같이 힘을 합해야 하는 시점이다. 더 내려갈 바닥이 있을까 싶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무기력함, 피로감, 위기감이 한데 섞인 한국당 의원들과 당협위원장들의 모습에서는 그 어떤 활기도, 생산성도 찾아보기 어려웠다.
원외 인사인 당대표는 이미 정치 생명이 끝난 박근혜 전 대통령 출당론을 꺼내들어 자신의 권력을 강화하고, 박근혜 정부에 조금씩이라도 책임 있는 의원들은 문재인 정부 성토하는데서 존재감을 찾는듯했다. 이런 상황이었는데도 한국당이 둘째날 발표한 결의문에는 문재인 정부에 대한 전의로 가득찼다. 문재인 정부에 대한 비판, 야유, 조롱이 곳곳에서 묻어났다.
아무런 소득이 없던 가운데, 이번 연찬회는 오히려 엉뚱한 데서 주목을 받았다. 이철우 최고위원이 기자들과 개별적으로 만나서 한 발언을 언론들이 받아 기사화하면서 히트를 친 것이다. 이 의원은 미국이 오는 30일까지 사드 추가 배치 완료를 요구했다고 했다. 혁신은 전무한 채 진영논리만 강화된 연찬회였던 것이다.
또 하나 있다. 침체된 분위기를 살리겠다며 던진 썰렁한 퀴즈와 자학적 농담. 당직을 맡고 있는 한 의원은 너무 분위기가 썰렁하다며 "세상에서 가장 야한 닭은? 홀딱!"이라며 농담을 던지더니 "구구단 퀴즈를 낸다, 5 곱하기 9는? X 됐어. 5월 9일 대선 때 완전 X 됐다고"라며 제 얼굴에 침을 뱉었다. 자유한국당에게 변화는 아직도 요원해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