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폐지 약속에…장관과 함께 구호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 폐지 공동행동'은 서울 광화문역 지하도에서 벌여온 노숙농성을 조만간 종료하겠다고 밝혔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전장연) 등 228개 인권단체가 참여한 이 단체는 지난 2012년부터 장애등급제와 부양의무제 폐지, 탈수용시설 등을 요구해 왔다.
자신들과 소통하려는 현 정부의 진정성을 봤고 '단계적 폐지'라는 약속을 받았다는 게 이들이 밝힌 농성 종료의 이유다. 공동행동 측은 25일 "우리를 배제하고 무시하면서 일방적 발표를 일삼던 전 정부에서는 어떤 믿음도 가질 수 없었다"면서 "방향성에 대한 공감이 있었기에 진지하게 의견을 나눠보기로 했다"고 밝혔다.
박 장관은 이날 농성장 한쪽에 설치된 18명의 장애인 사망자 영정 앞에서 헌화와 묵념을 했다. 현장에 있던 장애인들이 "장애등급제·부양의무제·장애인 수용시설 나쁘잖아! 장애인의 지역사회 완전한 참여와 통합 좋잖아!"라는 구호를 외칠 때 함께 서서 손을 들고 참여하기도 했다.
◇ 손가락질·경찰 대치·강추위 속 5년
논의를 제도권까지 끌어간 일등공신은 뚝심 있게 같은 자리를 지켜온 장애인 당사자들이었다. 이들은 시민들의 싸늘한 반응과 언제 끝날지 모른다는 공포를 이겨가며 지난 5년간 끈질기게 농성을 이어왔다. 세간의 손가락질은 그치지 않았고 매월 강제퇴거명령서도 날아들었다.
1급 지체장애인인 이형숙 전장연 공동대표는 심지어 경찰과의 대치로 농성장 주변이 아비규환이 됐을 때 주변 시민들에게 "도와달라, 함께 가자"고 요청했다가 한 여성으로부터 "내가 왜 너희까지 신경 써야 하냐"는 가시 돋친 대답을 들어야 했다고 말했다.
박경석 상임대표는 이를 떠올리며 "지금의 이 거스를 수 없는 대세는 동료들의 죽음, 그리고 5년간 우리의 투쟁으로 이뤄낸 성과"라면서 "누가 와서 준 선물이 아니라 여러분이 눈물과 죽음을 딛고 이뤄낸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우리는 지난 5년간 이곳에서 장애인 인권을 위한 씨앗을 뿌렸다"며 "앞으로는 이 씨앗이 잘 뿌리내릴 수 있도록 가꿔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들이 지하에서 뿌린 씨앗이 생존권 보장과 지역사회 정착이라는 숙원을 이뤄낼 수 있을지 향후 제도권에서의 논의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