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들어서는 글로벌 시장에서의 판매가 급격히 감소하는데다, 내수마저 부진에 빠지면서 이대로 가다간 자동차 산업이 회생 불능 상태에 빠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높아지고 있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 내수시장 판매는 전년 대비 소폭 감소한데 이어 올 상반기에도 3.4%나 감소했다.
지난해 수출은 전년 대비 11.8% 감소한데 이어 올 상반기에도 1.0% 줄었다.
생산 역시 지난해 7.2% 감소했고, 올 상반기도 1.5% 감소했다.
자동차 부품수출도 덩달아 부진의 늪에 빠졌다. 부품 수출은 2014년 이후 지속적인 감소 추세를 보이고 있고, 올 상반기에도 5.7%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내수와 수출이 내리막길을 걸으면서 자동차 업체의 공장가동률도 계속 감소하고 있다.
2014년 96.5%이던 공장가동률은 2015년 96.3%로 떨어졌고 지난해에는 91.1%로 다시 하락했다. 올 상반기 가동률은 93.2%지만, 하반기 주요 업체들의 노조가 파업에 나서면 가동률은 떨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 예고된 '추락'…"'경쟁력의 한계성', '고비용·저효율 생산구조'가 위기 불러"
한국의 자동차 산업이 부진에 빠진 것은 경쟁력의 한계성과 고비용 저효율의 생산구조가 근본 원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 수출 승용차의 평균가격은 지난 10년간 연평균 2.3% 상승해 왔다. 그러나 주력 수출차종은 중저가 중소형 승용차로, 아직까지 중저가 소형차 위주의 수출구조를 가지고 있다.
실제 지난해 한국 승용차의 평균수출가격은 14,260달러로, 독일과 일본보다 40∼60% 낮은 저부가가치 차량이 주력을 차지한다.
반면 일본(평균수출가격 22,400달러)과 독일(36,150달러), 미국(26,630달러)은 고부가가치 차량을 생산해 수출할 수 있는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기술 경쟁력면에서 선진업체들에 뒤질 수 밖에 없는 구조다.
한국의 자동차 산업은 고비용·저효율 생산 체제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지난해 국내 자동차 5사의 연간 평균임금은 9,213만원으로 2005년 대비 83.9% 인상되면서 독일(VW 8,040만원), 일본(도요타 9,104만원) 등 주요 경쟁업체의 수준을 추월했다.
또 지난해 한국(5사 평균) 주요 자동차 업체들의 매출액 대비 임금 비중은 12.2%로, 독일 (VW) 9.5% 등 선진업체들과 비교해 인건비 부담이 매우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학계에서는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율이 10%를 초과하면 투자 가치가 없는 것으로 대체적으로 보고 있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국내업체의 매출액 대비 인건비 비중이 글로벌 업체들보다 높아 경쟁력을 상실한 것은 어제 오늘 일이 아니다"며 "노조의 협력을 이끌어내기 위해 울며 겨자먹기식으로 인건비 비중을 높여온 결과"라고 말했다.
글로벌 업체와 비교해 낮은 생산성은 경쟁력을 갉아먹는 요인으로 꼽힌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한국(현대차 국내공장)의 자동차 1대 생산 시 투입시간은 26.8시간으로 일본(도요타) 24.1시간, 미국(포드) 21.3시간보다 각각 11.2%, 25.8% 더 걸려 생산성이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우리나라의 노조는 생산현장의 통제권을 갖고 있어 수요에 대응한 유연 근로시스템이 다른 나라에 비해 매우 경직돼 있어 개선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선진 경쟁업체들과 비교해 연구개발(R&D) 투자가 부족한 것도 자동차 산업의 부진을 초래한 원인 중 하나로 꼽힌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자료에 따르면 현대・기아차의 지난해 R&D 투자액은 34억 달러로, 독일 VW의 1/4, 일본 도요타의 2/5 수준에 불과하다.
또 매출액 대비 R&D 비중은 현대・기아차는 2.7% 수준으로, 독일 VW 6.3%, 미국 GM 4.9%, 일본 도요타 3.8%보다 크게 낮다.
선진 업체들과의 기술격차도 해소해야할 과제다.
우리나라 완성차 업체의 중소형 양산모델 제품개발능력은 미국, 일본 등 선진업체 수준에 도달했지만 친환경차, 스마트카 부문의 기술경쟁력은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 관계자는 "친환경차와 스마트카의 주요 핵심부품은 해외 부품업체와의 기술격차가 커 대부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실정"이라며 "첨단기술개발에 보다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한국의 자동차 산업이 총체적으로 위기에 빠진 가운데 국내 최대 완성차 업체인 현대차와 기아차의 노조는 올해도 임금인상 등을 요구하며 파업에 들어갔다. 6년 연속 파업이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노사 화합을 바탕으로 생산 효율성과 유연성을 높여 글로벌 경쟁력을 회복하는 것이 급선무"라며 "노사 화합의 걸림돌이 되는 임금 문제 등에 대해서는 현실 인식을 바탕으로 허심탄회하게 대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이항구 한국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국내 자동차 산업이 경쟁력을 회복하기 위해서는 장기적인 전략이 필요하다"며 "노사관계 개선을 통한 생산원가 절감과 함께 기술력을 바탕으로한 새로운 생산공정의 개발, 연구개발 투자 강화가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