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노트8 이어 이재용 선고, 삼성 미래 달린 운명의 이틀

기존 재벌 총수 구형보다 높아 '긴장감'↑…부재 장기화 '투자 위축' 우려

12년 구형 선고를 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7일 오후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리는 결심 공판을 마치고 법원을 나서고 있다. (사진=이한형 기자/자료사진)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에 대한 1심 선고기일인 25일. 삼성그룹은 긴장감 속에 차분하게 결과를 기다리는 분위기다.

다만, 지난 7일 열린 결심공판에서 이 부회장에게 내려진 '징역 12년' 구형이 기존 재계 총수의 구형보다 높다는 점에서 그룹의 긴장감은 더 커지고 있다.

이 부회장에 대한 1심 선고는 이날 오후 2시30분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다. 지난 3월 9일 첫 재판이 열린 뒤 약 5개월 동안 50여 차례 공방 끝에 1심의 종착역에 다다른 것이다.

삼성전자가 23일(현지시간) 미국에서 갤럭시노트8 언팩 행사를 성공적으로 치른 만큼 삼성 총수에 대한 '세기의 재판'에 전 세계에서도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 부회장의 선고 방청권(총 30장) 추첨도 역대 최고인 15 대 1의 경쟁률을 보였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총수와 직결된 사안이어서 그룹 분위기에 어느 정도 영향은 있지만, 청문회나 특검 조사 등으로 총수가 부재한 상황에도 견뎌온 만큼 담담하게 결과를 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이 부회장의 부재가 장기화될 경우 대규모 투자가 보류되는 것에 대한 우려는 여전히 남아 있다.

이미 삼성은 지난 6개월여 동안 총수의 부재로, 미래를 대비한 새로운 대규모 투자에 집중하지 못했고 전략적인 경영판단 능력도 상실했다는 평가다. 실제 이 부회장이 구속수감된 뒤 삼성은 새로운 인수합병을 단 1건도 성사시키지 못했다.

삼성그룹 관계자는 "만약 이 부회장이 자리를 오래 비우게 될 경우 앞서 밝혔던 대규모 투자는 보류될 것"이라면서 "이미 진행 중인 투자는 문제가 없겠지만 결정권자가 자리를 비운 상황에서 수조원에 달하는 대규모 투자를 진행할 수 있겠냐"고 걱정하기도 했다.

지난달까지만 해도 삼성은 반도체·디스플레이 생산라인 증설 등에 37조원 이상의 투자를 추진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대규모 투자 계획 중 현재 추진 중인 사업을 제외하고는 투자를 진행하기에 불분명해졌다는 게 삼성 측 입장이다.

삼성전자 미국 법인 등 해외 법인들이 이 부회장 선고 결과에 따라 제휴사들과의 관계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는 것도 삼성으로선 최선의 결과를 기대할 수밖에 없다.


뇌물죄가 성립되면 미국 등 해외부패방지법을 적용중인 국가에선 영업활동에 제약이 생긴다. 이미 맺은 각종 계약이 파기되거나 해외 유망기업과의 M&A조차 추진되지 못할 가능성도 점쳐진다.

이처럼 삼성은 해외사업 추진 동력 상실뿐만 아니라, 지주회사 전환도 백지화됐다. 그룹 재편 작업도 사실상 개점휴업 상태다.

삼성은 특검이 직접적인 증거가 없음에도 '무리한 짜맞추기식 수사'를 했다고 비판하면서 재판부는 이와 달리 철저하게 '법정증거주의'에 따라 법리 판단을 내릴 것이라는 기대를 피력하고 있다.

그러나 새 정부가 출범 초부터 강조해온 '재벌개혁' 기조도 판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을 우려하고 있다.

이 부회장의 구형이 앞선 재벌 총수의 구형보다 높은 데다. 대부분의 재벌 총수가 재판부 선고에서 검찰 구형량의 절반을 밑도는 실형을 받거나 집행유예를 받았지만 최근 검찰 구형에 준해 실형을 선고하고 있는 점도 긴장감을 고조시키고 있다.

재벌총수 가운데 검찰이 가장 높은 구형을 내렸던 총수는 김우중 전 대우 회장이다. 2006년 검찰은 1심에서 20조원대 분식회계와 10조원 규모의 사기대출 혐의로 김 전 회장에게 징역 15년과 추징금 23조원을 구형했다.

다음으로는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으로, 지난 2012년 배임혐의 등으로 징역 9년과 추징금 1500억원을 구형받았다.

이어 이건희 삼성 회장은 '삼성비자금 사건'으로 징역 7년에 벌금 3500억원을,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은 징역 6년을 받았다. 이재현 CJ 회장에 대해서는 징역 6년과 벌금 1100억원을, 최태원 SK 회장에게는 징역 4년을 구형했다.

재계에서도 삼성의 미래를 걱정하는 분위기 속에 이날 재판부의 선고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대기업 한 관계자는 "이 부회장에 대한 구형량이 예상보다 높아 선고 결과를 가늠하기 어렵다"면서 "물론 총수 공백이 길어진다고 해서 삼성이 갑자기 흔들릴 가능성은 적지만 삼성의 중장기적인 미래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우려가 크다"고 내다봤다.

한편, 삼성전자는 이 부회장에 대한 재판 상황과 별개로 사업 일정은 예정대로 소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미국 뉴욕에서 공개한 전략 스마트폰 '갤럭시노트8'에 대한 반응이 폭발적이라고 자평하면서 다음 달 초 독일 베를린에서 열리는 '국제가전전시회(IFA) 2017' 준비에도 한창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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