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조 디바’로 불리는 가수 양수경이 다시 마이크를 잡고 무대에 선지 벌써 1년이 지났다.
양수경은 1990년대 가요계를 풍미했던 대표 여가수로, 데뷔곡 ‘바라볼 수 없는 그대’를 시작으로 ‘사랑은 창밖에 빗물 같아요’, ‘사랑은 차가운 유혹’, ‘당신은 어디에 있나요’, ‘그대는’, ‘이별의 끝은 어디인가요’ 등의 히트곡으로 인기를 끌었다.
국내뿐 아니라 일본에서도 활동한 양수경은 NHK-TV 신인상 및 아시아 5대 스타상, 일본 MTV 주최 10대 가수 가요제 신인상 등을 받기도 했다.
그런 양수경은 1998년 9집 ‘후애’를 끝으로 가요계를 홀연히 떠나 아내로서, 또 엄마로서 새로운 삶을 살았다.
다행히 영원한 이별은 아니었다. 양수경은 지난해 17년 만에 가요계로 복귀했다. 신곡 ‘사랑바보’를 타이틀로 내세운 미니앨범과 베스트 앨범을 발표했고, KBS2 ‘불후의 명곡’ KBS1 ‘콘서트7080’ 등 방송 활동도 재개했다.
최근에는 SBS 예능 프로그램 ‘불타는 청춘’을 통해 기존에 볼 수 없었던 친근한 매력도 발산 중이다.
서울 마포구 서교동에 있는 한 카페에서 만난 양수경의 목소리와 표정은 밝았다. 내달 데뷔 27년 만에 처음으로 여는 단독 콘서트 준비에 한창인 그는 “다시 마이크는 잡은 이 순간이 너무 행복하다”며 해맑게 웃어 보였다.
다음은 양수경과의 일문일답.
“제가 한창 활동하던 시기에는 조인트 공연을 많이 했고, 단독으로 콘서트를 하는 경우는 많이 없었어요. 공연 문화가 붐이 아니었던 시대였으니까요. 단독 콘서트를 여는 건 처음이라 설레네요. 사실 ‘너무 행복해요’ ‘좋아요’라고 하기엔 기분이 묘해요. 걱정도 좀 되고, 한편으로는 기대도 되네요.”
-콘서트 준비는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작년에 작곡가 하광석 씨가 제 베스트 음반 작업을 하며 제가 다시 노래할 수 있게 도와주셨어요. 이번에는 하광석 씨의 친형인 가수 겸 작곡가 하광훈 씨가 콘서트 총 음악 감독을 맡아주셨죠. 형제가 한 가수의 컴백을 도우는 건 흔치 않은 일이잖아요. 저에게는 뜻깊은 일이에요.”
-2회 공연이 일찌감치 매진돼 1회 공연을 추가했다고 들었어요. 이런 반응을 예상했나요.
“‘제발 매진되게 해주세요’라고 기도는 했죠. (미소). 그런데 막상 그렇게 되니 ‘진짜요?’라고 물어보게 되더라고요. 많이 놀랐어요. 50대에 새로운 걸 꿈꾸는 것만으로도 행복한데, 계획한 일들이 잘 진행되고 있어서 기뻐요.”
-이번 콘서트에서 신곡을 깜짝 공개할 예정이라고 들었어요.
“앞서 언급한 하광훈 씨가 작사, 작곡한 곡이에요. 발라드 장르인데 너무 슬픈 느낌은 아닌 곡이죠. 사실 이 곡보다 먼저 만들어 놓은 굉장히 좋은 발라드곡도 있는데, 콘서트에서 두 곡을 다 부를지, 한 곡만 부를지는 아직 잘 모르겠네요. 고민 중이에요.”
-체중 관리를 열심히 하고 계신다고 들었어요.
“죽도록 하고 있죠. (웃음). 드레스를 입어야 하는데 조금만 방심해도 살이 찌니까요. 공백기 동안 가장 좋았던 게 체중 관리를 하지 않아도 된다는 거였는데 쉽지 않네요. 체중 관리를 비롯해 힘든 부분이 많지만, 그래도 다시는 무대에서 떠나고 싶지 않아요. 지금도 인터뷰 끝나면 연습실에 갈 예정이에요. 학생의 마음으로 성대를 계속 개발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요.”
-지난해 17년 만에 컴백한 이후 벌써 1년이 지났네요.
“전 복이 많은 사람이라는 생각을 하게 돼요. 너무나 많은 사람이 제 노래를 기억하고 있었고, 저를 반겨주셨어요. 그거 하나만으로도 복 받았다는 생각이 들어요. 사실 저를 기억하지 못하면 어쩌나 걱정이 많았거든요. 추억 속에 있는 게 훨씬 나을 수도 있겠단 생각도 했는데 잘못된 생각이었다는 걸 깨달았죠.”
-알아보는 사람들이 많아졌겠어요.
“요즘 밖에 나가면 난리 나요. (웃음). 공백기가 길었다 보니, 그전까지는 멀리서만 수군거리는 사람들이 많았어요. 그런데 이제는 제 옆으로 다가와서 같이 사진 찍자고 하시고, 사인해달라고 하세요. ‘힘내라’며 껴안아 주시는 여성 팬 분들도 많고요. 예전과 비교하면 저도 많이 달라졌죠. 둥글둥글해졌다고 할까. 얼굴이 ‘생얼’일 때도, 밥 먹을 때도 사진 찍자고 하시면 그냥 찍어요. 하하. 예전에는 왜 이렇게 못 했는지 후회가 되기도 해요. 그땐 어설픈 교만 같은 게 있었는데, 지금은 그런 건 없어졌어요.”
-예능 프로그램 출연이 변화의 계기가 된 걸까요.
“전 원래 자연스러운 걸 좋아하는데 그런 모습을 보여줄 기회가 부족했어요. 저만의 세계에 빠졌던 것 같기도 해요. 제 노래가 대부분 이별 노래였잖아요. 이별노래를 부르는데 웃을 수는 없으니 차가운 이미지가 만들어진 것 같기도 하고요. 그런데 ‘불타는 청춘’ 출연은 또래들과 편안한 분위기 속에서 촬영을 하는 프로그램이다 보니 제 본래의 편한 모습들이 나온 것 같아요. 촬영이 정말 재밌어요. 실제로 다들 친하게 지내고 있고요. 이번 제 콘서트에 멤버들을 다 초대하려고요.”
②에서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