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노리는 한국 축구. 세계적으로도 드문 대기록에 도전하는 한국은 이란, 우즈베키스탄과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9, 10차전을 앞두고 울리 슈틸리케 감독을 경질하고 신태용 감독을 선임했다.
현재 A조 2위로 본선 진출에 유리한 상황이지만 남은 두 경기의 결과에 따라 순위는 크게 바뀔 수 있다. 감독 교체는 가장 극단적인 충격요법이다. 그리고 효과는 기대 이상으로 빠르게 나왔다.
지난 23일 축구대표팀이 소집훈련을 하는 경기도 파주NFC(국가대표 트레이닝센터)의 그라운드는 조용했다. 신태용 감독이 부임 후 처음으로 대표팀을 소집해 훈련장이 시끌시끌할 시간에 축구대표팀 전용 잔디훈련장은 오락가락하는 비만이 외롭게 채웠다.
그 시각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위해 일주일 먼저 조기 소집된 선수들은 체력단련실에 모여있었다. 소집 사흘째 훈련은 잔디가 아닌 스트레칭용 고무밴드와 밸런스볼 등 실내 훈련이었다. 훈련은 시종 즐거웠다. 웃음이 끊이지 않았고, 사실상의 휴식과도 같은 분위기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소집된 선수들의 부상을 막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 선수들의 과도한 의욕이 만든 해프닝이었다. 신태용 감독은 “선수들의 의욕이 넘친다. 주중, 주말 경기를 하며 상당히 피곤할 텐데 대표팀 감독이 바뀌다 보니 선수들이 더 열심히 하려고 한다”며 흐뭇한 미소를 지었다.
“첫날부터 몸에 GPS를 달고 훈련량을 체크하는데 훈련이 끝나고 결과를 보면 평소보다 너무 높다”고 소개한 신 감독은 “팀에서는 고참이고, 주전이면 적당히 상황을 보면서 훈련할 수 있는데 여기는 주문하는 대로 열심히 하고 있다”고 대표팀 분위기를 소개했다.
이어 “선수들이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해줘서 고맙다고 했다. 그런데 정작 경기에 힘을 쏟아야 하는데 훈련에 힘을 다 쏟고 경기에 힘을 쓰지 못할 수 있어서 (실내 훈련은) 부상 방지 차원에서 결정했다. 오늘은 머리도 쉴 수 있도록 비디오 미팅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신태용 감독은 대표팀 소집 후 모든 것을 선수 스스로 결정에 맡기고 있다. 과도한 긴장이 불러올 역효과를 피하기 위해서다. 신 감독은 “훈련할 때는 최선을 다해야 하지만 나머지 모든 시간은 자율 속에 규율을 강조한다. 그래서 선수들이 좋아하는 것 같다”고 활짝 웃었다.
선수에게 직접 듣는 분위기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 생애 첫 축구대표팀에 소집된 권경원(톈진 취안젠)은 “모두가 간절하게 준비하고 있다”면서 “자기가 가진 능력의 120%를 발휘해 준비하고 있다. 그러다 보면 훈련이 거칠어질 수도 있는데 서로 나쁘게 생각하지 않고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있다. 좋은 긴장감이다”라고 이란전 승리를 준비하는 선수단의 각오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