헬기 이어 전투기까지…5.18 진상조사 속도 낸다

대통령 지시로 국방부 특별조사 착수…'5.18 진상규명 특별법' 통과도 탄력 기대

(사진=자료사진)
문재인 대통령이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군 부대의 민간인 사격과 관련한 특별조사를 지시한 것은 진상규명에 대한 국민적 요구가 어느 때보다 커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23일 송영무 국방부 장관에게 5·18 민주화운동 당시 헬기사격 및 전투기 대기 관련 특별조사를 지시했고, 국방부는 특별조사단을 구성해 빠른 시일 내 조사에 착수하겠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이날 지시는 5·18 당시 공군에 출격 대기 명령이 내려졌고 전투기에 공대지 폭탄을 장착하고 이를 준비했다는 당시 전투기 조종사들의 증언과 당시 군부가 광주시민들을 '베트콩(베트남인)'처럼 여기고 학살을 자행했다는 내용의 미국 국방정보국(DIA)의 2급 비밀문서가 최근 발견된 것(관련기사 : [美 비밀문서] "그들에게 광주시민은 베트콩이었다")

문 대통령은 기회가 될 때마다 5·18 진상규명에 대한 의지를 밝혀왔지만, 이에 대해 전 국민적 지지와 관심이 조성됐다고 단언하기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영화 '택시운전사' 스틸컷
그런데 최근 5·18을 다룬 영화 '택시운전사'의 흥행으로 5·18에 대한 국민적 이해와 관심이 급증했고, 당시 군부의 민간인 학살과 관련된 증언과 자료들까지 속속 공개되며 지금이 5·18 진상규명에 착수할 적기라고 판단한 것으로 풀이된다.

문 대통령은 지난 3월 광주 전일빌딩을 찾아 계엄군 헬기가 공중에서 정지상태로 시민들에게 M-60 기관총을 난사한 탄흔 등을 살피며 진상조사를 약속했고, 대선 때는 '민간인 집단희생사건이나 인권침해사건 등의 완전한 진실규명 추진'과 '과거 국가 잘못으로 인해 희생당한 피해자, 유족에 대한 배상 검토' 등을 공약했다.

문 대통령은 당선 직후 참석했던 5‧18 37주년 기념식에서 "완전한 진상규명은 상식과 정의의 문제이자 우리 국민 모두가 함께 가꾸어야할 민주주의의 가치를 보존하는 일"이라며 "새 정부는 5‧18민주화운동의 진상을 규명하는 데 더욱 큰 노력을 기울이고 헬기사격까지 포함하여 발포의 진상과 책임을 반드시 밝혀 내겠다"고 공언했다.

지난 13일에는 영화 '택시운전사'를 관람한 뒤 "아직까지 광주의 진실이 다 규명되지 못했다. 이것은 우리에게 남은 과제인데 이 영화가 그 과제를 푸는 데 큰 힘을 줄 것 같다"며 "또 광주민주화운동이 늘 광주에 갇혀있다는 생각이 들었는데, 이제는 국민 속으로 확산되는 것 같다"며 진상규명에 대한 분위기가 무르익는 것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5‧18 관련 각종 폭로가 이어지자 문 대통령은 진상규명 필요성에 대한 국민적 여론이 조성됐다고 판단하고 특별지시에 나선 것인데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은 물론 야당인 국민의당과 보수야당인 자유한국당까지 조사의 필요성에 동의하고 나섰다는 점에서 진상규명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문 대통령의 지시에 대해 국민의당은 "진상조사 지시를 환영한다(손금주 수석대변인)"고 밝혔고, 한국당도 "제대로 된 역사의 기록을 남겨야 한다는 데 좌우, 보수·진보 누구도 반대할 이유가 없다(강효상 대변인)"도 환영했다. 다만 바른정당은 진실규명의 필요성에는 동의하면서도 을지훈련 중 지시를 한 것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한편 민주당은 국방부 특별조사단과 별도로 국회 차원의 진상조사특위 구성에 나섰고, 국민의당 소속 최경환 의원은 정부 차원에서 5·18에 대한 제대로 된 진상규명 조사를 할 수 있도록 '5.18 진상규명 특별법'을 발의한 상태여서 5‧18을 둘러싼 감춰진 진실이 드러날지 주목된다.

청와대는 일단 특별법 통과에 힘을 실은 뒤 관련 작업이 지지부진할 경우 범정부 차원의 진상규명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박수현 청와대 대변인은 "정부 차원의 진상규명이 편리하긴 하겠지만 결과적으로 폭 넓고 권위를 갖고 (진상규명을) 할 수 있는 것은 국회에 (계류 중인) 특별법 통과를 통한 것(진상규명)"이라며 "특별법 통과 이전에라도 전투기 폭격대기 등 국민들이 충격적으로 받아들일 부분은 (특별법 통과에 앞서 국방부) 특별조사를 통해 진상규명을 하는 노력을 하는 게 맞다고 (대통령께서) 판단하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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