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29차례 이란과 A매치, 당신이 꼽는 최고는?

31일 이란전 앞두고 축구협회서 11경기 선정

27년 전 풋풋했던 당시의 이동국은 이란과 아시안컵 8강에서 연장 전반 10분 극적인 결승골을 뽑으며 자신의 이란전 첫 골 맛을 봤다.(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오는 31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릴 이란과 2018 러시아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9차전. 이 경기는 다음 달 5일 열릴 우즈베키스탄 원정 10차전과 함께 한국 축구의 9회 연속 월드컵 본선 진출을 결정할 운명의 2연전이다.

특히 이란을 상대로 최근 아픈 기억만 있었던 한국 축구라는 점에서 이란과 9차전에 더 큰 관심이 모인다. 이란을 상대한 한국 축구의 역대 전적은 9승7무13패의 열세.

대한축구협회가 이란과 30번째 대결을 앞두고 지난 29경기 가운데 기억에 남을 만한 11경기를 간추렸다. 이 중 일부를 소개한다.

◇ 한국-이란의 역사적인 첫 대결, 결과는 5-0 승리

한국은 1958년 일본 도쿄에서 열린 제3회 아시안게임에서 이란을 처음 만났다. 당시 경기는 한국의 5-0 승리.

전반 6분 이수남의 결승골을 시작으로 5골이나 퍼부은 한국은 이란 축구 역사상 가장 치욕적인 패배를 안겼다. 5-0 승리는 한국이 이란을 상대해 가장 많은 골 차로 승리한 결과이자 이란의 역대 모든 경기를 통틀어 최다골차 패배다.


◇ 축구스타 이회택의 마지막 A매치

한국과 이란이 월드컵 본선 진출을 두고 처음으로 맞붙은 것은 1977년 7월 3일 부산에서 열린 아르헨티나 월드컵 최종예선이다. 이 경기는 한국 축구대표팀이 역사상 처음으로 서울이 아닌 지방 도시에서 치름 첫 번째 A매치다.

이 경기는 당시 한국 축구의 최고 스타였던 이회택의 마지막 A매치로 더 유명하다. 당시 지휘봉을 잡은 최정민 감독은 전반에 부진했던 이회택을 후반 시작에 앞서 교체했다. 자존심이 상한 이회택은 라커룸에 축구화를 내동댕이쳤고, 이후 대표팀에서 그의 모습을 찾아볼 수 없었다. 당시 경기는 0-0으로 끝났다.

◇ '10만 지옥' 아자디 첫 경험과 코미디언 이주일

한국 축구는 1977년 11월 11일 역사상 처음으로 테헤란의 아자디 스타디움을 경험했다. 10만 관중의 열광적인 응원으로 한국 축구에 아픈 기억만 남겼던 바로 그 '축구 지옥'이다. 당시 한국은 이영무가 2골을 터뜨리며 2-2 무승부를 거뒀다.

하지만 한국은 이 경기보다 이리역 폭발사고가 더 큰 관심이었다. 이리역 폭발사고는 58명이 숨지는 등 엄청난 사상자를 냈던 가슴 아픈 역사다. 당시 이리역 부근에서 가수 하춘화의 공연 사회를 보던 열혈 축구팬이자 인기 코미디언 故 이주일은 무너진 천정에 맞아 쓰러진 하춘화를 등에 업고 공연장을 탈출했다고 한다.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이란을 상대로 극적인 동점골을 뽑은 뒤 관중석을향해 주먹을 불끈 들어올리며 환호했던 박지성의 모습은 여전히 축구팬의 머릿속에 생생하게 남았다.(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 잊지말자! 두바이의 2-6 참사

1996년 12월 16일은 여전히 이란 팬 사이에 한국 축구를 무시하는 주된 빌미를 제공한 치욕의 날이다. 아랍에미리트(UAE) 두바이에서 열린 아시안컵 8강에서 한국은 이란에 2-6으로 패했다. 이는 지금까지도 한국이 아시아 국가에 당한 최다골 패배다.

당시 한국은 전반 11분 김도훈, 전반 34분 신태용이 연속 골을 넣으며 전반을 2-1로 마쳤다. 하지만 후반에만 알리 다에이에 4골을 허용하는 등 2-6으로 역전패했다.

이 경기를 시작으로 한국과 이란은 아시안컵 8강에서만 5회 연속 맞붙었다. 국제대회에서 같은 팀끼리 잇따라 5차례 대결하는 것은 좀처럼 보기 힘들다. 더구나 8강전에서만 계속 만난 것은 세계 축구사에 유례가 없다.

◇ '대박이 아빠' 이동국, 이란 상대로 '대박 골' 넣던 날

이동국에게는 잊을 수 없는 이란전은 아마도 2000년 10월 23일 레바논에서 열릴 아시안컵 8강전일 것이다. 당시 한국은 연장 전반 10분에 터진 이동국의 결승골로 이란을 꺾고 귀중한 승리를 거뒀다.

당시 한국은 후반 26분 선제골을 내주고 패색이 짙었다. 하지만 종료 직전 김상식의 극적인 동점골로 승부는 연장전으로 이어졌다. 사기가 오른 한국은 연장 전반 10분 홍명보의 과감한 공격 가담을 시작으로 노정윤의 크로스를 이동국이 마무리했다. 무릎을 다쳐 붕대를 감고 뛰던 이동국의 이란전 첫 골이다.

◇ 이란에 피눈물 안긴 박지성의 동점골

2009년 6월 17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만난 한국과 이란. 당시 한국은 일찌감치 본선 진출을 확정하고 조 4위 이란을 만났다. 반드시 한국을 꺾어야만 본선 진출이 가능했던 이란은 후반 6분 마수드 쇼자에이의 선제골로 승리를 눈앞에 뒀다.

하지만 박지성이 이란의 월드컵 본선행을 가로막았다. 후반 36분 동점골을 넣고 관중석을 향해 주먹을 불끈 쥐어 보이는 세리머니로 큰 박수를 받았다. 당시 이란의 무승부에 사우디아라비아와 비긴 북한이 월드컵 본선행을 확정하고 사상 첫 남북한의 월드컵 동반 출전이 이뤄졌다.

◇ 케이로스 감독의 주먹감자

또다시 월드컵 본선의 고비에서 이란을 만난 한국. 한국은 2014 브라질월드컵 본선 진출이 유력했고, 이란은 한국 원정에서 패할 경우 3위로 밀리는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양 팀 감독은 경기 전부터 엄청난 도발을 주고받았다.

결과는 이란의 1-0 승리. 당시 카를로스 케이로스 이란 감독은 승리 후 한국 벤치를 향해 주먹감자를 날라는 도 넘은 행동으로 논란이 됐다. 한국으로선 당시 경기도 패하고 분위기도 바닥까지 떨어지는 최악의 하루였다.

이밖에 한국은 역대 이란을 상대하며 1972년 사상 첫 아시안컵 결승 맞대결의 1-2 분패와 2004년 중국에서 열린 아시안컵 8강에서의 치열했던 3-4 패배, 이란을 상대해 가장 최근에 승리를 거둔 2011년 카타르 아시안컵 8강전 1-0 승리 등 아시아를 대표하는 라이벌 구도를 이어왔다.
한국이 이란을 꺾은 가장 최근의 기억은 2011년 카타르에서 열린 아시안컵 8강이다. 당시 한국은 윤빛가람(등 번호 8번)의 결승골로 이란을 1-0으로 제압했다.(사진=대한축구협회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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